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보드게임을 오래 했던 지인이 국산 MMORPG "마비노기"의 OST를 재즈 풍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해서 오늘 다녀왔습니다. 예매는 그 지인에게 선입금해서 처리했기에 몸만 다녀오면 됐죠. 다만 연주회장이 마곡나루역에 있는 LG아트센터라서 멀리 다녀오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MMORPG와는 인연이 없다보니, "마비노기"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플레이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국산 MMORPG가 대체로 엄청난 현금과 시간의 투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악명은 차치하더라도, 일정 레벨까지 성장하지 않으면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RPG는 저와 상성이 영 안 맞거든요. 그러니 그 지인이 연주곡 리스트라고 보내줘도 모르는 노래 투성이였습니다. 들어봤다 하는 노래도 앞부분만 익숙할 뿐이지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없어서 막막했고요. 그래도 한 곡은 딱 제 취향이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게임 내 던전 중 '시드 피나하'의 테마 "물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하고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만... 원곡을 그새 다 까먹은데다 재즈풍 편곡의 영향이 너무 강해서 원곡과 연관짓기가 힘들더라고요. OST에서는 발랄한 음정이 금관악기 특유의 굵고 우렁찬 소리로 나오니 영 안 와닿을 수밖에요. 그래서 지인은 별로였다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재즈풍 편곡 공연이 또 있으면 재고해 봐야겠다고 할 정도였죠. 게다가 이번이 마비노기 20주년이었는데 15주년 오케스트라 영상을 찾아보니까 '보컬이 별로다' '원곡의 맛이 살지 않는다' 같은 평이 많기도 했고...
그래도 저는 원곡을 까먹은 덕분인지 재즈가 취향이라 그런지 제법 만족했습니다. 재즈는 항상 옳으니까요. 물론 원곡을 재즈풍으로 편곡하면 원곡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재즈라는 장르가 주는 독특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힐링게임으로 유명한 "동물의 숲 시리즈"의 경우 대다수의 음악이 차분해서 좋고, K.K.하우스의 경우 (인게임 소리를 그대로 받아적은) "나비보벳따우"라는 인터넷 밈으로 엄청나게 유명했죠. 그 게임의 음악 중 일부를 재즈풍으로 편곡해서 (요들송으로 유명한) 조매력이라는 유튜버의 대회(?)에 참가한 어느 팀의 영상입니다.
작년 말에 봤던 (재즈 만화인) "블루 자이언트" 극장판도 좀 더 집중하고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쉽네요. 물론 노래(유명 OST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찾아서 들을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요. 원작 만화도 대단하지만 극장판은 유명 재즈 연주자들에게 의뢰해서 연주하는 것은 물론 모션 캡처까지 진행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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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4-05-02 17:10:02
음악에서의 편곡의 중요성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어요. 그리고 편곡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아주 유능한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작사/작곡/편곡을 혼자 다 수행하거나 작사를 다른 작사가에 의존하더라도 작곡과 편곡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많은 경우 악곡의 정보를 보면 작사와 작곡을 한 사람이 하더라도 편곡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즉 원곡을 쓴 작곡가가 못 보는 것을 편곡가가 볼 수도 있다는 것.
예의 재즈 편곡, 역시 재미있게 잘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역시 재즈는 밤중에 들어야 묘미를 잘 살랄 수 있을 듯해요. 일단 현 시점에서는 다 들었지만 밤에 또 들어봐야겠네요. 그러면 또 다른 게 느껴지겠죠.
그러면 저도 음악을 한 곡 소개해 드릴께요.
모차르트의 음악을 차용하여 죠슈아 데이비스(Joshua Davis)와 유니에트 롬비다 프리토(Yuniet Lombida Prieto)가 작곡한 맘보풍의 론도(Rondo alla Mambo!). 미국-독일-영국 다중국적자인 호른 독주자인 사라 윌리스(Sarah Wills)와 쿠바 아바나 라이시움 오케스트라(Havana Lyceum Orchestra)가 연주했어요. 이것도 들어보시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SiteOwner
2024-05-04 13:34:35
공연 관람을 하고 오셨군요. 최근 몇년동안은 음악공연에는 가 본 적이 없다 보니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최근에 기회는 있었습니다만 놓치고 만 게 있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에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타인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1956년생)이 내한하여 전국 각지에서 연주회를 열었으나 당시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대외활동을 최대한 줄여야만 했고, 2023년에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 1942-2024)가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결국 무산되었고 올해 타계하면서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보니 그렇습니다. 간혹 폴리니의 젊은 시절에 연주했던 영상을 VOD로 보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원곡을 살리는가 죽이는가는 편곡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작곡가 본인이 편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보통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입니다. 역시 원작자와는 관점이 다른 게 이런 점에서는 꽤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사실 편곡은 덧셈의 예술이 아니라 뺄셈의 예술입니다. 술에 비유하자면 증류하여 순도를 높인 후에 숙성시키듯이. 그걸 간과하기 쉬우니 복잡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만들어지는 웅장함이 다인줄 아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재즈에서도 한때는 수십명 규모의 빅밴드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소개해 주신 재즈풍 편곡 게임음악도 매우 재미있군요. 그 특유의 나비보벳따우 하는 게 재즈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저도 재즈곡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저에게 재즈의 입문이 된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1899-1974)의 강 모음곡(Suit from the River). 미국의 지휘자 아키라 엔도(Akira Endo, 1938-2014)의 지휘하에 루이빌 오케스트라(The Louisville Orchestra)가 연주했습니다.
두번째는 1930년에 나온 곡인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일본의 오사카재즈채널(Osaka Jazz Channel)이 2022년에 공연한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