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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서쪽의 교토(京都)와 동쪽의 고베(神戸)를 포함하는 광역권인 케이한신(京阪神) 에리어에는 공항이 3개 있어요. 일본에서 흔히 칸사이 3공항(関西三空港)이라고 불리는 오사카국제공항(大阪国際空港, RJOO/ITM), 칸사이국제공항(関西国際空港, RJBB/KIX) 및 고베공항(神戸空港, RJBE/UKB)이 바로 그 칸사이 3공항인데 그 중 칸사이국제공항은 정확히 29년 전인 1994년 9월 4일에 개항했어요.
칸사이국제공항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칸사이공항이용촉진본부 제3회 본부회합개최에 대해, 2006년 6월 11일 국토교통성 항공국 토픽스, 일본어)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大阪府泉佐野市) 소재의 칸사이국제공항은 일본에서 2번째로 개설된 해상공항이자 일본 최초의 24시간 운영가능한 공항으로 기록된 것은 물론, 1975년에 개항한 전작인 나가사키공항(長崎空港)이 섬의 일부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이루어진 세계최초의 공항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어요. 게다가 세계최초로 양산되어 상업운항한 영국-프랑스 공동개발의 초음속여객기인 콩코드(Concorde)가 발착하기도 했어요.
이 칸사이공항은 완화되기는 했지만 지반침하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고 2018년에는 오사카만(大阪湾)을 타격한 태풍에 고립되어 관수피해(冠水被害)를 입는 등의 여러 사고를 겪기도 했지만 세계적으로 고평가를 받으면서 케이한신 에리어의 명실상부한 관문으로서 기능하고 있어요. 게다가 2025년 개최예정인 오사카칸사이엑스포가 이 공항의 위상을 더욱 크게 끌어올릴 것이 기대되고 있고, 공항교통도 매우 충실해서 JR서일본과 난카이전철(南海電鉄)의 공항철도가 운행중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케이한신 에리어의 메이저 사설철도인 한큐전철(阪急電鉄) 또한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신칸센 신오사카역(新大阪駅)과의 직결노선을 추진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큰 발전이 예상되고 있어요.
그러나 마냥 낙관할 수만 없는 문제도 여전히 안고 있어요.
세계최초의 인공섬 공항인만큼 기술적인 시행착오가 많았고 지반침하가 초기에는 연간 50cm 가량 나던 것이 현재는 연간 7cm 정도로 억제되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예요. 그리고 기술적 문제 이외에도 항공관제가 지극히 힘든 문제도 있어요.
아래에 소개되는 이 차트에서 그 문제를 읽을 수 있어요.
이미지 출처
(런던이 본보기 칸사이 3공항의 국제선 네트워크, 2019년 11월 28일 산케이신문 기사, 일본어)
케이한신 에리어 내에는 공항이 4개 존재해요.
차트에 나온 오사카국제공항(녹색 테두리, 통칭 이타미공항(伊丹空港)), 칸사이국제공항(오렌지색 테두리) 및 고베공항(하늘색 테두리)를 제외하고도 오사카부 야오시(大阪府八尾)에 야오공항(八尾空港)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여객 및 화물항공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상업항공 및 군용항공의 범위 밖의 범용항공인 제네럴 에이비에이션(General Aviation) 분야에 사용되는 각종 소형항공기의 운용에 특화되어 있어서 여기서는 딱히 다룰 성격의 것이 아니예요.
이렇게 좁은 지역내에 상업공항이 3개나 모여 있는데다 착발회수를 가리키는 슬롯(Slot) 상한은 이타미공항이 370회 및 고베공항이 80회. 이타미공항은 오사카부와 효고현(兵庫県)에 걸쳐 있는 대도시권내의 공항이다 보니 접근성이 탁월한 반면 운영시간이 7시-21시로 하루 14시간뿐인 한계도 있는데다 소음규제를 이유로 엔진이 3개 이상인 항공기의 취항도 금지되어 있다 보니 대규모의 공항인데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운영에 제한이 있어요. 게다가 원래 칸사이국제공항이 기존의 이타미공항을 대체할 목적으로 계획되었다가 칸사이국제공항의 개항이 다가오자 공항 인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공항이전추진방침을 뒤엎었고 항공업계도 신칸센과의 경쟁에 밀릴 것을 우려해서 접근성이 좋은 이타미공항의 존속을 원하는 등 이해가 일치하자 지역이기주의가 발동한 끝에 결국 1990년에 이타미공항의 존속이 결정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죠. 게다가 2012년에는 두 공항이 국토교통성 소관의 특수법인(特殊法人)인 신칸사이국제공항주식회사(新関西国際空港株式会社)로 경영통합되어 결국 칸사이국제공항의 국제경쟁력강화와 동시에 그간 제한이 많이 가해졌던 이타미공항의 수익성 향상책이 강구되어 두 공항이 병존하는 체제로 정리되었어요.
