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육안관찰이 가능한 행성으로 표면이 붉은 암석과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암석의 재질은 대략 규소, 산소 및 각종 금속원소의 화합물로 추정되고 있다 보니 붉은색도 산화철 등의 화합물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화성의 지상에서 활동중인 탐사선의 분석으로 조금씩은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이것 또한 부분적인 관찰의 소산일 뿐이고 아직은 일반화하기도 힘든 수준인데다 아직 인간이 화성 표면의 광물을 직접 접한 적이 없다 보니 정보가 매우 불충분한 게 사실입니다. 그것조차 불가능했던 전근대의 사람들은 그런 화성의 색이 붉으니까 어떻게든지 붉은색과 화성을 연관지을려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었습니다.
붉은색의 사물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인간의 피, 연소과정에서 생기는 불, 일출과 일몰에 보이는 붉은 빛 등이 있습니다. 모두 강렬합니다. 그렇다 보니 전쟁을 연상하기 쉽기도 합니다. 화성의 라틴어표현은 물론 영어, 독일어 및 프랑스어 등 각종 유럽언어에서의 명칭이 로마 신화의 군신 마르스(Mars,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Ares))에서 유래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데다 동양에서도 형혹성(熒惑星)이라고 불리면서 전쟁의 조짐을 예고하거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불길한 별로 인식되는 등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런 화성은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죠반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Schiaparelli, 1835-1910)이 1877년에 화성의 표면을 망원경으로 관측하여 남긴 스케치가 1879년과 1881년에 그의 저작물로 발표되면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그의 저작물에서는 화성 표면에 있는 수많은 수로(Canali)가 언급되는데 이것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수로에 해당되는 단어인 채널(Channel)이 아니라 운하를 의미하는 캐널(Canal)로 오역되어 버렸습니다. 채널이라는 단어는 자연수로이든 인공수로이든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지만 캐널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운하는 어디까지나 선박의 통항을 위해 인공적으로 굴착한 수로일 따름으로 선박의 통항이 가능한 자연하천을 운하라고 부르는 일이 없으니까요.
이런 오역 덕분에 화성이 가진 불길한 이미지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그리고 19세기가 끝나가던 1898년에 발표된 영국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Hebert George Wells, 1866-1946)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에서 문어같이 생긴 기괴한 모습의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내용이 묘사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형성된 화성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해서 1960년대의 미국의 화성탐사선 매리너 4호가 화성표면을 촬영한 사진에서 화성에 인공구조물이 전혀 없음이 확인된 지금에도 화성은 뭔가 기괴함과 위협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화성인으로 부른다든지, 일본의 애니 알드노아 제로(アルドノア・ゼロ)에서는 우주개발이 현실세계에서보다 월등히 빠르게 이루어져 화성의 고대문명의 유적이 발굴되고 이것을 이용하여 인류가 지구와 화성간의 왕래를 실현하고 화성개척도 20세기 안에 실현되지만 개척자들과 지구 본토인들의 대립으로 화성개척자들이 버스 제국을 수립하여 이후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도 이러한 화성에 대한 이미지 고착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화성에 대한 이미지를 그린 음악도 있습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의 작곡가 거스테이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가 1918년에 공개한 관현악조곡 행성(The Planets)의 제1악장이 바로 화성입니다. 영어 원제는 화성, 전쟁을 가져오는 자(Mars, the Bringer of War). 군대의 행진, 격렬한 전투 및 전투가 끝난 후의 파국적인 상황과 적막을 상징하는 이 음악은 역시 인류의 화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7분 내외의 시간동안 선명히 보여주는 역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향후 추진중인 화성탐사계획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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