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2] NFT, 게임의 혁명인가 신기루인가? (디스이즈게임)
[NDC22-메타버스&NFT] NFT, 게임의 혁명인가 신기루인가? (원본, 유튜브)
사실상 이미 끝장난 NFT 논쟁이라기보다는, 친한 지인 분께서 'NFT에 대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링크한 글이셔서 읽어보려고 가져온 글입니다. 원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눈치 안 보고 인용하기도 쉽고, 아무래도 정식 편집을 거쳐서 작성된 글이다보니 훨씬 읽기도 편하더군요. 하지만 애초에 NFT의 허실을 알고 싶어서 읽은 것이니만큼, 공유도 할 겸 나름대로 제 생각 내지 반박을 해보려고 포럼으로 가져왔습니다.
실제 원문에서의 단락명을 가져오되 문단별로 구분하기 쉽도록 번호를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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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FT란 무엇인가? 진실 혹은 거짓
본문을 간략히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간의 인식과 달리 블록체인이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건 거짓이다.
- 블록체인의 특성으로는 다음 4가지가 있다.
(1) 탈중앙화 - 인터넷 투표 기능으로 의견 충돌 보완
(2) 투명성 - 정보 공개
(3) 데이터의 불변성 - 데이터의 공동 소유 및 동의
(4) 가용성 - 중복 저장을 통해 데이터 파괴 방지
- 이 중 (2) 투명성과 (3) 불변성이 NFT에 사용된다.
- 아파트 등기권리증 비유 : 소유권만 이전될 뿐 아파트 디자인 권리는 건설사가 계속 가진다.
- 블록체인 내에 저장되는 건 사본이며, 인터넷 어딘가에 보관된 원본은 관리하지 못할 경우 해킹 및 삭제될 수 있다.
- 불법 복제도 차단할 수는 없지만 원본 주소를 통해 원본을 식별하고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까 어지간해선 틀리지 않을 테니 내용 자체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기자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특성 외에 강조하는 굵은 글씨를 '해킹이 불가능하다'에 쳐놨더군요. 실제로는 '해킹될 수 있다'인데 강조 처리 때문에 대충 읽으면 '해킹이 불가능하다'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아파트 등기권리증 비유를 통해 NFT를 간단하게 설명한 건 좋지만, 그 뒤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이 살짝 복잡합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 한국말 특성상 무슨 문장을 뒤에 두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고 할까요? 불법 복제보다 원본에 대한 해킹 및 삭제가 더 큰 문제임에도,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문제인 불법 복제를 뒤에 배치함으로써 은연중에 '마찬가지로 해킹 및 삭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건 아닌가 하고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불법 복제에 대해서는 '모나리자 NFT를 샀더니 영수증만 주더라' 같은 촌철살인적 비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법 여부나 의도에 상관없이 가짜를 갖고 있어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하는 경우 진품증명서인 NFT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거죠. 진품임을 보장하지 그 가치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거래된 바 있는 몇몇 사례(특정 트윗, Nyan Cat 이미지[무지개를 휘날리며 우주를 날아가는 고양이를 묘사한 8비트 GIF. 원래는 GIF만 있었고, 같이 유명해진 음악은 원래 상관없는 별도의 곡임] 등)는 원본도 NFT도 무슨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경우죠.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 생각났습니다. 보드게임 중에 보석 거래를 다룬 "에델, 스타인 앤 라이히(Edel, Stein & Reich, 국내 미정발)"가 있습니다. 옛날에 짧게 한두번 해본 경험을 토대로 적자면, 이 게임에서 거래 수단은 현금과 보석(현물), 그리고 진품보증서로 총 3개입니다. 세부사항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점수를 내는 게 목적이니만큼, 보증서가 현금 및 보석과 비슷한 가치를 갖고서 거래되거나 업적 점수를 위해 보유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떻게 보면 NFT도 이 게임의 보증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아마도) 하지만 이 진품보증서도 그 진품이 '실존'한다는 전제하에 거래될 것입니다. 만약에 그 '진품'이 사라지면? NFT도 막말로 '디지털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데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그마저도 현실 세계의 보석 같은 귀중품, 즉 '현물'은 가치가 변하긴 해도 이해관계에 따라 돌고 돌 뿐이지 사라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낱 '보증서'인 NFT는 어떨까요? 과연 현물을 놔두고 보증서를 거래할까요?
