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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71화 - 가면을 쓴 그 녀석(1)

시어하트어택, 2020-11-30 07:50:20

조회 수
138

“당신 말이야, 진짜 얼굴을 보이란 말이야!”
마르코가 장 박사를 강하게 밀어붙임에도 불구하고, 장 박사는 곧바로 마르코에게 달려들려고 하지 않는다. 분화를 앞둔 화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불타오른다. 주먹은 꽉 쥔 채다.
“진짜 얼굴이라니? 자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당신의 그 얼굴은, 가면으로 내세운 가짜 얼굴이 아니냔 말이다! 그리고 말해라. 왜 내 친구를 쫓아다니는 거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장 박사는 잠시 머리를 굴린다. 보아하니 아직 자신이 누군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비켜라. 안 비키면...”
“절대 못 가지.”
어느새, 마르코는 승합차 범퍼 앞으로 가서 버티고 서 있다. 키가 작아서 머리 아래로는 잘 안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으로 보이기에는 충분하다.
“어디 한번 밀고 갈 수 있으면 밀고 가 보라고.”
그렇게 범퍼 앞에 서서 버티던 중, 마르코의 눈에 뭔가 들어온다.
조수석 수납함 위에 놓여 있는 사진 몇 장이 보인다. 그중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의 사진. 갈색 머리에 왼쪽 머리를 조그맣게 땋은 여학생. 현애가 아닌가! 그 밑에 깔린 사진도 보인다.
저건... 시저 아닌가?
시저의 사진이 왜 있단 말인가?
“너 이 자식. 설마 다른 애들도 스토커질을 한 거냐! 응!”
“그렇게 나오시겠다...”
장 박사가 차에서 나온다. 마치 은신처에 숨어 있던 마피아 두목이 적을 확인하고 나오는 것과도 같이. 훤칠한 키에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잘 빗어넘긴 장 박사의 전신이 드러난다. 그리고 장 박사는 똑바로 노려본다. 마르코를.
마르코도 장 박사를 노려본다. 두 눈은 떨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지지는 않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집중된 살기는 떨쳐낼 수 없었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너, 떨고 있군.”
“떨어야 할 쪽은 당신이야!”
마르코는 장 박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는 아직 당신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지. 당신은 뭔가를 숨기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속속들이 밝혀낼 거고!”
“훗,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지?”
“다 보고 있었으니까!”
“다 보고 있었단 말이지...”
장 박사는 이를 갈며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를 억누른다.
“그 경찰 녀석 말고도 나를 쫓는 녀석이 또 하나 있었을 줄이야.”
“‘경찰 녀석’이라니,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내 정체가 뭐냐고?”
“.....”
“그건 알아서 뭐에 쓰려고 하나? 어차피 써먹을 수도 없는데.”
그 순간, 마르코의 얼굴에도 닿는다. 장 박사의 강한 살의와 섞인 그 초능력의 아우라가.
“마침 여기는 보는 사람도 없겠다. 네 녀석은 여기서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거든.”
“허, 그러셔?”
장 박사는 결연히 말한다.
“그래.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기는 그렇지만 말이지, 내 비밀을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면, 여기서 네 녀석을 처리할 수밖에 없겠어.”