사실 고베공항도 문제가 있어요.
고베공항 또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해상의 인공섬 공항인데 그런 주제에 24시간 운용이 불가능해요. 공항의 위치가 효고현 고베시(兵庫県神戸市) 바로 앞인데다 효고현 동쪽 끝에는 이타미공항이 걸쳐있고 활주로가 2,500m 급이라서 한국이나 대만 등 동북아시아 단거리 국제선의 취항이 가능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이 고베공항의 개설경위를 보면 1972년부터 시작된 더러운 싸움이 있었다 보니 마냥 좋게 볼 수만도 없어요.
1972년에는 고베시 의회가 고베 앞바다의 공항조성에 반대하는 결의를 했고 신공항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신공항은 오사카부 남부의 센슈(泉州) 앞바다에 건설하는 것으로 기울어졌는데 10년이 지난 1982년에 들어서는 고베 앞바다의 신공항 건설 반대운동을 주도한 1972년 당시의 고베시장이었던 미야자키 타츠오(宮崎辰雄, 1913-2000)가 돌연 입장을 뒤집고 당시 존재했던 운수성(運輸省, 현재의 국토교통성의 전신)에 고베 신공항안을 제출하고 의회도 10년 전의 결의를 번복했어요. 이게 이번에는 센슈 방면의 지자체장들의 분노를 사는 일이 발생했어요. 결국 이렇게 대립이 이어지고 운수성항공국이 고베시 관계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강경조치까지 불사하다가 1984년에 효고현과 고베시 측이 일종의 교환조건을 내걸었어요. 즉 센슈 쪽에 만들어지는 칸사이국제공항의 건설안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고베 앞바다에 지방관리공항으로서 고베공항을 짓겠다는 식의. 이미 그 시대에도 항공관제의 혼잡이 예상되었는데 그렇게 지역이기주의와 입장 뒤집기로 엉망이 되었죠. 1995년에는 한신아와지대지진(阪神・淡路大震災)으로 고베시가 피해를 입으면서 이전에는 대중적인 화제가 되지 못한 그 고베공항 문제가 시민활동의 쟁점으로 변했고, 빚을 내서 억지로 추진하던 고베공항 프로젝트에 더해 피해복구 및 부흥을 위해 고베시의 채무도 3조엔 규모로 폭증하는 등의 온갖 상황이 겹치면서 결국은 주민투표제 청구운동과 소송으로까지 번진 끝에 공항 반대파가 몰락하고 2006년이 되어서야 고베공항이 개항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반대에서 찬성으로 그리고 재해로 타격을 입은 국면을 맞이하면서 불투명해진 가운데서 반대파가 분열하다 몰락한 정치적인 문제도 있었고 프로젝트 자체가 칸사이국제공항을 지지하면서 얻어낸 교환조건인 이상 칸사이국제공항과의 경쟁을 피해야 하는데다 기술적으로도 운영측면에서도 제한이 걸려 상당히 어정쩡하게 된 고베공항은 그나마 제한적인 여객항공수요 유치에 이어 에어버스 헬리콥터 일본법인의 출고장 역할도 겸임하는 등 이제는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2018년 하반기에 케이한신 여행을 하면서 오사카 시내의 상가도 철도망도 일본의 도시라기보다는 일본어가 통용되는 던전(Dungeon)같이 느껴졌는데 항공교통사정도 역시 던전 그 자체. 칸사이국제공항 개항 29주년에 이렇게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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