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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oon City] 6화 - 305호 분실

시어하트어택, 2019-05-22 07:45:55

조회 수
132

이민우는 어떤 방에서 한 중년 남성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중년 남성은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무로 만든 탁자를 앞에 놓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중년 남성은 방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원들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다. 경비대원들이 나가고, 단 두 명만이 방에 있었다. 중년 남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온 이유를 알고 있나, 이민우?”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사원 등록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그런 것도 모르나. 조회하면 다 나온다네. 그건 그렇고, 자네 여기 온 이유를 알고 있나?”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해서입니까?”
그는 일단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아직은 기회가 아니었다.
“정답에 상당히 가까워. 자네는 진도가 빠르군. 내가 만나 본 자 중에는 처음이야. 그런데 요점은 이상한 말이 아니야. 자네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걸 모르나?”
“죄송합니다. 아직...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 것도 생각나지 않는 걸 무슨 엘리트라고 할 수 있겠나! 원래 이곳은 물리적 심문을 하는 곳이다. 문을 닫으면 완벽하게 밀폐되어서 누구도 알 수 없지. 뭣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놈들은 여기서 울고 불며 다 자백을 하게 돼!”
중년 남성은 격하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방 안을 한 번 슥 하고 훑는다. 이민우는 뒤돌아본다. 욕조, 갖가지 이상한 장치가 붙은 의자,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밧줄, 전기인두 등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자네가 원래 정사원이고, 또 순응적으로 나오기에 이렇게 편의를 봐 주고 있는 건데, 자네도 그런 꼴 당하고 싶나?”
이럴 때는 움츠러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이롭다.
“죄송합니다. 전 아직도 부족한가 봅니다.”

“흠, 그런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떠오를 거야. 나는 자네를 겁주려는 게 아니라, 다시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려는 것뿐이니까 말이야.”
중년 남자의 얼굴이 점차 풀어지고 있었다.
“아, 이제 안 것 같습니다.”
“오, 그런가? 답이 심히 기대되는군.”
“저는...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에 휩싸였습니다. 대정을 올바로 세우려는 노력에서 벗어나 쓸데없이 반체제 세력이 주장하는 소위 자유화를 꿈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잘못한 것인데, 그것을 입 밖으로 냈으니 더더욱 잘못입니다. 지금 저는 제가 품어왔던 잘못된 생각을 모두 벗어버리고자 합니다. 저를 치료해 주십시오.”
그는 그러고서 무릎을 꿇었다. 중년 남자의 얼굴에서, 이윽고 완전히 경계하는 빛이 없어졌다. 중년 남자는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와서 말했다.
“좋아! 자네는 배우는 속도가 아주 좋군. 내 보고하여 좋은 대우를 받게 해 줌세.”
‘이 방은 밀폐되어 있다고 했지... 지금이 기회다...’
갑자기 이민우가 온몸을 중년 남자 쪽으로 날리며 일갈을 질렀다. 중년 남자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비명 한 번 못 질러 보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지며 머리를 탁자 모서리에 박고 기절했다. 이민우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고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 같았다. 이민우는 남자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에 대해 두 가지를 모르는군. 이것은 사원 정보 시스템에도 없는 것이다. 하나는 나의 불굴의 의지이다. 다른 하나는 안 가르쳐 줄 것이다.”

그는 일단 문을 열어 보기로 했다. 만약 경비대원이 지키고 있다면 바로 정면 돌파할 것이고, 아무도 없거나 한눈팔고 있다면 몰래 나가서 혼란케 하리라. 그는 살짝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을 좀 더 열고 앞을 봤다. 경비대원 2명이 벽에 기대서서 잡담을 떨고 있었다. 다행히 문으로부터 얼마 안 되는 쪽에 비상 통로 같은 것이 보였다. 그는 잠시 살피더니, 벽에 붙었다.
‘지금이 기회다.’
그는 벽에 바짝 붙어서 갔다. 잡담하는 경비대원들은 반쯤 열린 문에 가려 그를 보지 못했다. 그는 벽에 붙어 가다가 옆의 통로로 빠졌다. 성공이었다. 그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앞을 보니 계단이 있었다. 계단은 원형으로 약 10m쯤 위까지 뻗어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돌아 올라가니 좁은 길이 나왔다. 좁은 길을 따라서 가 보았다. 쪽문이 하나 보였다. 쪽문을 살짝 열고 보니 화면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서 경비대원 2명이 열심히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건 도박이다... 어제부터 종일 여기에 있어서 체력이 좀 달리는 것 같군...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정신은 나의 가장 큰 무기이니...’
그는 저들을 정면으로 상대하기보다는 저들을 어떻게든 조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정신 에너지를 한 점에 폭발시키는 것을 한 적은 있었지만,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도박이었다. 그는 쪽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 있던 경비대원들이 흠칫 놀랐다. 당황한 경비대원 1명이 어딘가에 연락하려는데, 이민우가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옆에 앉아 있는 놈을 두들겨 패라.’
갑자기 그 경비대원이 옆의 대원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당황한 옆의 대원은 조종당하는 대원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다. 이민우는 문을 다 닫고 나서, 그 막으려는 대원을 함께 두들겨 팼고, 두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그 경비대원은 쓰러졌다. 이민우는 다시 조종당하는 대원을 가만히 응시했다.
‘잘했다. 다시 앉아라.’

