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진짜 엉망진창입니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습도도 이상하리만큼 높아서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쉽게 납니다.
지난주는 안경다리가 부러져서 주문해서 만든 새 안경테가 도착할 때까지 1주일 동안 청테이프로 대충 수선해서 쓰고 다녔죠. 그리고 오늘은 비가 안 오겠구나 싶어서 창문을 좀 활짝 열어두고 영어회화 모임에 참석했는데, 하필 2차 가려고 할 때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부랴부랴 귀가했습니다. 우산도 안 가지고 나온 상황이라 흠뻑 젖어버렸고, 카카오택시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시트가 젖을까봐 싫어서인지 만원사례라 그런지 한 대도 안 잡히더군요. 결국 물걸레 꼴이 된 채로 버스로 반절 정도 이동했다가 다시 시도했지만 안 잡혀서 거의 해탈할 지경이었는데, 다행히 빈차 등을 켜놓고 지나가던 택시를 반억지로 잡아서 타고 귀가했습니다.
생각보다 발코니에 물이 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네요. (영어회화 모임 장소인) 판교야 직장인들이 차로 출근하거나 만약을 대비해 우산을 갖고 나오지만 프리랜서라서 밖에 나올 일이 없는 저로서는 제대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냥 집에서 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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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번역은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맡은 작업은 (역시 중국계 개발진이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내용 이해에 대한 자료가 하나도 안 와서 복장이 터질 노릇입니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자료도 질문에 대한 답변도 없어서 환장하겠어요. 일단 모두 반말로 번역해두고 나중에 내용이 이해됐을 때 필요한 부분만 말투를 고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만, 결국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꼴이라 답답합니다.
다른 프로젝트의 경우 답변은 재깍재깍 오는데, 이번엔 어떤 플레이어가 '이 번역은 이상하다'면서 계속 의견을 줘서 슬슬 피곤해지는 상황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해당 게임을 많이 안 해본 저 대신 숙지가 잘 돼서 문제점을 쉽게 찾아내는 것이고, 번역 품질의 향상에 도움이 되며, 완전 억지도 아니므로 싫어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더위와 습도 탓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좋은 의견이네요. 제보 감사합니다. 반영하겠습니다.' 하면 되는 걸, "왜 이렇게 시비를 못 걸어서 안달이지" 비슷하게 꼬아서 생각하는 건지 저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취미가 일이 되어서 싫은 수준은 아닙니다. 게임번역은 여전히 재미있으니까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 지금의 문제는 잠깐이면 지나갈 짜증에 불과하겠죠. 그걸 알면서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게 더더욱 심적으로 괴롭네요. 매사에 너무 심각한 것이 병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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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근황이라면, 드디어 에어컨을 달았습니다. 선풍기 2개로 어찌저찌 버티나 싶었는데, 선풍기를 튼다고 거의 내내 문을 닫아두고 있었더니 공기가 순환이 안 돼서 곰팡이가 창궐했나 봅니다. 결국 부모님한테도 관리인한테도 지지리 혼났고, 곰팡이가 심하게 번진 벽지는 다 뜯어냈고, 부모님께선 꼭 환기 자주 하라고 신신당부하신 후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그래서 환기 좀 자주 해야겠다 싶어 요즘은 창문을 활짝 열어놨더니... 본문 맨 위처럼 사단이 생겼네요.
그래도 에어컨이 확실히 편하긴 합니다. 다만 잘 때는 에어컨을 틀 수 없는 게 문제네요. 특히 저는 (아주 피곤하지 않은 이상) 소음이 있으면 잠을 못 자는 편인데, 에어컨을 틀어두면 방문을 닫아둘 수밖에 없으니 여러모로 이득입니다. 하지만 이러면 환기 자주 안 해서 또 곰팡이가 득실댈까 걱정이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이렇게 덥고 찝찝하니 여행은 절대 무리겠네요. (어차피 갈 데도 없지만요.) 겨울은 너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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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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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23:01:34
여러모로 수난을 겪으시는군요. 그래도 곤경에 처하지 않은 것만으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근황 글을 남겨주실만한 여유도 찾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면 된 것입니다.
