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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 9: 진화. Episode 34

Papillon, 2020-11-29 12:02:06

조회 수
135

변했다.

갑자기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침입자를 바라보며, 반마족(Centaur) 괴물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외형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적.

하지만 이 뒤틀린 세계에서 외형만으로 적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적에 대해 파악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다.

그렇게 판단한 그는 평범한 괴물들이 놈에게 달려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녀석을 바라보길 한참.

결론이 났다.

그저 평범하다.

약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좌우로 저을 것이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빠르다.

살아있는 이의 근육은 진흙과 넝쿨로 이루어진 괴물들의 육체보다 뛰어난 움직임을 보장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공격력 역시 그럭저럭 강력하다.

이곳의 존재들은 모두 무른 육체를 지녔기에, 놈에게 정타를 허용하면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진다.

하지만 그게 전부.

본디 범인이었다가 우연히 이 숲에 말려든 다른 괴물들이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모종의 이유로 이 괴물 같은 숲의 저주에 사로잡힌 강자들이 나선다면?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니 흥미가 급격하게 식었다.

이제 곧 성질 급한 식인귀(Ogre)가 나섰으니, 오래지 않아 명을 달리할 터.

그의 추측을 증명이라도 하듯, 녀석은 식인귀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

위기에 빠진 녀석이 자포자기에 가까운 공격을 날린 순간.

단 일격에 식인귀의 팔이 터져나갔다.


어째서?’


힘을 숨기고 있었나?

그럴싸한 추측이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조금 전 녀석이 선보인 것은 이전과 완벽하게 같은 기술. 아무리 힘을 숨기고 있다고는 해도, 같은 기술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위력 차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갑작스럽게 녀석의 육체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결과.

그에 당황한 그가 녀석에게 감각을 집중한 순간,

-!

다시 한번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고작해야 한 호흡.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생각이 불러낸 작은 망설임. 그것이 원인이 되어 식인귀는 한순간에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단 일격이었건만!’


설마 그것으로 식인귀의 몸통을 통째로 분쇄해버리다니!

기겁하며 상대를 노려보자, 상대방의 팔이 기괴하게 뒤틀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흡사 곰의 앞발과 같은 모양.


수인(獸人, Therianthrope)?’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한 특수 종족.

순간 그들의 이름이 떠올랐으나, 이를 부정하는 마음이 바로 뒤따랐다.


그럴 리 없다.’


반마족 괴물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건 수인이 아니다.

수인은 자기 뜻대로 변신을 통제할 수 없는 존재.

그들 중 8할 평생 야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남은 2할은 만월 같은 정해진 기간에만 야성에 몸을 빼앗긴다.

물론 상식이란 얇은 유리와 같아서 손쉽게 깨어지곤 하기에, 어쩌면 그 굴레에서 벗어난 특수한 수인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하나 그런 기적의 산물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 하여도, 자신의 옆에 있는 존재가 수인을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르르르르!”


낭인족(Lycanthrope)의 모습을 한 괴물의 입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에 담긴 것은 명백한 적의.

자신과는 달리 이지를 대부분 상실한 녀석이라 해도, 상대가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이해한 모양이다.


그래, 위험하지.’


여기서 놈을 막지 않으면 다음 것이 나온다.

자신들처럼 숲에 먹힌 존재가 아닌, 진짜 이 숲을 수호하는 존재.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설령 눈앞의 인간에게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절망만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저 상대가 위험하더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곳에서 처리해야만 한다.

찰박-!

늪을 박차고 반마족 괴물은 빠르게 돌진했다.

목표는 눈앞의 기이한 인간.

본디 말은 늪에서 뛸 수 없건만, 그는 그런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

의 일부가 된 지 오래인 그에게 늪을 포함한 이 숲의 환경은 그에게 있어 장애가 되지 못한다.

찰박! 찰박!

빠르게 늪을 가득 채우는 발소리.

반마족 괴물이 속도를 내기 무섭게 공간을 접기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목표와의 거리가 줄어든다.

이어지는 것은 충돌.

콰앙-!

천지를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거대한 충격음이 울려 퍼지며 인간과 반마족이 충돌했다.

그리고 결과는 놀랍게도 무승부.

분명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몸이건만, 눈앞의 상대는 자신의 돌격을 버텨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저 하반신일 터.

우드득-!

충돌 직전,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하반신이 변했다.

그 모습은 그에게 익숙한 존재.

하마.