경비대원이 다시 앉고, 그는 감시카메라들이 전송하는 화면들을 바라보았다. 경비대원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성훈이 ‘반체제 인사들은 분산되어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이들을 최대한 많이 구출하려면...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그는 다시 그 경비대원을 응시했다.
‘반체제 인사들이 갇혀 있는 곳을 표시해라.’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고, 전체 약도에 빨간색으로 반체제 인사들이 갇혀 있는 곳이 표시되었다. 거기에는 이름까지 자세히 나타나 있었고, 이민우는 거기 있던 메모지 하나를 가져다가 그 모두를 메모지 위에 펜으로 적었다. 그는 또다시 그 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감방의 문을 개방한다. 반드시 모든 문을 열어라.’
경비대원이 버튼 몇 개를 조작하자 화면으로 문이 모두 열리는 것이 보였다. 죄수들이 감방 밖으로 몰려나왔다. 순찰을 하던 경비대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죄수들을 막아보려 했으나, 죄수들이 구름같이 몰려나오자 경비대원들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다. 이민우는 다시 그 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명령이다. 내게 너의 소총을 잠시만 빌려다오.’
경비대원이 아무 말 없이 소총을 넘겨주었다. 그는 소총을 거꾸로 들더니 개머리판으로 경비대원의 뒤통수를 내려쳤고, 경비대원은 기절했다. 그는 일단 그곳을 빠져나와 감방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감방의 문들이 모두 열려, 비상사태였기 때문에 경비대원들이 모두 그리로 간 탓이었다. 감방이 있는 곳에 도달하니, 죄수들과 경비대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죄수들이 경비대원들을 밀쳐내고 있었고, 경비대원들은 진압봉과 방패로 그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는 죄수복을 입고 있었으므로 죄수들 사이에 끼어서 들어갔다. 그곳은 오주원이 있던 곳으로, 그는 그 이름을 보고 찾으러 갔던 것이다. 오주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방 안에 있었다. 죄수들이 이미 나와서 크게 소란을 피우고 있었으므로 그는 힘들이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오주원이었다.
“이봐, 당신 여기서 뭐 하는 거요?”
“당신은... 누구요?”
“저 모르겠습니까? 저번에 부대에서 봤잖습니까! 저 이민우요!”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요?”
“그러는 당신은 왜 나가지 않고 여기 있는 겁니까?”
“혹시 나갔다가 저들이 제압되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을 거 아니겠소?”
“당신, 당신 같지가 않아! 전에 나와 마주 앉았을 때는 패기가 넘치던 사람이 지금 왜 그러는 겁니까?”
“모르겠소... 저들에게 한번 무지막지하게 당하니 뭔가 내 안에서 내려앉는 것 같소...”
“뭐야, 당신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이었나! 잘못된 사회를 바꿔보려는 사람이 이 정도에서 무너지다니! 왜 이곳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 거요! 모름지기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나갑시다! 동료들을 찾아야죠! 어서!”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05-23 14:26:14

가장 무서운 적은 생판 남이 아니라, 원래는 한 부류였다가 갈라진 사이라고 하죠.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 일본의 아이즈와 쵸슈, 유고슬라비아의 구성국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과 같이...

이민우의 조종능력이 바로 현 사회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 되기 시작했어요.


역시 등록되지 않는 정보는 정보망에 없는 것이죠. 인간의 정신은 바로 그런 것.

SiteOwner

2019-06-16 12:56:50

문명이 발전이 반드시 인간존엄의 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여기서 여실히 보입니다.

게다가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도 아니니 아무리 미래세계라도 물리적인 고통을 부여하는 고문은 여전히 유효할 것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마인드컨트롤 능력은 정말 무섭습니다.

게다가 이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적으로 돌아서면,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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