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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교복의 선결과제

SiteOwner, 2021-05-13 21:45:30

조회 수
150

일본의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중의 하나가 교복의 젠더리스화. 즉 성별구분의 완화입니다.
국내에서는 남녀공학의 경우 교복이 성별에 따라서 형태가 다를 뿐 남학생용이든 여학생용이든 기본적으로 배색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일본의 경우는 아예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 학교 안에서도 남학생은 검은색 가쿠란에 여학생은 물빛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든 세일러복이고 거기에 학년별로 스카프가 다르다든지.

그런데 일본에서도 교복디자인이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바로 처음에 말했던 젠더리스 교복.

20210510at01S_p.jpg
사진출처
(남학생 스커트, 보급은 아직? 확대되는 젠더리스교복...식자층은 "선택지를 늘려라" 2021년 5월 10일 지지통신, 일본어)

이 사진에 등장하는 교복은 오카야마시 소재의 학생복 메이커인 톰보(トンボ)의 것으로, 사진 오른쪽의 것처럼 하의가 슬랙스로 된 여학생교복인 것이 특징입니다. 저렇게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 것은 대략 2015년부터의 일로, 일본내에서 1천개 이상의 학교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일본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수가 15,000개 정도라서 아직 비율로 볼 때 일단 여학생교복의 바지는 소수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학생교복입니다.
남학생교복의 선택지는 여전히 하나. 그리고 남학생교복의 하의로 스커트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학생교복 하의로서 바지를 선택가능하게 한 정책상의 이유에 "성동일성장애(性同一性障害)" 를 가진 학생에의 배려가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여성의 바지착용이 급진적으로 여겨졌던 19세기 전반도 아니고, 현대에는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고 그걸 의문시하는 시각은 최소한 주요국가에서는 없으니 문제될 건 없으니까요. 그러나 남성의 치마착용은? 여기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성소수자 단체에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정체성의 커밍아웃을 강제당한다는 역효과가 날 건 뻔합니다. 실체없는 성정체성으로도 난리가 나는데, 실체있는 사물이자 바로 눈에 보이는 의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선결과제가 몇가지 생겨납니다.
배려의 취지는 좋지만 그 취지의 결과까지 좋을 수 있는가, 누구나 만족할 답안은 존재하는가, 만일 존재하지 않는다면 특정인의 권리를 뺏거나 침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가, 보고도 못 본척 할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라는 결론적인 대안부재로 귀결되는가 등. 그리고 어느 하나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1-05-14 02:41:43

꼭 의도는 좋은데 시대의 흐름을 못 보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남학생에게 치마를 권하는 건 진짜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이겠네요. 말씀하셨듯이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당하는 것도 있고, 커밍아웃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회초년생'에게 엄청난 사회적 압박을 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막 "쟤 그 학교 다닐 때 치마 입었던 애 맞지?" 하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간단하게 '여학생에게도 바지를 허용한다'라고 하면 되는 걸, 무슨 젠더리스니 남학생에게 치마니 하고 이상하게 평등을 갖다붙이는 것 같아서 좀 꺼림칙합니다.

SiteOwner

2021-05-14 20:32:27

이번의 젠더리스 교복의 문제는, 역시 취지와 결과의 괴리가 크게 예상되는데도 모종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다른 건 알고도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위의 기사에는 효고현 히메지시의 시립 산요중학교의 교장 하세가와 타카히사(長谷川貴久)의 발언과 교복 제조사 톰보의 디자이너 오쿠노 아유미(奥野あゆみ)의발언이 인용되어 있는데, 자기 생각밖에 안한다는 게 드러납니다. 하세가와의 발언은,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 시대나 환경의 변화를 따라 남녀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교복을 생각했다" 인데, 그의 발언은 그럼에도 많은 여학생들이 스커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발언 자체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 학교는 기본적으로 사회화의 제도적 수단이다 보니 사회풍조가 학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빠르고, 학교에서 시작한 풍조가 사회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말전도입니다. 오쿠노의 발언도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디자이너는 주문을 받아서 고객에 납품할 제품에만 신경쓰면 되는 것입니다. 주문이 있다면 대응할 수도 있고 성소수자를 버려둘 수도 없다는 건 과연 진정한 배려인 것인지...


전파교사의 캐릭터 아라키 코타로(이미지 바로가기)처럼 성동일성장애가 있으면서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그의 사정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의 하세가와나 오쿠노같은 사람들의 발언은 전제 자체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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