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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스포] 토르 : 천둥의 신

하네카와츠바사, 2014-03-05 20:52:12

조회 수
302

부제 :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재미있지는 않아...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과정이 좀 괴상합니다. 시리즈의 제일 첫 작품은 개봉할 당시에 사람들로부터 영 평이 좋지 않아서 안 봤고, 이후에 다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인 어벤져스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본 다음에 2편에 해당하는 '토르 : 다크 월드'를 개봉하자마자 극장에서 보고, 그러고 난 다음에야 1편이 과연 어떤 내용이었는지 보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본 다음에야 1편으로 회귀한 겁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딱 부제에 쓴 말 그대로입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는 가는데, 그게 딱히 재미있게 인식되지는 않는 영화입니다.


아니아니,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요소들로 만들어진 이후 시리즈들을 생각하면 정말 이만큼 잘 뽑힌 구성도 없습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 보면 더 그렇습니다.


배우는 이 영화에서 정맒 칭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토르 역할을 맡은 크리스 햄스워스는 정말 북유럽 신화의 신이 살아 나온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싶을 정도로, 찰랑찰랑한 금발, 두꺼운 턱선, 우람하면서도 탄탄한 몸집, 쩌렁쩌렁한 목소리까지 갖춘 배우입니다. 반면 로키 역할을 맡은 톰 히들스턴은 호리호리한 외모에 교활한,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은 면모를 잘 살렸습니다. 형에 대한 열등감에 가득차서 형에게 조력하는지 아니면 호시탐탐 배신할 기회만 노리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고,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는, 이후에 나오는 '토르 : 다크 월드'에서 보면 특히나 더 빛이 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탈리 포트먼, 앤서니 홉킨스 등의 배우들도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셀빅 박사나 달시 루이스 같은 조연들을 맡은 배우들도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보여줬죠.


액션이나 특수효과에 대해서도 나무랄 것은 없습니다. 거대 자본을 투입한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것만큼 보증되는 것이 없겠죠. 액션이 너무 과도한 것도 아니고, 보여줄 정도로 적절히 보여줬습니다. 무지개 다리라는 전승을 바탕으로 구현된 비프로스트나, 아스가르드, 서리거인 등도 모두 잘 표현되었습니다.


스토리는... 네, 이게 좀 문제이긴 합니다. 아니,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교만함을 다스리지 못한 토르가 아버지 오딘에 의해 지상에 떨어졌다가 겸손을 배우고 다시 아스가르드로 귀환하고, 그 사이 동생 로키가 형을 죽이고 자기가 왕위를 이어받으려고 음모를 꾸미다가 토르에게 저지당하고, 그러다가 비프로스트가 파괴되어 버리는 결말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는, 전형적이라고 하자면 전형적이지만 히어로 영화 시리즈를 열기에 나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의 배경과 주된 갈등 구조를 보여주죠.


근데,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 요소들을 버무려서 보여준 연출력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아 저게 무슨 내용을 말하는구나'라는 걸 보면서 대강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영화 자체에서 그걸 보여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영화라는 '영상' 매체가 '보여주지' 못했다는 건 꽤 큰 문제죠.


로키는 형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많은 신화나 이야기에서 형제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인물 이야기가 나왔고, 로키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입니다. 형은 항상 자기보다 잘났고, 전쟁에 나가도 환영으로 적을 속이며 싸우는 자기에 비해 형은 항상 전방에서 멋들어지게 번개망치 휘두르며 싸우고 모두의 환호를 한 몸에 받습니다. 그런데 형은 인간계로 쫓겨났고, 알고보니 자기가 아스가르드인이 아닌 서리거인의 버려진 자식이었답니다. 여기서 로키가 반란을 안 일으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근데, 이 영화에서 이 과정이 자세히 서술될까요? 애석하게도 영화는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고, 로키라는 캐릭터를 시청자가 충분히 이해할 만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로키가 악역이고, 토르가 주인공이라 카메라가 토르만 더 많이 비춰줘서 그럴까요? 사실 토르도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만함 때문에 지상으로 쫓겨난 토르가, 원래 자기 망치를 들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고 아버지는 사망하셨다는 소식에 좌절하고, 로키가 보낸 디스트로이어가 제인 일행을 위협하자 자기가 죽으면 다 끝나니 자기만 죽이라고 앞으로 나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때 겸손함을 몸으로 보여줘 다시 신의 힘을 얻고 싸워서 이깁니다. 헌데, 이 영화 요약문이 사실 영화에 드러난 그대로입니다. 보통 요약문은 극의 흐름만을 보여주고 실제 영화는 이 전개에 좀 더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 여러 장면을 넣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영화는 딱 이 정도만 보여줍니다. 조금만 더 고뇌하고, 조금만 더 깨닫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딱 '아 쟤가 뭐하는지 알겠다'라고 관객이 인식할 시간만 주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결국 이 영화를 본 제가 받은 느낌은 그거였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재미있지는 않아...'


이후에 나온 영화들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데리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걸 볼 때, 1편인 '토르 : 천둥의 신'은 이런 면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명히 빠진 것은 없이 다 나온 거 같은데도 어째 시원스럽지 못한 결과물인 거죠. 어쩌면, 1편에서 배경이 되는 것을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다가 이도 저도 못 보여준 것 같습니다. '토르 : 다크 월드'에서 로키의 매력에 빠진 저였지만, 1편에서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어벤져스의 큰 흥행으로 이 시리즈가 1편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이 앞으로도 좋은 퀄리티로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달 말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가 나오고, 5월에는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 촬영이 있다더군요.

하네카와츠바사

대강당과 티타임, 아트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자입니다.

2 댓글

카멜

2014-03-05 21:02:26

어릴때는 토르나, 해리포터같이 마법 쓰고, 초현실적인 만화, 영화, 캐릭터가 좋았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서는 아이언맨같은 캐릭터가 더 좋네요ㅋㅋ

 

하지만 토르는 우주배경이 너무 이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경이 아주 굿굿

영화 크레딧의 그 경이로운 우주들 보셨나요!

하네카와츠바사

2014-03-05 21:26:35

아, 이그드라실 정말 멋졌죠. 옛날에는 영화 끝나고 엔딩 크레딧 안 봤는데, 요새는 그렇게 멋지게 만드는 크레딧도 있고 또 영화 음악을 재감상하는 차원에서 엔딩 크레딧도 꼭 보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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