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50원이 모자랐던 어느 소년 이야기와 2% 담론

SiteOwner, 2021-11-24 23:07:02

조회 수
128

국민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교과서에 소개된 이야기 중에는 250원이 모자라서 집에 갈 차표를 못 사서 버스터미널에서 울고 있던 소년이 도움을 받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당시 버스요금이 100원이라서 250원은 매우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1980년대로부터 30여년 이상 지난 2021년 올해에도 250원의 가치가 낮아졌을지언정 그게 돈이냐 하는 호언장담은 절대 못합니다. 구입하려는 물품의 가격이 200,000원인데 250원이 모자란 199,750원을 내밀면 그 돈이 얼마 안된다고 순순히 받을 상인이 있을 리가 없고, 모자란 금액의 추가지불을 요구하거나 물품의 인도를 거부하거나 하는 게 보통이겠지요. 할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미리 내세운 할인율을 내세우거나 끝자리의 소액을 면제해 준다든지 하는 호의를 베풀 따름이지 처음부터 모자라는 금액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부터 안 하는게 맞습니다.

흔히 "종부세" 로 약칭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 여러모로 시끄럽습니다.
종부세 부과대상이 전국민의 2%밖에 안되니까 문제없다, K-세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등등 합리화하는데, 설령 그 담론이 맞더라도 2%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최소한 좋은 쪽으로는 안 보이는군요.

처음의 250원 모자란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50원이 2%려면 총액은 12,500원이겠습니다. 고작 2%라고 250원을 무시하면 나머지 98%인 12,250원의 용도가 멀쩡할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한다면 또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써야 할 분야가 확실하게 있는 이상 그 선택지는 고려할 대상조차 안 됩니다. 처음에 언급된 그 소년이 해야 할 것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인데 그걸 포기하면 되잖아 하고 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결론은 났습니다. 2%라고 무시했다가는 남은 98%도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

2%밖에 안된다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니 저 또한 그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2% 담론을 말하는 자들에게는 위의 이야기에 나온 소년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98%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흙 한 삼태기가 모자라서 태산을 못 쌓았다는 옛 사람의 탄식도 귀담아듣지 않는 그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있겠습니까. 남의 사례로도 못 배우면 자신의 사례로 배우는 수밖에. 그런데 그것도 기대할 생각이 안 듭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11-27 01:28:36

"전국민의 2%가 안되니까 문제없다"는 건 꽤 위험하네요.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는 "무슨무슨 인종은 대한민국의 2%가 안 되니까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된다"고 할 거 같아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한 시안에서 소수를 무시하는 발언은 더 큰 시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수를 묵살하려고 하겠죠. 좀 그런데...

SiteOwner

2021-11-29 21:00:42

전국 인구가 5300만명 안쪽인데 2%면 1/50이니까 106만명이 됩니다. 이 정도는 경기도 용인시나 경상남도 창원시의 인구와 비등한 수준인데 이 정도 규모의 사람들을 차별해도 좋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면 사실 정치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많든 적든 국민은 국민이고 존중받아야 하며 정치는 국민의 삶을 지키면서 국민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대립을 완화해야 하는 것인데 저 발언은 그러한 정치의 의미를 전면부정하는 성격의 것이기에 관점의 차이 등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말씀하신 그런 위험한 발상이 실현된 것이 있습니다.

1933년에서 1945년까지의 나치독일에서 유태인말살로 실현되어 600만명의 유태인이 학살당했습니다. 그리고 1956년에는 남아프리카에서는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반투스탄(Bantustan)이라는 국가가 등장하여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 후 1994년이 되어서야 해체됩니다. 홀로코스트와 아파르트헤이트를 겪고 나서도 배운 게 없습니다. 사실 배움을 거부한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만...


오늘 국내 정치권에서 일어난 발언이 또 재미있습니다. 이건 잠시 후 글을 따로 써 보겠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59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4736

스노우 레인보우 레일로드

4
  • file
마키 2021-11-24 170
4735

250원이 모자랐던 어느 소년 이야기와 2% 담론

2
SiteOwner 2021-11-24 128
4734

화성과 인간 1 - 막연한 공포 속 붉은 행성

2
SiteOwner 2021-11-23 142
4733

여러가지 이야기.

3
시어하트어택 2021-11-22 124
4732

살아가는 이야기 몇 가지

2
SiteOwner 2021-11-21 123
4731

주일미군 관련으로 2가지 이야기

2
SiteOwner 2021-11-20 118
4730

지하화 주장과 인신공격의 가격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

2
마드리갈 2021-11-19 124
4729

예전에는 못 먹던 것을 잘 먹게 되었어요

8
대왕고래 2021-11-18 164
4728

지금 이 시간에는 수능을 보고 있다죠 (+ 번역가의 길)

6
Lester 2021-11-18 149
4727

만남과 이별

4
  • file
마키 2021-11-18 136
4726

프랑스제 상용차 르노 마스터를 보면서 느낀 것들

2
  • file
SiteOwner 2021-11-18 131
4725

휴가 돌아왔는데 몸이 욱신거리네요

3
대왕고래 2021-11-17 116
4724

남아프리카 항공(SAA)의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1984년)

4
  • file
B777-300ER 2021-11-16 117
4723

창문없는 대학기숙사라는 사회실험

4
  • file
마드리갈 2021-11-16 140
4722

전통의 대기업들이 분할의 길로

1
마드리갈 2021-11-15 126
4721

영화 <고장난 론> 감상후기(스포없음)

3
시어하트어택 2021-11-14 115
4720

근황 및 웹소설 이야기

6
Papillon 2021-11-14 142
4719

COP26 개최지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드러난 반문명주의

2
SiteOwner 2021-11-13 125
4718

심란한 이번 주와 근황. (번역자의 딜레마 外 다수)

4
Lester 2021-11-12 127
4717

회사 컴퓨터 휴지통을 비우지 않기를 잘했습니다

2
대왕고래 2021-11-12 12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