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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14화 - 선배의 부름(1)

시어하트어택, 2020-01-29 20:40:45

조회 수
136

비숍이 G반을 장악하려다 실패한 그 날 오후. 6교시가 끝나고 하루 수업이 다 끝나자마자, 주리가 가장 먼저 교실을 나서고 세훈도 뒤따라 나선다.
“어? 너희들 왜 그렇게 급하게 가?”
앤드루 카슨이 세훈과 주리를 불러 세운다.
“오늘 부 활동 안 해?”
“아, 우리는 급하게 먼저 가 볼 데가 있어. 그럼 내일 보자!”
“아... 그래...”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앤드루를 뒤로 하고 세훈과 주리는 G반 교실을 나선다. 복도는 학생들로 가득 찬 상황. 세훈과 주리는 조금 한적한 곳까지 간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사람이 없는 복도가 나온다. 세훈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입을 연다.
“그나저나... 이거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되지?”
“메이링 씨한테 알려서 비숍이 등록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해 보는 게 맞겠지만...”
“‘맞겠지만’이라니?”
“우선은 서언이 형한테 먼저 가 보자고.”
“아... 알았어. 가 보자.”

얼마 후, 미린대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미린 호수’ 가에 있는 벤치.
“그러니까 말이야...”
호수가의 한가운데의 벤치에는 세훈과 주리, 그리고 서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아, 어제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말이지...”
“가족 모임 같은 거라도 했어?”
“아니. 그냥 내가 가 본 거야.”
“아... 그래? 그럼 그 삼촌인가 고모인가가 자기 능력 좀 보여 줬겠네?”
서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훈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말해 봐! 무슨 능력이었어?”
“아... 그거? 말했잖아. 너희들도 곧 알게 될 거라고.”
역시나, 서언은 더 말해 주려 하지 않는다.
“아니, 무슨 능력인지 대략이라도 말을 해 줘야지 우리가 좀 알 수 있을 거 아냐.”
“그게... 너희가 직접 겪어 봐야 ‘아, 이런 능력이구나’ 할 수 있을 거라서 말이지.”
“그래...”
세훈은 잠시 말이 없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형, 진짜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응? 뭔데?”
“이것 때문에 사실 우리가 형을 부른 거거든.”
“어... 말해 봐.”
“사실 오늘... 오늘 우리 반이 초능력자의 공격을 받았어.”
“어...? 정말?”
방금 전까지도 웃고 떠들던 서언의 얼굴은, 언제 그렇게 웃고 떠들었냐는 듯, 한순간에 완전히 굳어진다.
“너희 반에 초능력자 하나가 너희 반 친구들 모두를 능력으로 조종했단 말이야?”
“아... 그게 형, 우리 반 말고, 옆에 반 녀석인데, 어느 새인가 우리 반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우리 반 애들을 자기 능력으로 조종한 거 있지.”
“어... 정말이야? 무슨 능력인데?”
“아... 위험한 능력이었어. 내가 겪은 걸로 말해 보자면... 그 녀석이 내 눈을 똑바로 보자마자, 내 정신이 점점 아득한 곳으로 이끌리는 느낌이었어. 겨우겨우 정신을 붙들고 있으려니까 정신적인 압박이 더욱더 심해지더라. 막 정신이 빨려 들어가려는 그 순간에 주리가 나타나서 겨우 해결되었는데...”
“잠깐, 주리가 나타나서 어떻게 해결했는데?”
“아, 그건 오빠.”
주리가 입을 연다.
“별것 아니야. 그냥 다른 교실로 가서 바깥벽을 타고 교실 창문으로 가서 그 녀석한테 날아차기를 했지.”
“자... 잠깐... 바깥벽을 탔다고? 어떻게?”
“그냥... 눈을 감고 하니까 되더라.”
“야! 너... 너, 너무 무모한 거 아냐?
서언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한다.
“그러다가 떨어졌으면 어쩌려고 했어. 만약 그 상황에서 떨어져서 다치기라도 했다면 최소 병원 신세, 최대 사망이고, 그러면 너만 손해인 거야!”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때는 방법이 없었어.”
“아, 알겠어. 어... 어쨌든... 다른 건 없었어?”
“뭐 다른 거라면 있지...”
세훈은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이게 더 중요한 건데, 그 클라인이라는 선배가 말이지, 나를 콕 집어서 노리고 있더라.”
“정말? 왜 하필이면 너일까?”
