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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적 책임을 얼마나 질 수 있을까?

마드리갈, 2024-04-10 14:18:27

조회 수
130

당돌한 질문을 하나 던져 볼께요.

제목에 나왔듯이, 우리는 역사적 책임을 얼마나 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 


최근에 보도된 것 중에 중국산 수산물에 북한인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것이 있다고 나왔어요. 그리고 이에 대한 여론은 결코 좋게 흐르고 있지만은 않아요. 언론보도를 2건 소개해 볼께요.

[단독] 껍데기 없어 먹기 편한 中 바지락? 北주민 강제노동 숨어 있었다, 2024년 4월 8일 조선일보 기사

[단독] 北 강제노동으로 만든 중국 수산물…쿠팡·롯데마트 “판매 중단”, 2024년 4월 10일 조선일보 기사


그나마 일찍 알려져서 다행이지, 이것이 더욱 늦게 알려졌다든지 하면 우리나라는 예의 북한인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중국산 수산물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달러를 더욱 오래 공급해 줄 뻔 했어요. 게다가 동맹국인 미국의 의회에서 우리나라의 이런 행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는 것에서 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국제정세에 그냥 휩쓸리기만 하는 그런 약소국이 아니라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든 뚜렷한 역량과 위상를 지닌 강대국 중의 하나. 게다가 무역으로 국부(国富)를 창출하는 나라인만큼 대한민국은 세계속의 한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 더 이상 선택사항일 수도 없어요. 여기에, 우리나라 주변에는 북한은 물론 그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인접해 있는 등 제거할 수 없는 위험요소가 널려 있어요. 그러니 각종 재화의 생산에서 개별 소비자까지의 유통에 대해서 확실하게 잘 파악하는 게 절대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역사에 죄를 짓는 선택에 휩쓸린다든지, 돈이 아쉬워서 불의한 거래에 손을 대어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는 것보다도 더욱 못한 상황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유독 역사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각계각층에서 외국에 대해서 역사의 죄인, 역사가 짧은 나라, 역사에 무지한 민족 등 온갖 험구를 늘어놓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사실상 북한의 강제노동의 혜택을 돕고 있었다가 밝혀진 이것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유의미한 반응이 보이지 않아요. 과연 우리는 역사적 책임을 얼마나 질 수 있는 것일까요. "이제 와서 어떡하냐" 내지는 "이미 지난 일이잖아" 라고 변명한들 그게 통할 수 있을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4-04-10 20:25:51

저도 이 블로그의 포스트에서 보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칼국수에 바지락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모르고 먹었을 때는 맛있게 먹었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꺼림찍해지더군요. 그 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형태의 노예노동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한광성도 생각나는군요. 연봉 중 생활비만 남겨놓고 거의 전부를 북한 정부에 상납했다고 했죠. 이것도 대부분은 핵개발이나 김정은 일가의 사치로 쓰였겠죠.

마드리갈

2024-04-11 00:11:31

여러 사람들이 북한인권을 말하지만 이럴 때만큼은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고 할까요. 특히 민족 운운하는 사람들이나 세력일수록 이럴 때에는 침묵을 깰 줄 모르죠. 그런 것을 위선이라고 하지 않으면 세상의 무엇이 대체 위선일까 싶네요.


사실 이것의 전조는 이미 다른 형태로 있었어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갑자기 나타났던 조개구이 전문점. 값싸게 공급된 대량의 조개의 원산지가 북한이었죠. 그러다가 대북제재의 강화 이후에 그렇게 조달할 수 없게 되자 그런 형태의 음식점들은 급격히 자취를 감추었어요. 그때에서 배운 게 전혀 없는가 봐요. 이렇게 역사가 반복되고 있어요.

Lester

2024-04-12 04:26:31

역사적 책임을 묻는다기보다는 북한에 관련된 거라면 무조건 청신호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까 그 쪽의 논리를 추측해보면 '북한의 산업(?)에 기여(??)하는 것 또한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거겠죠. 그게 강제노동인지 뭔지는 중요하지 않고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으로 떠들던 게 하루이틀인가요.


다만 이건 정치 쪽의 이야기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북한에 대해 오만 정이 떨어진 만큼 '알 게 뭐야, 싸니까 먹는 건데'라고 넘겨버릴 것 같네요. 게다가 모르고 먹은 것도 아니라 알면서 먹고 그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죠. 유니클로 불매운동 당시 누군가는 기어코 사 입기도 했고. 반면 상인들 또한 이번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바가지 요금이 적발됐는데도 유튜브 촬영을 금지하는 등(매일경제) 합리적인 건 마찬가지고요.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개인주의로 접어들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남들의 의향에 대해 일일이 알아보는 것도 피곤하고... 그렇게 핵개인이 되어가나 봅니다.

마드리갈

2024-04-13 18:06:58

역시 종북주의자의 북한사랑은 변할 조짐이 없을 듯해요. 북한의 무기가 종북주의자들을 딱히 알아보고 피해준다는 증거는 없지만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도 없고. 그렇게 안중근을 존경한다면서 그의 유묵에 남겨진 논어의 구절인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즉 이익을 보면 그것이 옳은지를 생각하고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치라는 그 말은 이럴 때만은 아주 좋게 용도폐기했어요. 이렇게 결과적으로 대환장 콜라보가 완성된 거네요.


개인주의가 나쁜 건 아니죠. 편의주의가 문제. 현 상황의 문제는 이것의 극단화로 설명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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