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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작성에서 인용한 사실이 정확하지 않으면 어떨지는 새삼스럽게 질문할 필요가 없죠.
이미 제목에서도 밝혀 두었듯이, 부정확한 인용은 신뢰도 하락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어요. 전문분야의 종사자들이 읽는 회색문헌(灰色文献, Grey Literature)이든 불특정다수가 접하는 언론자료이든 간에.
최근에 언론자료에 나온 것 중에 참 어처구니없는 것을 2가지 발견했어요.
하나는 맥주와 위스키에 대한 부정확한 자료, 다른 하나는 일본의 지리에 대한 헛소리.
그럼 첫번째의 문제부터 볼께요.
교장실에 놓인 위스키의 비밀… 나가하마 증류소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2024년 9월 19일 조선일보 기사
이 기사의 문제점은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는 셈" 이라는 부정확한 인용에 있어요.
맥주도 위스키도 보리를 싹틔운 맥아(麦芽, Malt)를 주원료로 만들어지는 술이긴 하지만 정말 맥주를 증류하면 그렇게 위스키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예요. 맥주의 제조에는 보리와 물 이외에도 특유의 쓴맛을 내는 홉(Hop/네덜란드어, Humulus lupulus/라틴어)이 들어가고 위스키에는 그게 사용되지 않으니까 애초에 틀린 소리. 그리고, 맥주를 증류해서 만들어지는 술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어브란트(Bierbrand)라는 독일 및 스위스 등지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비숙성 증류주니까 숙성과정을 거치는 위스키와도 별개의 것이예요.
그리고 두번째의 문제.
신임 총리 당선에 '새우등' 터진 日 최남단 가고시마 [방구석 도쿄통신], 2024년 10월 2일 조선일보 기사
일본의 최남단(最南端)이 언제부터 카고시마현(鹿児島県)이었나요?
사실 카고시마현이 일본의 최남단인 적은 있긴 했어요. 1972년 5월 14일까지는. 그 다음날인 1972년인 5월 15일부터는 미국령 류큐제도가 일본에 재귀속되어 이제는 오키나와현이 그 카고시마현보다 더 남쪽이고, 오늘은 2024년 10월 2일이니까 역법의 계산방식이 바뀌었다는 전제가 없는 한 오늘은 1972년보다 나중의 시점이니까 당연히 현재는 카고시마현이 일본의 최남단일 수가 없어요.
좀 더 정확하게 따져볼께요. 카고시마현의 최남단에 있는 요론 섬(与論島)의 위도는 북위 27도 4분 40초. 그러나 오키나와현 최남단의 유인도인 하테루마 섬(波照間島)은 북위 24도 3분 33초. 이 경우에도 일본이 남반구에 있거나 수의 대소(大小)가 다르게 정의되었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기사에 인용된 사실은 논파되어요.
여기서 좀 더 깊게 파고들어볼께요.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는 일본령의 산호초가 있어요. 이것은 도쿄도(東京都) 관할의 지형으로 위도는 북위 20도 25분 31.9768초. 대체로 오키나와현이 일본의 최남단 지역이긴 하지만 아주 정말하게 극점(極点, Extreme Point)을 찾으면 도쿄도가 되어요. 극점까지는 사실 갈 필요가 없지만, 일본의 최남단은 카고시마현이 아니라 오키나와현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까지 무시해야 할 정당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요.
저는 주류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지리학 전문가도 아니지만, 최소한 여러 문헌에 인용되는 것들을 찾아서 검증할 정도의 능력은 있어요. 언론이 이런 걸 못 해주면 어쩌자는 것인지.
그나저나 시원한 가을 한낮에 마시는 따뜻한 호지차 덕분에 지적의 말투가 날이 서 있지 않음을 감사히 여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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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4-10-06 22:15:56
뭐든간에 제대로 안 적으면 큰일인데... 조금이라도 잘못된 정보가 나오면 직장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비판당하는 게 당연했던 경험이 많아서, 저렇게 대충대충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저 곳은 저렇게 대충대충해도 뭐라고 한 소리 안 듣나...
마드리갈
2024-10-06 22:23:02
저런 부정확한 인용이 일어나는 이유가 2가지 짐작되네요.
첫째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라면 대충해도 된다는 심리. 사실 아동용 학습도서 등에 부정확한 사실이 그냥 실린다든지 출처가 불분명한 온갖 헛소리로 점철된 가십기사로 채워진 주간지가 발행되는 경우에서 잘 찾아볼 수 있어요.
둘째는 일본에 대한 무지함을 부끄러워한다는 인식조차도 없는 국내의 상황. 이건 이미 오빠의 글인 운주주판과 시네마현, 그리고 그 후일담에도 언급되어 있는 고질적인 문제예요.
그 둘이 최근에 다 나타났으니 정말 반성이고 뭐고 없다는 게 드러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