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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라는 전근대의 현악기가 있어요.
이것은 무릎의 비올(Viol)이라는 의미로, 글자 그대로 다리를 벌린 채로 의자에 앉아서 양 무릎으로 악기를 고정시킨 채로 연주하는 찰현악기. 오늘날의 첼로(Cello)와 닮은 듯하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현은 대체로 6개에 지판에는 기타처럼 프렛(Fret)이 붙어 있고 활과 마찰되어 소리를 내는 현 말고도 따로 공명현(共鳴弦)이 있어요.
몸통의 형태도 첼로보다는 더블베이스를 닮은 듯하죠. 활을 잡을 때도 더블베이스처럼 아래에서 잡는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비올의 활을 잡는 방식이 근현대의 바이올린족 현악기에서는 활을 위에서 잡는 방식으로 달라졌고 과거 비올의 방식이 더블베이스에 잔존해 있어요.
1991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이미지 출처
How a Movie Helped Fuel a Viola da Gamba Revival, 2019년 2월 20일 The New York Times 기사, 영어
음역도 대략 첼로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약간 정제되지 않은 듯해서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야성미가 느껴지기도 하는 이 비올라 다 감바는 역시 바로크 기악에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이기도 하죠. 아직 실물이 연주되는 것을 본 것은 몇 번 안되고 그것도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을 때 본 공연이 전부이지만, 구입한 CD 또는 유튜브를 통해 비올라 다 감바로 연주되는 음악을 생각날 때마다 듣는 기회는 늘리고 있어요.
그럼 비올라 다 감바가 주역인 음악을 하나 소개할께요.
프랑스의 바로크시대 작곡가인 마랭 마레(Marin Marais, 1656-1728)의 1717년 발표 기악곡인 미궁(Le Labyrinthe).
네덜란드의 연주가 카산드라 루크하르트(Cassandra Luckhardt, 화면 가운데 및 오른쪽) 및 미국의 연주가 엘리자베스 리드(Elisabeth Reed, 화면 왼쪽)가 비올라 다 감바를, 미국의 연주가 캐서린 히터(Katherine Heater)가 쳄발로를 연주하는 영상을 소개할께요.
이번주도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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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3-03-04 03:27:07
이게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네요. 뭔가 풍부한 느낌이 있어요. 귀가 편안해져서 좋네요.
"비올라 다 감바? 그냥 비올라하고는 뭐가 다른거지?" 해서 조금 찾아봤는데 일단 크기부터 다른 거 같네요. 아예 다른 것인지 아니면 역시 그 비올라하고도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마드리갈
2023-03-05 15:02:55
비올라 다 감바의 매력을 느끼셨군요. 풍부하고, 편안하고, 그리고 품격있는 이 특유의 음색이 정감있게 들려요. 그래서 저음의 악기 중에서 굉장히 좋아하는데다 1990년대 이후는 이미 본문에서도 소개한 프랑스 영화인 세상의 모든 아침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비올라 다 감바의 붐이 일게 되었죠. 특히, 스페인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자 지휘자이기도 한 조르디 사발(Jordi Savall, 1941년생)이 우리나라에 공연왔을 때 비싼 관람료를 아깝지 않게 지불하고 인상깊게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본문에 소개된 그 영화의 음악감독 또한 조르디 사발이었고, 그 영화에서는 마랭 마레, 프랑수아 쿠프랭(Fran?ois Couperin, 1668-1733), 쟝-밥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 등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걸출한 작곡가의 음악은 물론 조르디 사발 본인의 자작곡도 포함되었어요. 저 또한 오래 전의 그 영화를 나중에 대학생 때 본 적이 있다 보니 조르디 사발이라는 음악가 자체를 매우 크게 동경하고 있기도 했고 그러해요.
참고로 비올이란 이름은 프랑스어 표현으로 프랑스어로는 Viole이라고 써요. 사실 영어 철자인 Viol의 발음은 바이올이고, 비올라는 이탈리아어 표현인 Viola의 발음이죠. 원래 비올 자체가 비올라 다 감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가 이후 비슷한 구조의 더 작은 악기나 더 큰 악기에 붙은 말이기도 하고, 오늘날의 바이올린족 악기인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의 기원의 일부가 되기도 해서 관계가 아주 밀접해요. 확실한 것은 비올과 바이올린족 악기는 상당기간 공존했다가 18세기말에 비올이 급격히 퇴조했고 20세기 후반에 되어야 재조명되었다는 것이죠. 참고로, 프랑스어 표현에서 비올과 바이올린족 악기의 이름이 비슷한 게 보이죠. 바이올린은 Violon, 첼로는 Violoncello라고 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