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안보, 통일, 남북관계 등을 이야기하면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어 있어요.
안보를 중시하자면 전쟁광으로 비난당해야 하고, 북한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비판을 하면 고루한 생각으로 여겨지고 반통일, 반민족, 수구, 극우 등의 온갖 마타도어가 따라다녀야 하고, "진보" 라는 말에는 북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것을 지적하면 안되는, 일종의 공공연한 금기가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6.25 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을 반통일분자, 제국주의의 주구 등으로 폄하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었어요. 이를테면, 시위 현장에서 어떤 대학생들이 참전용사들에게 "당신들같은 반동분자들만 없었어도 인민공화국이 설립되었을 것이다!!" 라는 험구를 퍼붓는가 하면, 월남전을 일본의 태평양전쟁 도발과 동일시하는 시선도 있어요. 게다가 과거의 안보관련 사안을, 몇 가지 공작정치 사안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폄하하는 행태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디 그뿐인가요?
가장 엄숙해야 할 공간인 현충원에서 추태를 부리는 일도 늘어났어요. 현충원 내에서 취사도구를 반입하여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추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결국 오늘 신문 보도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15/2014061502361.html
기사를 읽어볼까요?
인공기와 태극기가 같이 등장하는 조형물, 그리고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의자.
6.25 전쟁 전몰자를 추모하기 위해 현충원을 방문한 미군 예비역 장교부부가 이것들을 발견해서 신고했어요.
이 기사를 읽고,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은 저뿐일까요?
남북화해, 말은 좋지요. 하지만 모순이 심각해요.
그런데 6.25 전쟁이 그냥 내란인가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는 그런 전쟁인가요? 이 전쟁이 김일성 정권의 헛된 적화야욕이 만들어낸 침략전쟁이고 국제전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그리고 여전히 북한은 대한민국 말살이라는 목표를 전혀 수정하지 않고 침략전쟁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허울좋은 남북화해라는 정치이념이, 현충원에 인공기를 포함시킨 구조물을 설치해도 될 권리를 주기라도 했나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고 관점이 다양하다지만, 이건 명백히 아니예요. 하지 말았어야 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왜 하켄크로이츠 문양의 의자가 있어야 할까요?
아무리 큰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명백히 잘못되었어요. 이런 조형물은 발상도 실천방법도 역겨워요.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할 것이 있고 안 할 것이 있는 법 아닌가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지 못할만큼 속이 좁은 것일까요?
아니면 전쟁광, 반통일분자, 반민족 역적, 수구, 극우주의자, 반동분자 등으로 불려 마땅한 것일까요?
남북화해라는 거대담론이 비판을 거부하는 도그마가 되고, 몰상식한 사건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 뒤에 숨어서 자유의 적이 되고 있는 세태가 결국 이런 사건을 낳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씁쓸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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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안샤르베인
2014-06-15 23:43:55
평화를 이야기하자는 발상은 좋지만, 그전에 역사공부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현충원의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저런곳에 저걸 걸어놓을 수가 없죠.
마드리갈
2014-06-15 23:52:21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나서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보니까 딱 그 모양이예요.
그리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경구가 지금만큼 이렇게 무섭게 느껴진 적은 없어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것을 만들고 설치할 생각을 다 했을까요?
아무리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넓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경우없이 처신해서는 절대로 안될 거예요. 게다가 현충원이 어떤 장소인데...현충원의 설립취지와 질서를 무시해서는 안돼요.
호랑이
2014-06-16 15:46:26
NL계열이란 진짜...
아니, 대학 강의실 빌려서 조용히 자기들끼리 저런 일 하는 건 인정할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북한에는 없는 사상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충원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면 저렇게 인공기를 건다는 건 좀 많이 엄청 엇나간거 같은데요? 현충원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도 검색도 안해보고 통일이라니까 "통일하면 역시 북한이지!"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느껴져요. 조금만 공부를 해보고 책을 읽었다면 저런 짓은 못했을 텐데, 당시 남한도 그리 꺠끗하진 않았다만 북한은 더 비열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저건 뭐...
그리고, 뭐? 하켄크로이츠? 아니, 남북통일 관련 조형물에 하켄크로이츠는 왜 나온걸까요? 억지로 북한의 수용소가 홀로코스트랑 비슷하다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도 현충원에, 남북통일 행사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어요. 역사재현 혹은 학술적 목적으로 제한적인 자리에서 제한적으로 쓰여도 조심스러운 물건인데... 진심으로 이해가 안되네요.
마드리갈
2014-06-18 00:13:32
뭐랄까, 자유를 누린다는 게 경우없이 막 행동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닐텐데, 예의 소동을 일으킨 자들은 그런 생각은 못하나 봐요. 사실 사상이고 뭐고를 떠나서, 빈소나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언급할 필요가 없는 건데, 그 모종의 사상으로 인해 사리판단 자체가 마비되어 버린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인공기도 그렇지만, 하켄크로이츠는 더욱 어이가 없었어요. 그게 어떤 물건인지를 알고나 그러는 건지...오해받을 행동을 저렇게 자초하니 아무리 의도가 어쩌고 하더라도 진의를 믿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좀 잔인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저 조형물을 만든 대학생들은 능력부족까지 노정했어요. 바로 보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구차한 변명에 의존한 데에서 이미 역량이 드러났어요.
대왕고래
2014-06-17 13:34:00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현충원이 어떤 곳인지를 모르고 외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통일은 말은 좋지요. 하지만 무작정 통일을 외치기에는 북한은 점점 엇나가고 있고, 우리나라에게 계속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꿈만 꿔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뉴욕에 가서 "알 카에다를 용서하자! 알 카에다와 우리는 형제다! 알 카에다는 잘못한 거 없다!" 이러는 거랑 다를 게 뭔가 싶어요.
더 말도 안되는 것은 저 의자에 새겨져있던 하켄크로이츠...# 나치가 뭔지도 모른답니까? 대체 그걸 새긴 이유가 뭔가요? 그냥 이건 생각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어요.
마드리갈
2014-06-18 00:20:38
맞아요. 냉철한 상황인식이 기본이 되어야 해요. 그게 안되면, 안으로는 현충원이라는 엄숙해야 할 공간에서 저렇게 추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고, 밖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반인륜적인 집단의 만행에 눈감게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않아요.
보통 생각없는 자들이 오컬트적인 요소가 많은 제3제국을 굉장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 자랑할 게 절대 못되는데다 어리석기 짝이 없어요. 사실 독일의 입장에서 봐도, 그리고 진정 독일을 좋아한다면, 나치의 만행과 그로 인한 독일의 입지 축소에 더더욱 이를 갈게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