“해 보라고. 나는 그렇게 순순히 네놈에게 당하지는 않을 테니.”
마르코의 말에도 장 박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살기만 내뿜을 뿐이다.
“네놈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조목조목 밝혀 줄 테니, 기대하라고.”
“훗, 그렇게 하지는 못할 텐데? 이미 너의 모든 퇴로는 내가 차단해 놨거든. 너는 어떤 방식으로도, 내가 누군지,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없단 말이다!”
“허, 그러셔?”
마르코는 주먹을 꽉 쥐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네놈이 누군지 대충은 알아낸 것 같은데.”
“허세 부리지 마라! 네놈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누군지 알아낼 수 없단...”
장 박사가 큰소리 치려는 그때, 마르코가 장 박사의 말을 가로막는다.
“당신의 이름, 장주원이지?”
“어떻게 알았냐, 이 자식!”
“VP재단 선임연구원이고. 가면은... 뒷좌석에 있네. 어디 보자, 생년월일은...”
“그만 하지 못해!”
그 순간.
쿵-
폭발음이 들린다. 뒷산 쪽에서.
“무슨 짓을 한 거냐!”
“뭘 했냐고?”
장 박사는 이제 승기를 잡은 듯, 약간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 동네 뒷산 위의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보고 있었던 것 같군.”
마르코의 눈이 흔들린다. 맞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장 박사를 향하고 있던 그 시선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방금, 그 고양이는 폭파되었다.”
장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 고양이가 보는 각도가 딱 이 차를 내려다보는 구도였지. 하마터면 내게는 큰일 날 뻔했지만, 네 녀석에게는 아쉽게 됐군. 안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네놈이 누군지 알아낼 방법은 많아, 장주원 박사! 아직 더 알아낼 수 있다고!”
또 보인다. 이번에는 하늘 위에서다. 뒷자리에 놓인 장 박사의 서류들 가운데로, 인적사항이 보인다. 생년월일, 주소, 출신 대학, 학위 사항 등... 그리고, ‘동면인에 대한...’으로 시작되는 어떤 문서까지.
“생년월일 A.P 924년 5월 11일, 사는 곳은...”
“그렇게 더 보게 놔둘 수는 없지.”
장 박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쿵-
또다시 들리는 폭발음. 이번에는 머리 위에서!
“머리 위에 날아다니는 새를 통해 보고 있던 모양이군. 그 새도 폭파해 줬지. 어떤가?”
“그런다고 내가 포기하거나 할 것 같아? 네 녀석은 내가 절대 안 놓는다. 알겠어?”
“네 녀석, 무엇 때문에 그러지?”
“나는 기자가 될 거거든?”
마르코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위의 또 다른 시야를 빌릴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바닥을 다니는 쥐만 감지될 뿐... 그래서인지 더 이가 갈린다.
“절대 붙잡고 놔 주지 않을 거야. 특히 네 녀석 같은, 남들을 해치려는 꿍꿍이를 품고 있는 그런 녀석들한테는.”
“그런가? 하지만 너는 절대로 이 일에 대해 발설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장 박사에게서 나오는 살기가 더욱 강해진다.
“놀아 주는 건 이제 끝났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낸 만큼, 네녀석은 더욱 살려 둘 수 없다. 이제 처리할 시간이...”
보이지 않는다.
장 박사의 시선에서, 마르코가 사라진 것이다.
“이 자식, 땅딸막한 녀석, 어디 간 거냐...”
찾아야 한다. 찾아야 한다. 찾아서 죽여 버리든,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리든, 아니면 감금해 버리든,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 길로, 장 박사는 AI폰을 꺼내 든다.
“알레한드로, 라자! 듣고 있나?”
“예, 보스!”
“내가 보내 주는 위치에서, 방금 마르코 티머만이라는 녀석이 도망갔다! 그 녀석을 잡아! 잡은 다음에는, 내게 인계해라!”
“알겠습니다, 보스!”

한편 마르코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대로변으로 도망쳐 나왔다. 장 박사의 눈앞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마르코 같은 작은 키가 아니었다면, 하다못해 시저 정도로만 컸어도, 대번에 장 박사의 눈에 띄었을 터다. 하지만 지금은 안도할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서, 장 박사에 대한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단번에 떠오른다.
가자!
마침 마르코의 눈에 전동 킥보드 하나가 보인다. 평소 잘 타지 않던 전동 킥보드건만, 이번에는 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헬멧이나 보호장구 같은 게 없기는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보다는, 전동 킥보드가 지금은 더 안전할 것 같다.
올라탄다. 그리고 시동을 건다.
시동을 걸고 속도가 좀 올라갈 때까지는 가슴이 좀 쿵쾅거리고, 숨도 불안정하고, 장 박사가 쫓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마구 든다. 하지만 속도가 좀 안정되자, 이제 그런 걱정은 좀 덜해진다. 대신에 새로운 걱정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혹시 그 사람들이 제때 제곳에 없으면 어떡하지? 빨리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이 사실을,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할 텐데...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이고 사람들,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고, 아체토역 주변도 지나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또 하나 든다. 아니, 예감이 아니다. 도로 위의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 거리를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시야를 빌려 봐서 알게 된, 사실이다. 누군가가 쫓고 있다! 그것도, 차 2대씩이나!
어느새 다리를 건너 동구에서 미린구로 넘어왔다. 그 사이에 마르코를 쫓는 차들은 거리를 상당히 좁혔다. 약 100m 이내로 말이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마르코가 생각하는 사람들 중, 누구든지 보이면, 말해야 한다. 마르코가 아는 모든 사실을!
이제 아파트 단지 사이 도로를 지나고 있다. 주위에 이제는 차가 덜 보이고, 이곳저곳에 있는 학교에서 하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마르코가 알 만한 사람은. 마르코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머릿속이 점점 더 불안해진다. 빨리 누구든 찾아야 한다. 빨리!
“안돼... 찾아야 하는데... 찾아야 하는데...”
지난다... RZ타워를, 미린역을.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는 얼굴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바짝 쫓아왔다... 50m 이내로! 그 차들이!
어느새 미린역 남쪽 카페거리 근처까지 왔다!
빨리... 빨리... 빨리...
찾아야 한다... 찾아야 한다... 찾아야...
“대체 어디 있는 거냐고...”
그때다.
보인다!
보인다!
카페거리에서 나와서 천변 산책로를 걷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미린고 학생들이!
맞아야 한다... 맞아야 한다! 마르코의 예상이!
일단 냅다 소리 지른다.
“너희들! 너희들! 조심해! 장 박사가... 공기를...”
하지만 미처 다 전하기도 전, 마르코의 외침은 멈춰 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사라진다. 흰 승합차 한 대가.

