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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진보를 표방하는 쪽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강합니다.반면에, 보수를 표방하는 쪽에서는 북한은 반국가단체이지 국가가 될 수 없다고, 그리고 국가로 인정하게 되면 통일을
포기하는 게 된다고.
각 의견에 대한 논거는 이러합니다.
진보에서는,
이미 UN에 남북한이 동시에 가입했고, 국제연합에는 국가만 가입할 수 있으니까 북한이 국가인 게 맞다고,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이해에 따라 각각 위성국으로서 남북한이 세워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미 UN에서 한 결의에 대한민국은 휴전선 이남에서만
합법정부인데다 남북관계가 국가간의 대등한 관계라야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보수에서는, 이미 헌법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밖에 없는데다 헌법, 국적법, 남북기본합의서 등에서 남북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로 정의하고 있는데다 과거 남북교역을 민족 내부의 거래로 보는 해석도 있다 보니 북한이 사실상 국가의 형태를
갖더라도 그게 반드시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이유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논거는, 진보 쪽에서 주장하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위성국" 운운이나 "대한민국은 휴전선 이남에서만 합법정부" 등 명백한 왜곡날조가 다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소수의 몇 가지는 나름대로는 타당한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미 작년에 쓴 국가보안법 관련으로 두 가지 생각
제하의 글에서, 정치성향이 중도라고도 하지 않고 확실히 보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보수이면서 이렇게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견해는 위의 진보측의 입장과도 보수측의 입장과도 꽤 다릅니다.
현실적으로 이점이 있어서라는 것이 주된 이유이고, 쟁점은 대략 3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 같은 민족이라고 한 국가를 이루어야 할 당위는 없다.
- 불필요한 노력을 들여야 할 필요가 없다.
- 법령의 적용이 일관적으로 간결하게 달성가능하다.
그러합니다. 이미 같은 민족이면서 다른 국가를 이루는 경우야 얼마든지 많습니다.
당장
독일과 오스트리아라든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라든지, 체코와 슬로바키아라든지, 이런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다른 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럽에는 스위스, 아시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과 미얀마 등 얼마든지 있습니다. 즉 국가와
민족이 반드시 일치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별개의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김일성 민족의 국가이고, 우리나라가
그 김일성 민족과 같은 나라를 만들어 봤자 백해무익합니다. 그래서 진보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평화체제로 가면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통일의 당위성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외국이 되면 남북관계는 더 이상 특수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외국의 국가수만큼 있는 외교관계의 하나가
됩니다. 물론 친소(親疎)나 경중(軽重)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더 이상 북한에 대한 본질적으로 다른 취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대북지원 등을 할 때는 철저히 다른 대외원조와의 동일선상에서 판단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적에서도
그렇고, 국제적으로도 제3국인 북한을 위해서 뭔가 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법령적용도 일관적으로 간결하게 가능해집니다.
국가보안법의
필요가 없어지고 형법으로 일관되게 처벌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형법 제93조의 여적죄를 적용하기가 아주 좋습니다. 북한이
외국이면, 그리고 적대행위를 끊임없이 하는 적국이라면, 그 적국 북한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칭 통일전사들은 예외없이
사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국가보안법으로 특별대우를 받았던 친북, 종북인사들이 설 자리는 아예 없어집니다.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좋은 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 환영은 못 받을 것입니다. 진보측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불리할 게 명확하니까, 보수측에서는 저의 주장이 기존의 통일관, 법령과 제도를 흔들어 놓는 파천황적인 것임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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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1-06-21 04:48:50
제가 어렸을 무렵에는 김대중이 대통령이었을 시절이라 그런지, 통일에 대해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헤드라인으로 대표되는) 낭만적인 여론이 퍼져 있고 그에 따른 학습자료(만화)도 퍼져 있었습니다. 북한은 어떤 나라인지,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북한말 중엔 무엇이 있는지 말이죠.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음악 교과서에 올라 있었고.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냉랭해져 가니까 같은 학습자료가 나왔는데 똑같이 만화임에도 군사력 비교라거나 '북한은 한국을 미국의 앞잡이라고 배운다' 등의 설명이 나오더군요.
인식의 변화야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지만, 여기저기서 북한에 대한 의견이나 자료를 접하다보니 저도 긍정론에서 다소 회의론으로 바뀌었습니다. 막말로 주는 것 없이 밉기만 한데 한민족이란 이유로 우리가 손해를 무릅쓰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고 굉장한 회의감이 들더군요. 특히나 독일 통일처럼 양국의 차이를 메꾸는 비용은 한국(독일의 경우 당시 서독)이 짊어질 게 뻔한데 말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007 어나더데이에서 웃기게 나온 북한이다" 정도의 애증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테러리스트 국가로만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특히 누구 좋자고 통일하자는 건지 따져보긴 했는지의 여부가요.
SiteOwner
2021-06-22 22:35:22
북한관련으로 그렇게 민족 민족 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이런 의미 같습니다.
다른 것에서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고, 겨우 하나 남은 것이 민족이라고.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성기능장애인 주인공 M이 새로 태어난 그의 아들의 발가락을 보고 닮았다며 자기 아들이라고 하는 것같달까, 그러합니다.
사실 친인척간에도 여러 문제로 갈라서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훨씬 큰 차원에서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당화된다는 게 얼마나 기대가능할까요. 조삼모사의 고사에 나오는 그 원숭이들을 비웃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집단사고(Groupthink)의 폐해가 이렇게 보이고,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년의 상황이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라는 데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김동인도 조지 오웰도 거의 동시대인이군요...
마키
2021-06-21 23:35:19
생전 김대중 대통령은 "상대가 악마라 할지라도 대화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늘 상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대화 장소를 준비해놓고 기다린지 70년째, 그래봤자 아무 것도 변치 않는다는 사실에 점점 지쳐가고 있네요...
2019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참으로 위풍당당해보였고, 그때는 이번만큼은 어쩌면 하고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결국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겨진 희망 따위에 불과했어요.
SiteOwner
2021-06-22 22:46:51
인용하신 말씀, 그게 역시 굉장합니다. 적어도 그 발언만큼은 지도자의 품격이 이런 것임을 밝히는 지표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걸 이해할 도량도 없고 그럴 의사조차도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판도라의 상자를 걷어차 버릴 것 같습니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 같습니다. 이럴 바에는 역시 북한을 특별대우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것입니다. 자기들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기 전에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