#2. 왜 사람들은 NFT에 열광하는가?
- 최초의 NFT 사례 : 크립토펑크
= 컴퓨터에 기본적인 정보만 입력하여 무작위 이미지 생성
= 이 이미지 1만 개를 판매하고 그 소유주를 블록체인으로 기록 및 공개
= 처음에는 시들했지만, Mashable이라는 언론의 취재와 유명인들의 입찰로 인해 가격 증가
- 즉 소유욕과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
이 단락도 위와 마찬가지로 서술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갑자기 '미술품이 고가에 거래되려면 상징성과 역사성이 필요하다'면서 갑자기 '소유자와 전시된 미술관이 얼마나 유명한가'를 따지더니, 크립토펑크의 실제 거래 내역을 언급합니다. 아 물론, 대부호들이 (대중들은 하나도 모르겠다며 질색하는) 현대미술을 이리저리 거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루브르나 대영박물관까지 들어가던가요? 미술품은 상징성과 역사성을 따지면서 왜 NFT는 그걸 따지지 않는 걸까요? 그것도 진품이 아닌 한낱 보증서로 말입니다. 오히려 이 경우 진품도 보증서도 평가하기 모호하니 더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위의 특정 트윗이나 Nyan Cat 이미지를 거래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치를 따지기 애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문이나 요약문에 나왔던 개인마다 그 기준이 천차만별인 '욕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욕구의 원인이 되는 언론의 취재와 유명인들의 입찰 - 즉 '대중의 관심'의 영향이 더 큽니다. 이걸 한 문장으로, 모 스트리머에 의해 탄생한 밈을 빌어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린 이것을 '허영심'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뭐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니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위의 보증서 이야기로 돌아가면 달라집니다. 고가에 거래될 것 같아서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유명인들과 작당해서 폭리를 취한 사기였다면? 주식에서 많이 보던 그림 아닌가요?
#3. NFT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 (NFT 게임으로도 불리는) 최초의 P2E(Play to Earn) 게임 : 크립토키티
=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구입하고, 이 교배되어 미묘하게 달라지며 NFT가 부여된 새끼 고양이를 매매할 수 있다.
= 재미 측면에서는 별로이지만, 최초 적용 사례라는 점 때문에 콘텐츠와 팬덤이 형성됐다.
(1) 그렇다고 무작정 게임 아이템에 NFT를 부여한다고 되는 건 아니므로, 강력한 '상징성'이 필요함
= 사례 :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 NFT - 1분 만에 완판, 고가에 거래되는 인쇄된 초판본과 비슷함
(2) 또한 이를 사고 싶어하는 강력한 팬덤이 필요함
= 그래서 팬덤의 유지를 위해 멤버십 특권처럼 부가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음
(3) 그 밖의 장점
= 매매 이력을 통해 중고 시장을 통제하여 가짜의 유입을 막을 수 있음
= 제작 정보를 NFT로 첨부하고 블록체인으로 공개하여 ESG 경영(지속가능 성장) 및 신뢰성 보장
= 추급권을 통해 재차 매매되는 물건으로부터 원작자에게 로열티 지불 가능
= 신뢰성 있는 중립지역에 아바타 데이터를 블록체인 및 NFT로 저장하여 다수의 메타버스를 자유로이 왕래
= 메타버스 제작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이익을 나눠가지는 '프로슈머' 생태계 구축 가능
NFT를 활용한 BM(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돈 벌 궁리를 못하는 제가 봐도 구멍난 부분들이 몇 군데 보입니다. 아는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풀어 보겠습니다.
