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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글서체의 기본적인 명조체 및 고딕체의 원안은 서체도안가 최정호(崔正浩, 1916-1988)의 작품이죠. 그리고 그 원안은 동아출판사(현재의 동아출판)의 김상문(1915-2011) 사장이 1955년에 그를 발탁한 이후 1957년에 빛을 본 이후로 한글서체의 모범이 되어 왔어요.
최근에 최정호 박물관이라는 웹사이트가 개설되었고 또한 이것이 조선일보에 기사로 보도되었다 보니 둘 다 인용해 봐야겠어요.
[에스프레소] 한글 디자인 개척자, 최정호를 아십니까, 2024년 1월 12일 조선일보 기사
보통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관련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많거나 하지 않다면 이 디자이너의 이름을 아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저는 전공자는 아니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요. 이렇게 최정호에 대한 재조명에 만시지탄(晩時之嘆)을 느끼면서도 이렇게라도 기념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오늘날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도 오빠도 국내 미디어의 서체사용에 대해서 포럼에서 비판해 왔죠.
저는 미국의 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의 몰락에 대해 다룬 지금 국내언론이 버즈피드(BuzzFeed)를 비웃을 때인지... 제하의 글에서 버즈피드보다 더 심각한 국내언론의 문제 중의 하나로서 북한폰트 사용을 지적한 바 있어요. 게다가 오빠는 그렇게 북한폰트가 좋으면 적화통일로 길로 가면 평생 북한폰트나 써야 한다고 북한폰트 범람에 대한 극언(極言) 제하의 글에서 제목 그대로 극언으로 비판하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 사회가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이고 한글날에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사회지도층조차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용된 조선일보 기사에는 동아출판사체와 같은 해에 나온 로마자 서체인 헬베티카(Helvetica)가 언급되어요. 스위스연방의 라틴어 명칭인 콘페데라치오 헬베티카(Confoederatio helvetica)에서 유래하는 이 서체는 스위스의 서체도안가인 막스 미딩어(Max Miedinger, 1910-1980)가 1957년에 공개하여 196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한 스위스의 문화유산으로 간결함과 정밀함이 돋보이는 기술강국 스위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서체이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컨텐츠이기도 하죠. 이렇게 스위스를 알리는 서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체계와 최정호라는 막스 미딩어와 동시대인이었던 걸출한 서체도안가의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왜 여기저기에 북한서체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것인가요. 여기저기서 K컬쳐라고 말하면서 왜 한글서체는 푸대접도 모자라서 아예 없는 취급을 하는 것인지.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사람의 거주공간에서 공기를 빼서 진공을 만들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겠죠.
그런데 한글서체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네요. 그게 지금 우리나라의 오늘인데 이게 또 내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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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DDretriever
2024-01-14 06:16:42
고딕체는 지금도 그 파생형이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고 있죠.
저 또한 회사를 다닐땐 ppt의 대부분을 나눔바른고딕으로 썼었기에 상당히 익숙합니다.
역시 잘 만들어진 서체라 그 뒤로도 꾸준히 개량과 보존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24-01-14 17:35:18
최정호의 서체디자인은 그냥 과거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또한 진화하고 있는 위대한 그리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죠. 앞으로 이렇게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보다 증진되어서 폰트 또한 그냥 당연히 있는 게 있는 게 아닌 우리의 문자언어생활과 함께하는 소중한 도구로서 발전과 계승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아질 여지가 있음에 희망을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