“그러게 말이야. 나한테는 특별히 초능력 같은 것도 없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왔는데... 왜 그 선배는 딱 나만 집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네. 그 비숍이라는 녀석한테도 말하기를, 반드시 나를 클라인이라는 그 선배한테 무릎을 꿇려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이유인 걸까...”
“글쎄... 그 녀석이 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서언은 머뭇거리며 입을 뗀다.
“그런데... 하나 짐작할 수 있는 건 말이야... 클라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뭔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게 뭔데?”
“나도 모르지. 알면 바로 그걸 말하겠지.”
“하긴, 그러겠구나.”
세훈은 실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또, 서언이 형이 초능력자 가족을 두고 있어서 조금은 알 줄 알았는데...”
“내가 그걸 알면 그쪽 기관에 취업하려고 했겠지. 안 그래?”
“맞아. 맞는 말인데, 아무래도 형 같은 경우는 가족도 있고 하니까, 예를 들어 VP재단 같은 데 취업하면 뭔가 좀 더 쳐 주고 그러지 않나? 마침 할아버지도 국회의원이고...”
“그런 것하고는... 딱히 상관은 없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사람들이 그런 데 들어가면 부러워하지 않아?”
“그게 아니지. 아무리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뭐, 그렇기는 하지... 그건 그렇고, 그 선배가 나를 그렇게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것도 막막하네.”
서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길게 내쉰다. 서언 자신의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해야 할지 어렵다. 하지만 후배의 부탁에 대답을 안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리 역시 세훈과 서언을 번갈아 가며 본다. 주리 역시 매우 어두운 얼굴색을 하고 있다. 지금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느 정도는 주리가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장 그 비숍을 쓰러트린 게 주리이지 않은가? 서언은 머리를 박박 긁기도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하고, 눈을 마구 비비기도 한 끝에, 겨우겨우 입을 연다.
“잘 생각해 봤는데...”
“뭔데, 형?”
“내가 생각해 본 답은 이거야. 그 녀석이 너보다는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어. 하지만, 그 녀석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 봐. 그럼 너는 이길 수 있어.”
“아... 알았어. 고마워.”
세훈은 그렇게 말하기는 말했지만, 역시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세훈은 다시 머리를 감싸 쥔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봐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지 않나? 체육을 잘해, 머리가 특출하게 좋아, 돈이 많아, 그게 아니면, 집안에 권력이 있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공부 좀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가 그 선배를 이길 수 있는... 그 선배가 생각할 수 없는 게 뭐지? 도대체 뭐지? 세훈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음을 옮기려 한다. 바로 그때.
“세훈아.”
서언이 세훈의 어깨를 잡고 불러 세운다.
“어... 왜...”
“내가 큰 힘이 되는 말은 못 해서 정말 미안해.”
“아... 아니... 아닌데...”
“하지만 기억해. 네가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는 사실, 그것을 잊지 마. 알겠지?”
“고... 고마워...”
“그래. 이제 가 봐.”
주리도 세훈의 뒤를 따라 일어난다. 세훈과 주리는 벤치에 앉아 있는 서언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 미린 호수를 떠난다. 세훈은 걸으면서 한 번 더, 서언이 있는 벤치를 돌아본다. 서언은 그대로 앉아 있다. 세훈은 한 번 서언을 향해 웃어 준 후,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다시 앞으로 걷는다.