모르는 이들은 온순하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습지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생물.


!”


제법 충격이 있었는지 상대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게 전부.

상대는 그의 돌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하지만,


되었다.’


애초에 자신의 목적은 그저 시선을 끄는 것.

자신을 막아서는데 집중한 상대는 분명 녀석의 기습에 대처하지 못한다.


크아아앙!”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등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정체는 자신이 달려들 때 함께 움직이던 낭인족.


이겼다!’


인간이란 생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사지뿐.

양팔로 자신을 막고, 양다리로 충격에 견디고 있는 이상, 상대는 결코 반응하지 못한다.

분명 그럴 터인데.

-!


깨갱!”


무언가가 강하게 휘둘러지며 낭인족의 몸이 둘로 분리되어 떨어진다.

휘둘러진 것의 정체는 파충류의 꼬리.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몸통보다 두꺼운 그것은,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단단한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악어처럼.


한 번에 여러 모습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고 반마족 괴물이 경악하는 순간,

파앙-!

그의 팔이 형태도 없이 터져나갔다.


무슨?’


서둘러 시야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털로 뒤덮인 상대의 양팔.

고릴라.

그저 손으로 쥐는 것만으로 대나무를 부러뜨리는 생물의 손이 거기에 있었다.

경악하는 것도 잠시.

덥석-!

놀라서 신체가 굳은 반마족의 머리를 거대한 손아귀가 움켜쥔다.

-!

이윽고 울려 퍼지는 파열음.

물풍선이 터져나가는 것처럼 반마족의 형태였던 괴물의 머리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폭발한다.

다시 이어지는 전투.

이윽고 늪지에 서 있는 그림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

*** ***


?

모든 마법에는 약점이 있고, 마법의 발전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자면 파괴술(Destruction Magic).

자연현상을 재현해 물체를 파괴하는데 특화된 전투용 마도 유파.

비교를 불허하는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그 단점 역시 명확하던 유파다.

파괴술은 근접전에서 약하다.

강력한 파괴력은 곧 양날의 검.

근접전에서 함부로 파괴술을 펼쳤다간 술자의 목숨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이들은 오래지 않아 해결책을 마련했다.

그것은 근접전에서 적을 상대하기 위한 방도를 마련하는 것.

전투마법사(Battle Mage).

육중한 갑옷을 입고, 무술과 파괴술을 병행하는 전투 특화 마법사들.

그것이 파괴술 연구자들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끝에 도달한 결과였다.

둔갑술 역시 마찬가지.

지금은 쇠락해가는 학파일지라도, 둔갑술의 역사는 길다.

심지어 신화시대에도 둔갑술사의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이니, 남아있는 기록만 보고 판단한다면 마법 유파 중에도 최고(最古)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그리고 그 긴 역사 동안 둔갑술의 종사자 중 바보만 있었던 건 아니다.

둔갑술에는 명확한 약점이 둘이나 있었다.

하나는 숙달되기 힘들다는 것.

둔갑술로 동물로 변신한다고 해봤자,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은 인간. 그런 만큼 그 을 활용하는 데는 훈련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둔갑술의 입문 장벽은 높아졌고, 이는 마법이 대중화된 지금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정만 만들 수 있다면 이 역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두 번째 약점.

둔갑술로 변신해봤자 고작해야 동물. 그리고 동물의 몸은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딱히 잘날 것이 없다.

물론 동물은 인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강하다.

신체를 아무리 단련해도 곰은 물론,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냥개조차 제대로 제압하기 힘든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그러나, 마법의 존재는 모든 걸 뒤바꾸기 충분했다.

코끼리가 아무리 튼튼해봤자, 전투마법사의 주문을 견뎌낼 수는 없다.

호랑이의 발톱이 날카롭다 해도, 마도기사의 마력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다못해 변신한 상태로 다른 마법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법이란 인간과 그 유사한 종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

동물로 변한 상태에서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제외한 어떤 술식도 발동할 수 없었다.

부분 둔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안된 개념이었다.


하아, 하아.”


우득 우득-!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뒤틀린 몸이 원래 형태로 돌아왔다.

전투는 이걸로 끝.

강해 보이던 특수한 괴물 녀석들이 쓰러진 이상, 나머지는 그저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껏해야 10분 남짓.

여태까지 힘들게 싸우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녀석들을 쓰러뜨렸다.

그나저나 설마 부분 둔갑을 쓸 수 있게 되다니.


