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
촤라락 소리를 내며 서류 묶음이 빠르게 뒤로 넘어갔다. 그와 함께 내 눈이 흩어보는 것은 서류 위에 새겨진 글자들.
?
‘없어.’
?
혹시나 내가 놓쳤을까 봐 몇 번이고 재확인했다.
어쩌면 근래 시력이 나빠졌을지도 모른다며 부분 둔갑으로 다른 동물의 감각 기관도 동원해 보았다.
하지만 몇 번을 반복해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
“왜 없는 거야……?”
?
내가 찾고 있는 이름이,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목록에서 보이질 않았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이럴 리가 없었다. 그녀의 이름이 길드원 목록에서 빠져 있을 리가 없다.
녀석은 제법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다. 나와 마스터를 제외하면 길드 내 최고 선배에 가까운 사람이다.
길드원 모두에게 사랑받던 사람이었다. 나랑 마스터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
“대체 이게 무슨 장난이죠?”
?
그렇기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필시 누군가가 장난을 치고 있겠지.
나에게 가짜 서류를 보여주고 이렇게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일 거다. 그리고 ‘예상보다 늦게 깨달으셨네요, 선배’라고 말하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나는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내 옆에 서 있는 이에게 시선을 건넸다.
지금 그곳에 있는 것은 심부름꾼 길드 마스터인 제니퍼. 평소 그 녀석과 친했던 만큼, 마스터 역시 분명히 이 장난에 동참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야만 한다.
?
“아침부터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 너는?”
?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의 저 태도는 무엇일까? 왜 진심으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짜증 가득한 어조로 말하는 것일까?
?
“장난 그만치세요! 이런 거 하나도 재미없단 말입니다!”
?
나는 수많은 조짐과 그로 인해 불어나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채, 마스터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똑같은 반응뿐.
?
“하, X 같은 새끼. 최근 정신 좀 차렸나 했더니, 갑자기 이게 뭔 지랄이냐…….”
?
그녀는 늘 쓰고 다니던 단안경을 잠시 내려놓고 미간을 검지와 엄지로 꾹 눌렀다,
여전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짜증과 피곤뿐.
?
“진짜 이해가 가질 않거든?”
?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대체 오드리가 누군데?”
?
내 기대를 철저하게 박살 내는 그 말을…….
?
?
*** ***
?
?
사건의 시작은 고작해야 몇 시간 전이었다.
빈민가에서의 사건이 끝나고 약 한 달.
빅토리아와 에스텔은 길드원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길드 건물에서 그녀들을 만나는 건 이미 일상이 되었다.
이전에 비하면 조금 더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나날.
하지만 그런 도중에도 나는 한 사람의 부재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오드리.
내 학교 후배이자, 길드 후배. 그리고 나를 다시 일으켜 준 은인 중 한 사람. 그녀는 장기 의뢰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 돌아오질 않고 있었다.
?
‘분명 의뢰 기간은 벌써 끝났을 텐데…….’
?
처음에는 단순히 의뢰가 연장되거나 아니면 의뢰가 끝나자마자 휴가를 떠났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장기 의뢰란 것이 길이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흔할뿐더러, 의뢰가 끝나면 휴가를 주는 것이 관례였으니까.
?
‘하지만 이건 좀 너무 긴데…….’
?
내가 모르는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오드리?”
“오드리가 누군데, 형씨?”
?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느라 눈치채지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남부인 특유의 갈색 피부를 한 건강미 넘치는 소녀.
빅토리아.
빈민가에서의 사건 이래 심부름꾼 길드에서 같이 일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권능으로 식힌 차가운 차를 손에 든 채 어느새 내 곁에 와있었다.
?
‘이런 입 밖으로 내뱉은 건가?’
?
제법 오랫동안 자취 생활을 하다 보니 혼잣말 습관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냥 생각만 하려고 한 건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어버린 모양이다.
?
“여자 이름 같은데……, 같은 길드원이야?”
?
자신이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 때문일까? 빅토리아는 어째서인지 나를 조금 추궁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물어왔다.
?
‘그러고 보니 빅토리아는 오드리를 만난 적이 없었지?’
?
특유의 친화력 덕에 어지간한 길드원들과 친분을 쌓은 그녀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다.
?
“오드리는 말이야…….”
?
나는 빅토리아의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도록 내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했다.
