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이러는데..."
'이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시대의 사명을 거스를 수 없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고, 세계 각국에서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잘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후발주자였던 나라들에서 이런 풍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덫이 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덫이라는, 알아도 몰라도 의외로 경계하지 않는.
사실 글로벌 스탠다드도 좋긴 하고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쟁점이 3개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완전히 동일해야 하는가.
둘째는, 그 "글로벌" 이 정말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는가.
셋째는,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뉴노멀은 없는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니 문물이 반드시 다른 나라와 같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도인 전세가 다른 나라에 없다고 해서 그걸 척결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내에서 글로벌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진짜 보편적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의외로 우리나라의 대외관, 세계관 등은 영어권, 그것도 미국에 치중해 있다 보니 미국식의 영어를 해야 진짜 영어를 잘한다든지, 미국식의 기업지배방식인 광범위한 지배로 달성되는 주주자본주의가 정답인 등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뭐 발음이 어떻거나 진짜 영어구사에서 중요한 것은 간결한 문장구조와 정확하고 품위있는 어휘이고, 주주자본주의는 미국, 영국에서나 주류일 뿐이지 다른 주요국가에서는 패밀리 비즈니스의 형태가 오히려 더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뉴노멀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 사례야 여럿 있으니까 굳이 일일이 언급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 보니 아직 명쾌한 대답은 못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변방으로서 남의 손에 운명이 좌지우지된 것도 당시의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볼 때 당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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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카멜
2021-06-06 02:55:04
‘미국이나 유럽도 이렇게 한다’ 나 ‘미국이나 유럽은 이렇게 안한다’ 라고 말할때, 구미권은 왜 이것을 하고, 왜 이것을 안하게 되었는지도 같이 고민해봐야겠죠.?
마치 구미권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국제표준에 어긋나는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전 그렇게 좋게 보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1-06-06 17:15:00
그렇습니다. 구미권은 구미권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니까 당연히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의 사정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기후만 보더라도 일교차, 연교차 등이 적은 나라도 있고 큰 나라도 있는 법입니다. 수질도 다릅니다. 유럽은 가스가 든 물, 즉 탄산수가 기본이라든지 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이 다르면 그에 맞춰 문물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정책에서 부유세를 주장한다든지, 전세를 폐지하고 월세로 가자고 하자는 움직임도 대개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거해서 말합니다만, 정작 우리나라처럼 고정자산에 대한 과세가 그 세율도 세율의 연간 증가율도 마구잡이로 올라간다든지 또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준조세를 설정해서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나라는 최소한 선진국 그룹에서는 다른 사례가 없습니다. 이런 데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Lester
2021-06-06 12:45:43
맨 마지막 문장에 대해선, '당연했죠'.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규칙'은 결국 강자가 만들고 약자가 따르는 것이니까. 한류다 코로나 접종이다 해서 근래 들어 소위 국격이 높아진 건 인정하겠는데, 이걸 발판삼아 문화적인 측면에서 선두주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일개 장사꾼에 그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한류라면 무엇이 한류이고 어떤 점에서 세계에 먹혔는지 그 '(한국적) 틀'을 만들고, 코로나 접종의 경우 '(한국을 베이스로 한) 접종 시스템 패키지'를 만들어서 세계에 수출해 '보급'해서 스스로 '규칙'을 세워야 하는데, '국격 올렸다 끝' 수준으로 흐지부지되면 뭐 어쩌자는 건지 걱정스럽네요.
SiteOwner
2021-06-06 17:37:17
우려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덫,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히 자칭 진보세력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재벌개혁 및 재벌해체를 잘 주장했는데, 실제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세계적인 대세가 패밀리 비즈니스입니다. 미국의 코크 가문, 일본의 토요다 가문, 독일의 포르쉐 가문, 프랑스의 아르노 가문,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 등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정작 주주자본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조차도,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같은 종업원수 10만명을 넘는 초거대 중화학기업이 패밀리 비즈니스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소유와 경영의 분리 운운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라 하는 것, 허상입니다.
또 하나, 자칭 진보세력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금과옥조로 여기는데, 사실 1980년대말부터 동유럽에 자유의 바람이 불면서 1991년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이 무너졌습니다. 이것을 두고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년생)는 다음해에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이라는 저서를 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야말로 이제 인류의 보편적 사조가 되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즉 우리나라가 추구해 온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체제는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에 편입해 있고 자칭 진보세력들이 추종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역사의 패배이자 폐기물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틀린 게 아니라고 이럴 때에는 편리하게 태세전환을 합니다. 그러니 국내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 어쩌고 하지만 그게 매우 선택적인데다 정파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취사선택한 글로벌 스탠다드 덕분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 났습니다. 일본에 대한 과거사 반성요구를 줄기차게 해 온 자칭 진보세력들은 그들 스스로 그것을 부정하였고, 안되니까 보수세력이 친일파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어두운 구석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프레이밍을 하는 것입니다. 그게 2019년 하반기에 국내를 휩쓴 어휘인 "토착왜구" 입니다.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무산자계급의 세계적 단결을 외치는 그들이, 인종차별의 선봉에 서는 역설도 이렇게 설명됩니다.
Lester님께서 말씀해 주신 한류관련의 우려, 실제로 현실화되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쓴 글인 늘찬배달? 똑똑전화? 국립국어원의 무리수 비판에 대한 Papillon님의 코멘트에 대한 제 답에 그 사례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2022년 월드컵 유치 프리젠테이션이 그러합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이 이렇게 열심히 발전했으니 월드컵 개최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라는 취지의, 카타르는 카타르는 동네 꼬마들의 축구에 대한 일상 속의 로망으로 시작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열었고, 그 결과는 카타르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작년부터 남발된 "K-방역" 은 올해에는 공식적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다 이제 K- 접두어가 한국적인 기현상을 풍자하는 인터넷 밈으로 전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