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미래에 어떤 것들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설립자 및 CEO
흔히들 사업에 있어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항상 경제 뉴스를 주목하고,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체적인 경제연구소를 설립해서 시장 변화를 예측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변하지 않을 요소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중에 하나라면 역시 기존 고객층의 수요와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거겠죠. 최근에 무리하게 플랫폼 변화를 꾀하다가 혹평을 듣고 있는 것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듭니다.
윈도우 8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시대의 시작 이후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타블렛 PC를 매우 강력하게 의식하고 만들었다는 것이 티납니다. 그래서 인터페이스나 구동 방식 등이 타블렛 PC에 최적화되어 있죠. 근데, 정작 본가인 데스크톱 PC에서의 편의성을 외면해 버려서 혹평을 들었습니다. (시작 메뉴를 돌려줘!)
엑스박스의 경우, 새로 나오는 엑스박스 원은 지나치게 셋톱박스로서의 기능을 강조했다가 게이머들에게 혹평을 듣고 있습니다. Wii와도 같은 온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기이면서, 동시에 PS3 같은 미디어 플레이어로도 활용할 수 있는 편의성 이 모든 걸 다 집어 넣고 싶었겠지만, 정작 엑스박스의 기존 팬들은 외면해 버려서 혹평을 듣고 있죠. 아직 안 나온 기기에 대해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섣부르지만, 적어도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평을 내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업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이라 하는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수익을 내는 단체로서, 기존 소비자를 외면하고 시도하는 도전이 과연 좋은 일인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써놓고 보니 본문에서 지적한 두 안 좋은 사례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의 작품이로군요.
대강당과 티타임, 아트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자입니다.
3 댓글
마드리갈
2013-06-12 20:37:56
고사성어 중에 한단지보(邯鄲之?)라는 것이 있어요.
중국의 전국시대 조나라 수도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기품있고 멋있다고 생각한 연나라 청년이 한단에 가서 그 걸음걸이를 배우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배우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못 배움은 물론 이미 자신의 걷는 방법조차 완전히 잊어서 결국 연나라로 돌아갈 때는 기어서 갔다고 해요.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과연 한단지보가 아니면 대체 뭘까요.
뭐랄까, 고객을 그냥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게 상당히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게다가 제품 본연의 기능은 무시한 채 이것저것 덧붙여서 가격을 올리려는 것이 대놓고 보여서 싫기도 해요. 잠깐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이익도 시장도 평판도 잃어버리겠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는 이미 대량의 손실이 난 후겠죠? 유감이지만 그럴 것 같아요.
요즘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자 MS는 새로 정의하자면 Magnificently Sacrificed의 약자가 될 듯 해요.
이것저것 기능을 마구잡이로 추가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괴작이 나오면 다행인 수준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군사분야에서 이런 것이 상당히 심해요. E-10 MC2A 프로젝트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였어요.
마드리갈
2013-06-12 21:39:24
이것저것 잡탕으로 추가해서 멀쩡한 물건이 나올 수가 없잖아요? 사실 괴작이 안 나오면 그 프로젝트는 굉장히 운이 좋은 거죠. 매주 로또 1등당첨이 나오는 것보다도 더 좋아요. 그런데 그런 건 없고, 잘해봤자 나오는 건 F-35 프로젝트같은 괴작이예요.
그것조차도 안되는 건 그냥 프로젝트 자체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더욱 많구요.
KIPPIE
2013-06-12 21:3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