일단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한 크립토키티의 몰락이 여기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사실 기사 스스로 NFT 게임(=P2E 게임)의 단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별로'라고 말이죠. 그것도 '놀면서 돈을 버는' 게임에서 말입니다. '논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데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거죠?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크립토키티는 이미 전세계에 상륙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애초에 이 '놀면서 돈을 번다'는 말의 모순은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놀기보다는 현금성 아이템의 '파밍(Farming, 농사. 여기서는 아이템의 생산)'에만 치중하는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잡한 그래픽을 원인으로 삼기도 하지만, 그래픽이 훌륭하다고 한들 결국 소수의 '명작(?)'만이 초고가에 거래되는 형태가 됩니다) 그리고 최초 적용 사례라는 '역사성' 덕분에 콘텐츠와 팬덤이 형성됐다고 하는데, 앞서 말했지만 '팬덤'이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의 확장세였던데다(뭐 커뮤니티가 있긴 했으니 거짓말은 아니지만요) 팬덤은 '좋아서' 생기는 거지 굳이 '역사성' 같은 고상한 의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애착'이죠.
그래서 이를 보충하듯이 그 다음에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의 사례를 들면서 '상징성'을 조건으로 내세웁니다. 정확히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의미한 것 같지만요. 분명 맞는 말입니다. 위에서 말한 예술작품도 그렇지만 매매 이전에 감상할 가치는 있어야 하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해당 웹툰의 NFT가 1분 만에 완판됐다며 인쇄 초판본과 동일시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NFT는 증명서이지 원본이 아닙니다. NFT를 사봤자 어둠의 경로에서 스캔본을 다운받으면 게임 끝나요. 이는 NFT 이전부터 이미 해악이 상당하여, 여러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가 지금도 덕지덕지 카지노 광고를 달고서 단속을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인쇄 초판본은 손때는 타더라도 '실물'이 남지 않습니까. 인쇄날짜와 ISBN라는 충분한 보증서도 있고 말이죠.
원본 콘텐츠에 NFT을 붙여서 팔고 부가기능을 더해주는 것 정도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독서비스나 약정 같은 것과 비슷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만 명확한 예시를 들지 않은 건 둘째치더라도) NFT를 꼭 붙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오히려 NFT를 붙여서 서비스 가격이 더 비싸지지 않을까 싶네요. 예시가 없는 건 그 때문일까요?
그나마 매매 이력을 통한 가짜의 유입 방지, 제작 정보 제공 및 공개 같은 건 아주 훌륭하다고 봅니다. 특히 본문의 사진처럼 가격표나 제품 내부의 꼬리표에 QR코드처럼 찍혀 있으면 괜찮겠죠. 다만 기업에서 약관도 속이는데 NFT라고 못 속이겠느냐는 도덕적 문제가 있는데다, 일반인의 눈으로 진품과 구별이 되지 않는 슈퍼 페이크가 한낱 체크무늬 같은 QR코드 혹은 비슷한 태그를 복제하기 퍽이나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추급권 같은 경우는 관련 문제를 다룬 기사가 있기에 링크로 대체합니다. [커지는 시장, 재판매 로열티 '추급권' 논쟁 불붙었다 (더벨)]) 어쨌든 이 '제품 정보 공개'는 잘 활용하면 품질보증 측면이 향상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봤자 단계 하나가 더 생긴다 뿐이지 엄청 획기적인 발전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화제인 메타버스인데, '여권'처럼 여러 메타버스를 들락날락할 수 있다는 점은 저 같은 게이머 내지 가상세계 애호가에게는 꽤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딱히 관심도 없는 메타버스로의 통행권을 빌미삼아 고가에 책정할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기사에서 말한 '신뢰성 있는 중립지역'이 대체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SNS로 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용자DB가 한 곳에 모이는 셈인데, 출입구가 많아지는 만큼 오히려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빅 브라더는 물론이고 내부유출자도 있을 테고요. 