한편, 현애와 세훈은 미린역 교차로를 걷고 있던 중이다.
“벌써 내일이면 수요일이네. 한주의 반이 지났어.”
“좋겠네, 조세훈. 어제는 월요일이라 힘이 빠진다더니.”
“야, 너는 참 내 말은 왜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여?”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지. 어제하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그러는 건데...”
그때.
누군가가 크게 소리지르는 게 들린다.
“잠깐, 누가 막 뭐라고 하는데...”
“뭐야... 점점 가까워지잖아... 누구지?”
현애와 세훈은 동시에 돌아본다.
그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친 쪽을.
“엇!”
휭- 하고 지나간다. 인파 사이를.
군청색 니트 교복을 입은, 키 작은 남학생이.
뭐라고 하는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하지만 그 작은 키의 날카로운 목소리...
“세훈 님, 저 남학생, 누군지 알겠어요!”
AI시계에서 *나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그 키와 목소리, 도라고등학교 2학년의 마르코 티머만이었어요!”
“하, 그런 줄 알았어. 카페거리 쪽으로 가는 중인가?”
“네!”
마르코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현애는 세훈을 잡아끈다.
“일단 가보자. 카페거리 쪽으로!”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2-01 13:56:20

장주원 박사, 그냥 얼굴을 바꾼 정도가 아니네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키라 요시카게가 연상되는 화법과 실행수단이 공포 그 자체. 단, 키라 요시카게는 단독범이었지만 장주원 박사는 혼자가 아니네요. 협력관계인지 주종관계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여러 사람이 있다는 건 역시 상대하기가 지독하게 힘들어진다는 것이겠네요.

또한 동명이인에 대한 조사까지 해놨다는 것이 더욱 무섭게 보여요. 후환을 없애기 위해 그 동명이인까지 죽이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까요.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에도 이 수법이 나오죠. 여장을 하고 다니는 중국인 킬러 임헌명(林憲明, 중국발음 린 시안밍)을 죽이기 위해 후쿠오카 시내의 동명이인을 모조리 찾아내서 죽여 버리죠. 즉, 한자만 같은 하야시 노리아키 또는 하야시 켄메이로 읽히는 이름을 가진 다른 인물들이 영문도 모르고 계속 살해당하는...


공기 전체를...혹시 열압력탄의 효과라도 발생시키는 걸까요?

시어하트어택

2020-12-01 23:30:51

'어? 동명이인이 어디 있지?' 하고 찾아봤는데, 비슷하게 보인 게 '동면인'이더군요... 말 그대로 냉동인간이죠.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동명이인을 찾아서 죽이는 건 꽤나 공포스러운 수법이긴 하겠습니다...


다음 화에도 장 박사의 공포스러운 수법은 계속됩니다. 공기 조작 능력의 사용법도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이고요.

마드리갈

2020-12-02 14:15:27

앗, 그러고 보니, 제가 잘못 읽은 거였네요. "동면인" 을 "동명이인" 으로 잘못 읽어서...

11월 마지막 날에 앓은 장염의 통증은 이제는 없어졌지만, 완전히 낫지는 않은 것인지 이렇게 잘못 보고 동명이인 이야기를 늘어놨네요. 확실한 것은, 누군가의 신상을 특정해서 타격목표로 정한다는 그 자체가 공포라는 거겠죠.


공기를 조작하는 능력이란 참 끔찍할 것 같네요...

SiteOwner

2021-01-16 21:08:05

읽으면서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의 키라 요시카게가 떠오릅니다.

장주원 박사는 그보다는 말이 많습니다만,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인간을 얼마든지 도구로 썼다 버릴 수 있는 그런 인물인 점에서는 그리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마르코 티머만은 얀구 시게키요와 카와지리 하야토를 합쳐놓은 인상도 들고 있습니다.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다가오는 것, 끔찍합니다. 그래도 바로 옆에서 주먹이 날아들어서 머리를 직격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만. 후자는 24년 전에 실제로 당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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