하하하.”


기쁜 동시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부분 둔갑.

개념만 들으면 쉬워 보이는 기술이 전설이 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신체 일부만 동물로 변하는 것?

가능하다.

아니, 쉽다.

학창 시절에 교수님도 보여줬고, 나도 하려면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부분 둔갑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쓸모가 없으니까.

동물의 능력은 한 부위를 모방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 새의 날개가 달렸다고 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날개가 있다면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근력과 근지구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류의 가슴 근육은 인간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발달한 상태.

결국, 날기 위해서는 조류의 가슴 근육 역시 구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공기 저항을 덜 받으려면 유선형에 가까운 몸체가 필요하다. 인간의 몸은 하늘에 뜬다고 해도 공기 저항 때문에 날기 힘들다. 그렇기에 몸의 형태를 뒤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체가 공중에 뜨기 위해서는 가능한 무게가 가벼울 필요가 있다.

무거운 물체가 공중에 뜨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력이 필요하고, 이를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려면 몸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조류 특유의 구멍이 숭숭 뚫린 골격이 필요하다.

이렇듯 육체 능력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부분이 아닌 구조.

그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하나씩 신체를 변형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 변신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원점.

인간의 신체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만 변화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동물의 신체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구조 역시 재현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렇기에 지극히 간단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부분 둔갑은 전설의 경지로 남아있었다.

그 전설의 경지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거짓말 같은 상황이건만.

전투 중 나는 그보다도 하나 더 높은 단계에 도달했다.

다중 부분 둔갑(多重部分遁甲, Multiple Partial Shapeshifting).

단순히 신체 일부를 다른 동물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걸 넘어서, 한 번에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모두 구현하는 기술.

이는 이론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 구현하고자 하는 능력만큼, 필요로 하는 구조 역시 복잡한 만큼, 인간이 평생 훈련한다고 해도 도달하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위력 자체는 강력 그 자체.

순수하게 내 힘으로 도달한 영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부심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으드득-!

다시 한번 확인을 위해 손을 곰의 것으로 변화시켰다.

두툼하고 폭신해 보이면서도, 끝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곰의 앞발. 그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흉기는 내 오른쪽 팔꿈치까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팔꿈치에서 타오르는 것은 이드라의 무지갯빛 환염.

가능성을 믿어라.

꿈에 진입하기 이전 이드라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드라의 힘은 이상을 구현하는 힘.

그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하자 답이 금세 도출되었다.

다중 부분 둔갑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이상향 중 하나. 그리고 이드라의 신력은 그 가능성을 현재 구현시켰을 뿐.

만약 내가 그동안 일생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사도가 되기 이전부터 이에 도달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힘을 지니고 보어헤스 백작과의 결투에 나섰다면 어찌 되었을까?

승산이 있었을까?


불가능해.’


잠시 생각해봤지만 금세 답이 나왔다.

물론 승부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수는 있겠다.

다중 부분 둔갑으로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신체 능력과 동물상형권을 함께 펼친다면, 이전처럼 치고 빠지는 전투를 할 필요도 없다.

파괴술을 제한다면 내 쪽이 우위.

설령 상대가 파괴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의 싸움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고유 권능, 금강갑주.

그 능력을 사용한 보어헤스 백작의 방어력은 절대적이다.

불곰이나 사자, 코끼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잿빛으로 변한 보어헤스 백작의 갑주를 상대로는 무력할 뿐.


결국 고유 권능을 얻어야 하는 건가?”


전장의 흥분이 가시고 차가운 현실이 몸을 덮치자 씁쓸한 감각만이 입에 남았다.


에휴.”


걷자.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호오, 시련을 돌파하였구나. 본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다.]


, 아니 이 숲의 주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과연 본녀의 사도다운 업적이로다.]


내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 이드라는 굉장히 흡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듣고 나도 좋다고 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이제 이드라 님의 본체와 마주할 수 있는 겁니까?”


나는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후후후.]

이미 앞을 막던 수호자들은 전부 쓰러뜨린 지 오래입니다.”


더는 그 괴물들이 내 앞을 막지 못한다. 만에 하나 이드라가 그들을 부활시킨다고 해도 다시 쓰러뜨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터.


그러니 인제 그만 제 앞에 나타나 주십시오.”


나름대로 간절한 목소리를 내보았지만, 이드라는 그저 웃고 있을 뿐.

