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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d hope_1. Mutter

블랙홀군, 2013-07-11 00:00:26

조회 수
214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소원을 빈 당신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자,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죠? -베르=빈덴


----------


"술, 술 더 가져와! "


-쨍그랑


오늘도 집 밖으로 쫓겨나왔다. 늘 똑같은 일상.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아버지는 변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아버지는 술을 미친듯이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그 모습은 이제, 술을 더 가져오라며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변했다. 


'정말 싫다... '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지만 그 곳에는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도움을 구할 길도 없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막막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니,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를 볼 수 있다면... '


정처없이 골목길을 걷던 그녀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이트를 떠올렸다. 

사실은 주워들은 얘기였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볼까? 


마침 주머니를 뒤져보니 딱 천 원이 들어있었다. 

이 정도면 이 동네에서 PC방을 한시간정도는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추운 날, 하루정도는 따뜻한 곳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PC방으로 들어간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으로 PC방 요금을 내고 자리를 잡았다. 

담배 냄새가 나긴 했지만 일단 따뜻한 곳에 들어와 있다는 게 어디야. 


'뭐더라, 그 주소가...... C...... 아, Cur...... '


주소를 입력하자, 사이트 화면이 나타났다. 

그냥 평범한 개인 홈페이지 같았다. 소원을 적는 게시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기도 했고 처음 가 본 곳이라 궁금해서 이곳저곳을 뒤적이던 나는,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제발, 엄마를 만나고싶어... '


----------


"또 소원이 들어왔구나... "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차를 홀짝이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등 뒤에 날개가 돋아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럼, 가 봐야겠는걸... "


그녀는 날개를 한번 털어주곤 방명록에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 나섰다. 


----------


어느덧 한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이제 또 다시 추운 곳으로 내몰리겠구나. 


'하아... 이러다간 정말 얼어서 죽거나 맞아서 죽거나 둘 중 하나겠지... '


정말 이러다간 얼어죽거나, 맞아죽거나 둘 중 하나일거다. 

어디로 갈까,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날 불렀다. 

돌아보니 낯선 여자였다. 


"네가 방명록에 글을 남겼니? "

"네. "


가로등이 비춘 그녀의 실루엣은 확실히 인간과는 달랐다. 

등 뒤에는 까만 날개가 있었고, 까만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였다. 

검고 긴 생머리에 붉은 눈까지,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이렇게 추운데... 괜찮니? "

"에, 네... "

"...... "


안쓰러운듯 나를 한참 쳐다보던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일단 따뜻한 곳으로 가자. 차 좋아하지? "

"네? 아, 아뇨, 괜찮아요... "

"차는 내가 살게. 자, 가자. "


얼떨걸에 그녀에게 이끌려 카페로 들어가게 됐다. 

테이블에 마주앉아 본 그녀는 하나의 인형같았다. 

헝클어진 내 머리와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가 마치 비단결같았다. 


"...... 소원이... 엄마를 보고싶다고? "

"네... "

"왜?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선, 아버지가 갑자기 변하셨어요... 어머니가 아플 때는 그렇게 어머니를 살리려고 애쓰셨던 분이, 지금은 그 이상으로 술을 드시고 계세요... 이러다간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는 댁에 계신가? "

"네...... "

"좋아. 그렇단 말이지... 네가 집으로 돌아가면 그 순간 소원이 이루어질거야. "

"정말요? 고맙습니다- "

"이런 정도의 소원은 아무것도 아니지. 자, 그럼... "


나는 차를 마시고 그녀와 헤어진 후, 바로 집으로 갔다. 

정말, 정말 집으로 가면 엄마가 있어? 

엄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보고싶었어요, 사랑해요... 엄마! 


----------


"다음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XX동에서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서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가족의 어머니는 얼마 전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 날 이후로...... "


블랙홀군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4 댓글

대왕고래

2013-07-11 21:32:53

...왠지 비참해요, 비참한 느낌이 꼭 성냥팔이 소녀같기도 해요...

블랙홀군

2013-07-11 22:52:10

음... 그러네요. 다른 점이 있다면...... 결말? 

마드리갈

2020-01-20 21:49:30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 말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었네요. 단지 그 방법이 잔인할 뿐...

그래서 읽고 나서 공포를 느낌은 물론이고, 그렇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제안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건가에 분노하게 되네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종영된 애니인 빈란드 사가에 이런 게 있었죠.

덴마크 바이킹들의 무리는 브리타니아의 한 기독교인 마을을 노략질하는데, 재물을 모조리 뺏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은 뒤에 바이킹의 수장 아셰라드가 이렇게 말해요. 겨울을 날 걱정이 없이 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그리고는 부하들에게 마을 사람들을 1명도 남김없이 다 죽인 뒤에 끌어묻도록 명령을 내려요. 아셰라드의 말에 순간 기뻐하던 마을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그것에 뒤이은 칼과 도끼와 망치를 휘두르는 소리와 맞아 죽는 사람들의 절규, 그리고 설원에 뿌려지는 선혈이 이 글에서도 느껴지고 있어요.

SiteOwner

2020-01-23 23:51:13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해야 속이 시원할 사정이 대체 뭔지 물어보고 싶기까지 합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는 저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의 약한 부분을 노려서 온갖 이상한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그러니 경계해야 합니다.


역시,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도 굳건해야 하고 물질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도록 자강불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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