오드리가 학창 시절부터 내 후배였다는 이야기. 내가 폐인이나 다름없던 시절에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주었다는 사실. 처음 사도가 되었을 무렵, 방황하던 나를 잘 잡아주었던 사건. 그리고 나를 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는 것까지…….
어째 이야기를 들을수록 빅토리아의 표정이 상당히 미묘해지며 ‘형씨, 생각보다 인기가 있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래도 기분 탓일 것이다.
?
“그럼 지금은 장기 의뢰를 나간 거야?”
?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더니, 슬슬 지루해졌는지 빅토리아가 내 말을 끊었다.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언뜻 살짝 불쾌감이나 소외감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
‘이런 쓸데없이 너무 떠들었나?’
?
예전에 자기 무용담이랍시고 진도는 나가지 않고 떠들어대는 늙은 교수들을 속으로 욕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도 점점 똑같아진 모양이다.
?
‘쯧, 아직 나이를 그렇게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
이런 식으로 서서히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
‘앞으로 조심해야지.’
“응, 아무래도 여기 의뢰 목록에 이름이 있을 거야.”
?
나는 마음속 깊이 반성하면서 빅토리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뢰 목록을 살폈다.
그런데…….
?
“음?”
?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질 않았다.
?
‘조금 피곤한가?’
?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조금 전 떠들던 것처럼 서서히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인지, 찾고 있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
“여기 분명히 있을 텐데?”
?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의뢰 목록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누가 장난으로 지웠을까 싶어서 부분 둔갑으로 다른 생물의 감각을 끌어와 흔적을 찾는 것은 덤이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조그마한 흔적조차 보이질 않았다.
?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
그런 내 태도를 이상히 여겼는지 빅토리아가 나에게 질문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답할 정도로 내 두뇌는 여유가 있질 못했다.
?
“어째서?”
‘왜 없는 거지?’
?
그럴 리가 없다. 머릿속이 오직 그 하나의 사고에 사로잡혔다.
오드리의 길드에서의 입지를 생각하면 절대로 정보가 누락되었을 리 없다. 설령 누가 실수로 지웠다고 해도 누군가가 바로 복구시켜놨으리라.
그런데 왜 없는 것일까?
?
‘젠장!’
?
도저히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아 머리를 손으로 벅벅 긁어댔다.
?
“괜찮아 형씨?”
?
그런 내 상황에 당황했는지 빅토리아가 뭐라고 말을 걸어왔지만, 고막을 넘어선 그녀의 목소리는 유감스럽게도 두뇌에는 닿질 못했다.
?
“뭔가 문제라도 있나, 그레고르?”
?
그런 내 모습이 눈에 띄기라도 한 것일까? 근처에서 업무를 보며 가끔 나랑 빅토리아를 흘겨보던 에스텔이 심각한 분위기를 읽고 나에게 다가왔다.
?
‘그래, 에스텔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거야!’
?
빅토리아와는 달리 에스텔은 오드리와 직접 만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이 상황에 대해 나와 걱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은 오드리의 이름이 목록에서 보이질 않아서요.”
?
나는 혹시나 아는 것이 있을까 싶어 반색하며 에스텔에게 말을 걸었지만.
?
“그 미안하지만 그레고르……오드리가 대체 누군가?”
?
돌아온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던 대답이었다.
?
“……기억이 나질 않나요?”
?
어느새 내 목소리는 눈에 띌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느껴지는 당황의 흔적. 하지만 그걸 에스텔이 읽어내든 말든 상황은 변하질 않았다.
?
“모르겠다.”
?
에스텔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 그녀는 결국 오드리에 대해서 하나도 떠올리질 못했다.
?
“그때 블레어에게 같이 인질로 잡혔었잖아요?”
?
혹시나 해 과거의 사건을 들추어 보기까지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
“기억에 혼란이 온 것은 아닌가? 그때 잡힌 것은 분명 나 혼자였다.”
?
에스텔은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내게 대답했다.
?
‘오드리를 기억하질 못한다고?’
?
더운 날씨 때문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갔다.
?
‘어떻게 된 거지?’
?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모두가 오드리를 잊어버리고 있다. 아니, 오드리를 망각한 것을 넘어 서류로 남아있는 오드리의 정보 역시 완전히 소실된 상태다.
마치 누군가가 세계에서 그녀를 지워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
‘하지만 어째서?’
?