그리고 며칠 후, 미린고등학교의 점심시간. 점심 식사를 마친 세훈이 교실로 들어가려 복도를 걷고 있다. 요새 다른 반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조금씩 는 것 같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도, 아마도 그 클라인 패거리와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 막 F반 교실 옆을 지나는 그때.
“야! 베리 그 녀석 왜 안 나왔대, 오늘은?”
“몰라. 원래 좀 음침한 녀석이잖아.”
‘베리’라는 이름이라면... 베리 비숍! 무슨 일이지? 왜 오늘 안 나왔다는 거지? 세훈은 F반 뒷문 옆에 서서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한다.
“누구 말로는... 병원에 갔다고 그러던데.”
병원? 병원이라고? 이게 무슨 말인가?
“병원? 아... 아마 꾀병 부리고 며칠 누우러 갔겠지 뭐.”
“맞아. 며칠 안 보니 좋지, 안 그래?”
과연, 세훈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보통 안 좋은 평을 듣는 사람이라도 동정하는 사람 하나는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조차도 없다. 얼마나 주변에 평이 안 좋았으면, 하고 세훈은 생각한다. 잠깐. 그런데, 병원이라니? 세훈은 가장 먼저 비숍이 주리의 발차기에 맞아 쓰러졌던 그때를 떠올려 본다. 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당장 비숍은 조금 비틀거리기는 했으나, 5분쯤 정도 지나자 깨어나서 제 발로 멀쩡히 교실을 걸어나갔다.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는 건, 다음 날도 멀쩡히 학교에 나왔고, 그다음 날도 그랬다.?
세훈은 교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며칠 전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려는 그 때...
“거기서 혼자 그렇게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앤드루 카슨의 목소리다. 곧바로 앤드루가 세훈 바로 옆에 앉아 세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뭐 고민이라도 있어?”
“아... 아니... 딱히...”
세훈은 앤드루의 말에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에이! 뭐야, 그 말투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뭐가 있다는 거 아냐?”
“......”
“말해 봐. 이래 봬도 나 학생회 위원이고 또 우리 반에 상담역이라고.”
“그래... 네가 마음 써 주니까 고맙다. 고마운데...”
“고마운데, 라니?”
세훈은 앤드루의 말에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지금 당장 말하기는 곤란할 것 같아.”
“아... 그래?”
앤드루는 조금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한다.
“뭐가 됐든 좋아. 지금 말하기 곤란하면 천천히 말해도 돼. 하지만...”
앤드루는 여기서 다시 힘을 주고 말한다.
“그런 고민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내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꼭 말해야 해. 자기만 끙끙 앓고 그랬다가는 나중에 병이 돼. 알겠지?”
당연한 이야기이고, 세훈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세훈은 반쯤은 귀찮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고마워.”
“그래... 알았어. 나는 가 볼 테니까. 언제든 말해.”
앤드루가 세훈의 옆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대로 앤드루가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다. 앤드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세훈은 크게 한숨을 쉰다.
“아... 뭘 좀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까먹었잖아.”
세훈은 AI 시계를 켜고 *나라를 부른다.
“아... 세훈 님, 왜요.”
*나라는 귀찮은 목소리로 말한다. 세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내가 F반 옆에서 애들 말하는 거 듣고 있었을 때, 너도 듣고 있었지.”
“아... 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너는 비숍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겠어?”
“아...”
“정 모르겠으면 시내 병원들에 있는 환자 관리시스템 같은 데라도 침투해서 알아봐!”
“그... 그건... 제 권한 밖이라서 불가능하고...”
*나라는 어렵게 입을 뗀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세훈 님이 말하는 그 빈센트 클라인 씨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세훈은 ‘클라인’이라는 말을 듣자 바로 눈이 번쩍 뜨인다.
“그래? 설마 했는데... 확실해?”
“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분석해 봤는데, 95% 확실해요.”
“아... 알았어. 고마워.”
세훈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푹 하고 숨을 내쉰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고,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불안감의 한숨이다. 차라리 잊으면 좋겠지만... 잊을 수도 없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날 수만 있다면, 세훈은 그러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교실 문밖에서 뭔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세훈은 귀찮아하는 얼굴을 하며 고개를 살짝 들어 복도 쪽을 본다. 그냥 애들 떠드는 소리겠거니,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그 때.
“조세훈! 조세훈 어디 있어.”
교실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아주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다. 누구지? 누가 나를 찾는 거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1-31 18:23:50

상식이나 인지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사안을 접하면 여러모로 혼란스럽죠.

게다가 초능력의 존재가 인식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의 인물 다수가 위험에 휘말릴빤 했다면 더욱 혼란스럽지 않을 수가 없을 것도 뻔해요.


아무리 이성적인 추론을 해도 역시 경험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건가 싶기도 하네요.

SiteOwner

2020-02-02 20:39:40

아무리 제도가 발달했다고는 해도 역시 빈틈이나 허점 같은 게 안 생길 수가 없겠지요.

그러니, 학교내에서 초능력자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그 초능력으로 조종하려 들었다 겨우 무위로 돌아가는 등 온갖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초능력이라는 게 실체는 있더라도 제도권 내에서 공인되지 않으면 사실상 대책이 없으니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나저나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세훈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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