사실 매사에 너무 심각한 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작 정말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판단하기 전에 기력이 다해서 될대로 되게 놔둬 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사고와 행동에는 우선순위를 설정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생활속 경험과 생각으로 커버될 수는 있습니다.
중국계 개발진이 어떤지는 저로서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역시 중국계라서 그런 것인지는 글쎄요. 그런 선입견을 굳이 포럼에 가져와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Lester
2024-07-25 23:27:44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중요한 끼니 챙겨먹기라거나 하는 것들은 머리가 너무 마비돼서 잊어버리는 일도 많습니다. 별 거 아닌 건 아니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는 '담대함'이 있으면 좋겠는데, 성격 문제인지는 몰라도 너무 어렵네요.
사실 선입견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포럼에서 언급했던 샌드록이 빠듯한 작업기간에 자료도 엉망진창이라 대략적인 인상이 최악이어서, (같은 제작사는 아니지만) 지금 프로젝트도 어쩐지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샌드록은 최소한 시작할 때부터 자료를 줬기에 나름대로의 연구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 구축이라든가 하는 게 가능했건만, 지금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텍스트만 덜렁 온데다 결말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용을 추측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일을 가려받을 상황은 절대 아니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중국 프로젝트가 이런 상황인데 세번째와 네번째 및 그 다음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혹시 포럼 규칙을 위반했다면, 본문에서 해당 서술을 빼는 게 좋을까요?
SiteOwner
2024-07-26 18:41:59
어차피 지금 이렇게 코멘트에서 문제사항이 언급된 이상 삭제해서는 좀 이상해질 것 같으니 그냥 두셔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같은 성격의 문제를 동생의 글에서도 일으키신 전례가 있었고 주의받으셨는데도 반복하셨습니다(정보화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먹통" 과 "읽씹" 참조). 그리고, 말씀하신 그 내용을 면밀히 비판하자면 문제는 그들이 일을 제대로 안해서이지 그들이 중국계라서 그렇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는 물론이고 상관관계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이번 건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겠습니다만, 이제 운영진이 재량을 발휘할 기회는 없어졌다는 것도 기억해 두십시오. 다음번에 같은 사안을 반복하신다면 재량을 일절 발휘하지 않고 오로지 기계적으로만 처리하겠습니다.
Lester
2024-07-27 04:01:47
이 정도의 내용은 괜찮겠지 하고 방심했던 게 논리의 결함을 덮어버렸군요. 제 잘못이 맞습니다. 앞으로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코멘트에 제 주장이 담긴다 싶을 때는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드리갈
2024-07-26 23:32:06
그러시군요. 요즘 더위가 지독하니 건강을 잃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하시기를 부탁드릴께요.
여러 재난을 겪으신 것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씀을 드릴께요. 사실 우산은 3단 접이식 우산 같은 건 백에 늘 넣고 다니시는 편이 좋아요. 요즘은 선상강우대가 형성되어서 특정지역에 국한하여 갑자기 때려붓는 경우가 크게 늘었으니까요.
진짜 에어컨 없던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네요. 온몸이 털로 뒤덮인 개들은 또 어땠나 싶고...
Lester
2024-07-27 04:13:43
실제로 배낭까진 아니어도 어깨에 매는 가방 정도는 하나 사서 메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라 모임이 아니면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어서 소지품도 지갑에 스마트폰 정도로 단출한 편이다보니 우산을 챙길 공간 자체가 없는데, 요즘처럼 변덕이 심한 세상일수록 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 정말로 가방 하나 사야겠어요. 진심으로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은 지금만큼 덥지 않았겠지만, 더위란 인간의 감각에 관계된 것이니 그 때도 장난이 아니었겠다 싶네요. 개들은 털도 털이지만 헉헉거리는 거로밖에 배출하지 못하니 더욱 고생일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