결국 참지 못한 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화를 내려던 찰나,


[수호자를 쓰러뜨렸다고 했느냐?]


그녀의 말과 함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

한 걸음.

고작해야 녀석이 발걸음을 옮긴 것만으로 숲 전체가 부서질 것처럼 떨렸다.

뭐지 저건?

긴장감에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찰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부정형의 괴물.

무수히 많은 넝쿨과 진흙이 뒤엉켜 거대한 고깃덩어리처럼 변한 그것은 육중한 몸을 이상할 정도로 가냘픈 다리로 옮기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언덕 그 자체.


[그대는 지금까지 수호자를 마주한 적도 없느니라.]

우오오오오오!”


이드라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녀석의 전신에서 넝쿨이 촉수처럼 나를 향해 뻗어왔다.

그저 단순하게 생긴 넝쿨.

하지만 머릿속에 지금까지 돌아다니던 괴물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불길한 감각이 전신을 사로잡았다.

피해야 해!


빌어먹을!”


-!

발 구조를 토끼의 것과 유사하게 바꿔 도약하는 것과 동시에 내 발밑을 촉수가 파고든다.

이윽고 늪 속에서 몸을 일으킨 것은 또 다른 괴물.


우어어어!”


형태는 그저 넝쿨이 들러붙은 돌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 돌은 의지를 갖춘 것처럼 나에게 날아들었다.

-!

이어지는 충돌.

곰의 앞발로 후려치긴 했지만, 제법 큰 충격이 팔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그럼 잘해보아라, 사도여.]


그 말을 끝으로 멀어져 가는 이드라의 존재감을 느끼며, 나는 속으로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2-01 13:42:42

부분둔갑이라는 말 뒤에 이렇게 깊은 함의가...이해했어요.

게다가 그것을 보다 높은 차원인 다중부분둔갑으로 진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네요, 주인공 그레고르는. 게다가 둔갑의 영어가 Shapeshifting이니까, 제가 제안한 제목 시프터즈가 정말 잘 어울리기도 하네요!!


마법이란 정말 강력하네요. 뭐랄까, 시프터즈의 세계 최대의 게임체인저같네요.

인간은 이성을 통해 강화되었고 그 위에 마법을 통해 압도적으로 강화되었다고 봐야겠어요.

현실세계의 핵무기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현실세계의 핵무기는 실전에 단 한번만 사용되었고 그 이후에는 그 파괴적인 힘으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약칭 MAD) 개념이 도출되어 쓰이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무기로 존재해 있으니 이것과의 직접비교는 곤란하겠지만요.


이드라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읽다가 팔에 경련이 느껴질 정도의...

Papillon

2020-12-06 02:50:22

이 세계에서 마법의 역할은 굳이 현실과 비교하자면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을 비롯한 학문들에 가깝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장에서의 역할은 화약에 가까웠지요. 또한 마법의 대두는 기존 귀족 계급의 붕괴와 신 특권층의 등장을 불러왔고, 이런 새로운 계층과 사이가 나쁘던 고교회의 세력은 약해졌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신 특권층을 미뤄준 왕가의 권한은 강해졌고, 일부 마법을 독점하던 귀족들의 권한 역시 약해졌죠. 마법이란 이름 하에 뭉뚱그려지긴 했지만, 결국 르네상스~절대왕정으로 변혁을 일으킨 흐름에 위치한 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마법이란 현실의 기술과는 다른만큼 발전 형태도 달라졌지만요.

SiteOwner

2021-01-16 21:07:50

험난한 시련을 이겨내서 한숨을 돌렸다 싶었는데, 이드라가 한 말에 공포를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쓰러트렸던 것들이 수호자이긴커녕 아직 수호자를 만난 일조차 없었다고 한 이드라의 말은 무섭습니다. 그런데 그 무서움이 끔찍함이 아니라, 그레고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끔 만드는 거대한 계기같이 느껴지다 보니 막상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그리고 그레고르가 다각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 발전을 꾀하는 것 같아서 다음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분명 그레고르는 욕하겠지요. 저도 저 상황이라면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드라에게 감사할 때가 올 것 같습니다.

Papillon

2021-01-26 01:24:17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발전을 위해서는 상응하는 고행이 필요하니까요. 물론 당장 이를 겪고 있는 당사자는 그렇게 느끼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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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illon 2020-11-16 131
1761

[시프터즈] Chapter 8: 약속. Episode 31

| 소설 4
Papillon 2020-11-15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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