뭐 NFT전문관리회사 같은 게 생기겠지만 그것도 경쟁 때문에 당분간은(혹은 계속해서) 업체가 난립할테고, 검증받은 소수가 남더라도 독과점에 의한 담합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도착하고요. (특히나 NFT는 아직 법적 기준도 없다는 점에서, 법원이 정보공개를 명령해도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불복하지 않을까의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각 메타버스 제공자가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개발사의 제작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수익이 돌아가게 해준다는데, 이것도 크립토키티와 마찬가지로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품질이 구려도 콘텐츠 제작자(보나마나 유명한 스트리머들)에 대한 신앙 차원에서 사가는, 위에서 언급한 자발적 다단계 문제도 있고요. 게다가 이 기사에서는 '최근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면 메타버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래서 모든 광고가 메타버스로 향한다'라고 적었는데, 위에서 적었듯이 콘텐츠 제작자건 사용자건 최대한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습니다. 실제로 놀면서 돈을 버는 건 중간광고를 계속 송출하는 광고사죠. 이건 유튜브 영상만 봐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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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은 같은 비전문가끼리 논쟁한 거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 글은 전문가가 작성했다 보니 좀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봐도 제 말이 전혀 틀린 것 같진 않습니다. 분명 몇몇 부분은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NFT를 완전히 배제하려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불안하다'는 말을 강조했을 뿐 '틀렸다'는 말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업계인들이라 사업을 위해 유난을 떨 뿐이지 일반 사용자들은 관심도 없는 걸, 제가 그 사업자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괜히 논쟁에 휘말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만들거나 사업이라도 하고 나서 떠들어라' 같은 식의 비판 내지 욕설도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사고실험을 해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면, 꼭 그걸 실행해 볼 필요가 있을까요?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하나요? 전쟁(혹은 경쟁)에서 꼭 상대를 박살내야만 이기는 건 아닙니다. 그러겠다고 내 자원까지 낭비하면 피로스의 승리(역사적 사건이자 실화, 소득 없는 승리를 뜻함)에요. 상대보다 자원을 덜 써서 버텨도 이길 수 있는 겁니다. 빨리빨리의 문제인지 유행의 문제인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저는 사업가가 아니라서 저 판에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조용히 팝콘이나 먹으면서 구경하다가 나중에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 논리에 비약이나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 그런 문제점이 눈에 띄이신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나아가 글에서 문제가 되는 표현도 알려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수정하겠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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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2-06-13 00:39:09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역시 NFT에 대한 담론은 본질은 외면하고 지엽적인 점에 천착하는 자들이 어떻게든지 근원 자체가 빈약한 것을 정당화하려고 지적사기를 벌이는 게 보이네요. 게다가 설령 이론적 토대가 공고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데, 그 이론적 토대를 구현하기 위한 조건 자체가 근거없는 낙관론과 검증불가능한 팬덤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실현가능성 자체가 이미 몰각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해요.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상징성과 팬덤은 형성되려면 시장의 존재를 전제하기 마련이죠.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유통되고 체험의 공유와 확산을 통해서 상징성과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시장의 존재가 전제되는만큼 시장의 변화에도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즉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약화될 수 있고 그 역도 가능한 것이 상징성과 팬덤이니 그것들은 변수예요. 하지만 조건에서는 그것이 상수인 양 의제하고 있고, 어떻게 변수가 상수로 정착할 수 있는지에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조건이 전제를 부정하고 논리의 비약까지 일으키고 있어요.