대체 누가 왜 오드리에 대한 정보를, 아니 정보를 넘어 ‘현실’을 조작한단 말인가? 오드리는 뛰어난 연금술사이지만 기껏해야 그게 전부. 고작해야 심부름꾼 길드에서 일하는 무수한 마법사 중 하나일 뿐이다.
?
‘이유가 없어.’
?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 하나만을 노리고 이런 짓을 할 이유가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애초부터 오드리란 존재가 실존하지 않았고 나의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인데…….
?
‘그럴 리가 없어!’
?
단순히 나의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내 기억에 지나칠 정도로 구멍이 많이 뚫리게 된다.
?
‘분명 남아있는 증거가 있을 거야! 그래, 적어도 마스터만 볼 수 있는 서류들이라면……!’
?
생각의 흐름이 거기에 미치자 내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향하는 곳은 마스터의 집무실.
쾅-!
?
“뭐, 뭐야?!”
?
급한 마음에 문짝을 부술 것처럼 크게 문을 열자 마스터가 당황한 목소리로 찻잔을 떨궜지만, 지금 내게 그런 건 ‘사소한 일’일 뿐이다.
?
“당장 모든 서류를 보여주세요.”
?
내가 생각해도 미친 소리가 내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왔다.
?
“이 새끼가 돌았나?”
?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빠르게 일그러지는 마스터의 얼굴. 그런 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내게 가해질 수 있는 온갖 불이익-이를테면 급여 삭감-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시간이 아니다.
?
“빨리! 오드리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
“아니, 그러니까 오드리가 누구?”
“닥치고 빨리 넘기라고요!”
“아, 알았어. 하지만 그냥 넘어가진 않을 테니까 각오해라?”
?
결국, 그냥 말로는 내가 멈추질 않으리라고 생각했는지 마스터는 내게 서류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류를 넘기길 한참.
나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
“하…….”
?
입에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없다.
마스터만 읽을 수 있는 길드 내 보안 서류를 읽어도 오드리의 이름 따위는 어디에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녀가 한 일은 전부 나 아니면 다른 길드원들이 했던 일로 남아있을 뿐. 심지어 블레어 사태 때 일어났던 납치 건은 단순히 부주의에 의한 화재 사고기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
‘제길 어떻게 된 거지?’
?
설마 진짜로 내 기억이 이상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점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
‘제길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
하지만 누가 있을까? 에스텔과 길드 마스터, 그리고 보안 서류마저 조작된 이 상황에서 내가 누구를 믿을 수 있지? 그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
‘잠깐, 굳이 ’사람‘일 필요가 있나?’
?
있었다.
오드리와 만난 적이 있는 존재가. 조작하려고 해도 조작할 수 없는 이가. 그 어떤 수작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여신이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
“이드라 님.”
[참으로 오랜만에 부르는구나, 나의 사도여.]
?
너무 오랜만에 호출한 사실에 기분이 상하기라도 하신 것일까? 살짝 토라진 느낌이 드는 이드라 님의 근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오드리를 기억하십니까?”
?
나는 눈을 꼭 감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그녀마저 오드리의 존재를 부정할까 봐, 진짜로 나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올까 봐 너무나도 무서웠다.
?
‘제발, 제발!’
?
부디 기억하고 있기를…….
분명 일 초조차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건만, 걱정 때문인지 일 겁 이상의 기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
[그대랑 친하던 계집아이 아니더냐? 그 아이에게 무언가 삿된 일이라도 생긴 것이더냐?]
?
다행히도 내가 기대하던 그것이었다.
풀썩-!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메마른 웃음.
?
“하, 하하하.”
‘역시 망상이 아니었어.’
?
오드리는 분명 실존한다. 아니 실존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순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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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지?’
?
왜 그녀의 존재가 소실된 것이지?
머릿속에 그녀와 관련된 모든 사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오드리랑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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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옳다면 에스텔이 자유를 찾기 이전에 한 번 그녀와 만났고, 그 이후에는 장기 의뢰를 받아 모습을 보지 못했다.
?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나와 했던 얘기는?’
?
그 순간, 떠오른 건.
?
‘블레어!’
?
살인귀이자, 이골로냑의 사도인 녀석의 얼굴.
나는 보어헤스 백작과의 결투에서 이기기 위해 녀석과 거래를 했다.
내가 얻은 것은 고유 권능을 얻는 방법. 그리고 녀석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편지 배달. 그 편지는 본래 내가 배달하려고 했지만, 오드리가 대신 전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
‘오드리가 의뢰를 맡은 곳이, 블레어가 편지를 보내라는 장소였으니까.’