Lester
2022-06-13 05:54:54
예전에 몇 번 언급했던 지방의 게임회사 대표가 사업계획서에서 무턱대고 자신의 게임을 '~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하라고 요구했던 게 기억나네요. 제가 그 회사에 들어갔을 무렵에는 게임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게임이 대표의 발언과는 정반대라는 걸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딴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있는 재미라고 했지만 편의성을 추구하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거의 문자 그대로 역주행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결국 퇴사하고 나서도 몇 년을 고집하는가 싶다가 은근슬쩍 서비스 종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걸로 딱 한 번 대회 출품한 걸 가지고 사업설명서(개인으로 치면 이력서)에 한 줄 채워넣을 수 있었으니 어느 정도 가치는 있었겠지만 제가 투자자라면 별로 기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아무튼 사업가건 전문가건 자신의 전공에 갇혀서 '나는 해박하다. 그러니 옳다.'하는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역시 정치판이건 일상생활에서건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면 그대로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말로 우리나라만 그런가 싶어서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럭저럭 논리적으로 반박한 게 맞는 건가요?
마드리갈
2022-06-13 12:04:45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대로 반박하신 게 맞아요.
NFT 옹호론이 애써 피하고 싶어하는 약점을 직격하셨으니 잘 반박하셨어요. 그러니 안심하셔도 되어요.
SiteOwner
2022-07-01 21:25:36
요즘의 고약한 트렌드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사안의 핵심이나 본질이 뭔지는 상관없고, 부차적인 것에만 이상하게 집착해서 그게 핵심이나 본질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풍조가 있는데, 무식해서인지, 인성에 결함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명백한 오답으로 가게 되어 있고, 설령 정답이나 대안에 도달하더라도 그건 우연의 결과라서 다음에 또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NFT 관련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본 그 자체지 인증서가 아닙니다. 인증서는 원본에 종속된 것이지 그 자체가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기에 의미가 없습니다. 요즘 안그래도 NFT 시장이 망해가고 있고 암호화폐를 전문으로 다루는 헤지펀드가 파산하는 등 문제점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로 불거지는데 그건 또 어떻게 설명할까요. 과거에 소련이 망했을 때 공산주의자들이 진정한 공산주의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변명으로 공산주의가 여전히 유효했음을 억설하는 행태와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Play to Earn 개념도 헛소리입니다. 이미 수십년 전에 미국에서 나왔던 특허출원 중에 그런 게 있었습니다. 주부가 그네를 타면서 그 힘으로 세탁기를 돌리는 장치. 참신한 것 같지만 세탁기를 돌리려고 그네를 타는 주객전도가 상품화가 될 리가 없습니다. NFT도 그것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Lester
2022-08-16 16:48:58
(늦은 답변이지만) 허수아비 때리기 (논리적) 오류라고 하더군요, 그런 걸 두고. 쉽게 말해서 논쟁하는 과정에서 이유야 어쨌든 핵심이 아닌 것을 부각시켜서 전개와 결론을 제멋대로 비틀어버리는 것입니다. 일단 아무 말이나 싸질러두고 사실이라며 우기는 소위 사이버 렉카(사건만 터졌다 하면 얼른 달려들어서 단순히 전달하거나 제멋대로의 해석을 통해 조회수로 돈을 버는 스트리머들을 사설 견인차에 비유)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양 쪽 모두 사실관계를 해명 및 반박하느라 손해를 보는 피해자들과 달리 가해자들은 이득을 취한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죠. 형태만 바뀌었다 뿐이지 가짜를 팔아서 사리사욕을 취하는 유서깊은 위조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편으론 루나코인 사태에서 보듯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돈이 된다니까 달려들어서 손해를 봐놓고 국가에게 보상하라고 하는 미련한 작자들이라면, 어차피 무슨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냉소적인 생각도 듭니다. 논리로 이해할 수 없다면 경험으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고, 그 중에서 몇 번이나 경험해야 사실을 깨달을지는 사람마다 다른 거죠. 개중에는 끝끝내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그러니 어느 의미로는 동정할 것도 없고 좋은 불구경이다, 하고 냉소적으로 넘겨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쩌겠어요, 본인들이 선택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