?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
“마스터, 당분간 휴가를 쓰겠습니다.”
“뭐, 이 새끼야?!”
?
내 갑작스러운 선언에 마스터의 얼굴이 이제는 붉다 못해 검게 물들었다. 나이대를 생각하면 당장 고혈압 때문에 쓰러질지도 모르는 상태. 그 사실에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대답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럼 휴가 처리 좀 부탁드립니다.”
“뭐, 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무슨 헛소리를……!”
?
뒤에서 마스터가 고래고래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빅토리아와 에스텔 역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들에게 상담할 시간 또한 없었다.
?
“오늘 저녁 우리 집으로 와주세요.”
?
나는 걸음을 멈추질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그곳에 가야만 했다.
블레어가 있던 장소, 지하 감옥 최심부에……!
?
‘기다려, 오드리!’
?
나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어떻게든 떠올리며 서둘러 움직였다.
나마저 그녀를 잊는 일은 없기 위해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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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설정 이야기를 잠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이번 화부터 새 장(Act)이 시작되는 만큼, 다음 화부터는 풀어쓸 설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다 보니 설정에 대해 풀어 쓰기에 조금 어려워서요. 기묘하게도 근래 가장 쉽게 쓰인 화입니다. 머리가 복잡한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
어찌 되었든 드디어 오드리 에피소드의 시작입니다. 첫 장부터 등장한 캐릭터인데 이제야 해당 캐릭터가 메인인 이야기가 나오네요. 그럼 앞으로의 전개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7-04 22:32:05
오드리의 존재 자체가 딱 그것만 노려서 삭제되다니...
길드마스터에게는 물론, 에스텔과 빅토리아에게도 그녀의 존재가 싹 사라져 있다니, 정말 끔찍하네요.
그나마 불행중 다행은 이드라 님에게는 오드리에 대한 기억은 물론 오드리가 의뢰를 맡은 곳에 대한 정보가 잔존해 있다는 것...그레고르가 역시 빨리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그러고 보니, 청춘 돼지 시리즈도 같이 생각났어요. 여기서는 한때 인기 아역여배우였지만 돌연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사쿠라지마 마이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글자 그대로 투명인간이 되어 가는 사쿠라지마 마이와, 그녀가 도서관에서 바니걸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알아본 아즈사가와 사쿠타가 각각 겪고 있는 마음 속의 부담이 꽤 가슴아프죠. 시프터즈에서는 이것과 유사한 것이 더욱 깊게, 하지만 오드리에 대한 것은 알 수 없는 채 그레고르가 외로운 투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마음아프게 느껴지고 있어요.
이제 오드리 에피소드의 시작이군요. 기대감에 걱정이 겹치고 있어요.
Papillon
2021-07-11 12:10:32
이런 현상은 작중 세계관에서도 그리 평범한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정해져 있지요. 그것을 찾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초반부가 될 것입니다.
다른 히로인들과는 달리 오드리는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 본인의 에피소드가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이전처럼 쉽게 해결되진 않겠죠. 자세한 건 앞으로의 스토리를 지켜봐 주시길.
SiteOwner
2021-07-11 15:57:39
특정인에 대한 존재 자체가 저렇게 소멸되어 있다니, 참으로 지독하군요.
물론 평범한 사람의 소행은 아닐 것이고 분명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높은 권능의 소지자이겠지만 사실 그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그레고르로서는 환장할 노릇일 것입니다. 빅토리아와 길드마스터는 그렇다 치더라도, 에스텔까지 저렇게 되어버렸으니 그 심정은 정말 하소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레고르의 결의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굳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겠습니다.
제 경우는 완전히 기억이 소멸된 것은 아니었지만, 군복무 후 복학했을 때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헛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습니다. 납북되었다느니, 군에서 사고로 죽었다느니, 해외에 망명했다느니 등등 이야기가 나돈 모양인데 최소한 일단 저의 존재가 말소된 건 아니니 불행중 다행이라 할까요. 아무튼 복학하고 나니 그런 소문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런 소문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 하나 반성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Papillon
2021-07-14 03:16:06
일본의 소년만화 “원피스”에서 나오길 사람이 진정으로 죽을 때는 모두에게 잊힐 때라고 하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모두에게 강제로 잊히는 건 실제로 죽음과 같은 고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식의 헛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정작 책임은 전혀 지질 못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