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말년휴가를 온 김에, 부모님이 남해 여행을 계획하셨습니다.
...사실 계획이라고 해도, 목적지만 딱 정해놓고 네비가 가라는 대로 간 다음에, 낚시할 곳 있으면 낚시한다!가 끝인 여행입니다.
목적지는 다랭이마을. 어머니가 TV에서 그 곳에 계단식 논이 있다더라, 그러니까 한번쯤 봐야한다더라 는 말을 들으시고서 계획하셨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출발을 했는데, 어어, 매우 머네요, 이거.
문제점은 제가 차멀미가 있어요. 게다가 "괜찮겠지" 싶어서 차 안에서 팝콘을 배불리 먹었더니 차멀미가 10배로 심해졌어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도중에 소화제 사서 먹었으니 망정이지...
아무튼 도착. 일단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다랭이 마을로 갔습니다...만은...
그 곳 사람들이 아무도 논 농사를 짓지 않은 터라, 계단식 논 벌판+풀밭 이더군요. 그냥 뭐... 생각했던 그런 계단식 논은 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마 기대하셨을텐데 분명 실망하셨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러 가기로 했죠. 근데... 낚싯대가 두개가 망가졌네요?
게다가 낚시할 곳도 마땅치 않은 게, 아버지가 잡은 포인트마다 꼭 낚싯줄에 뭐가 걸려서, 낚시는 포기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후회하고 있었는데...
해변가...였던가? 갯벌가였던가? 어머니가 굴을 발견하셨습니다.
저는 돌 밑에서 빵게를 발견했습니다.
굴은 제철이 아닌 거 같아서 일단 버리고, 다들 돌 밑을 샅샅히 수색했습니다.
빵게, 빵게, 그리고 빵게와 빵게!!
네에, 오늘은 낚시날도 아니고, 계단식 논을 보는 날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빵게를 잡는 날이었어요!
그렇게 빵게를 한 몇십마리를 잡았습니다.
저게 해변가에서 잡은 거였고, 갯벌에는 그냥 딱 봐도 (갯벌 한 구역마다) 몇십 몇백마리가 꿈틀꿈틀대는 게 보일 지경이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겁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해감?한 다음에 간장을 어떻게 해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시네요. 아버지가 특히 좋아하시는 반찬이라고...
아마 내일은 빵게를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뭐라도 얻었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ㅅㅎ
PS. 사실 회도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작은 회가 50000원... 포기했습니다. 뭐야 이게...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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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5-08-14 23:59:14
남해에 갔다 오셨군요!! 주목받는 관광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군요.
그래도 빵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져요.
해감이라는 건 내부의 진흙 등을 빼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걸 꼭 해줘야 해요. 안그러면 그 진흙 등을 먹게 되니까요.
관광지의 폭리 문제, 참 문제예요.
대왕고래
2015-08-15 00:09:13
계단식 논에는 논이 없었고, 관광지 횟집에는 (사먹을) 회가 없었어요.
참 이런이런이에요.
그래도 빵게를 많이 잡았으니 다행이죠 ㅎㅅㅎ
SiteOwner
2015-08-19 22:05:28
차멀미가 있으면 정말 고생하기 마련입니다.
국민학생 때 같은 반의 여학생, 그리고 중학생 때의 같은 반의 남학생이 차멀미가 심해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도중에 아주 제대로 고생을 하던 게 생각납니다. 특히 중학생 때의 그 남학생은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괜찮게 하는 편인 올라운더였는데 수학여행이 끝나고 나니 사람이 반쪽이 되었다 싶을 정도로 야윈 모습을 보여서 안쓰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관광지에서의 횡포, 그것 참 고약하지요.
여담으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나그네길은 고달팠는지, 방랑시인 김삿갓이 함경도 길주와 명천 및 경기도 개성에서 박대당한 것에 이가 갈려서 거의 욕이나 다름없는 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길주라서 길한 고을인줄 알았더니 길하지도 않다든지, 명천이라는 고을 사람들이 인간성이 어둡다든지, 개성이라면서 열린 문 하나 없다는 식으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빵게!! 이번 남해 여행에서의 최대의 수확!!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대왕고래
2015-08-19 22:29:08
초등학생 때 그런 친구들 많았죠. 때로는 그... 식사중에 언급하기 거시기한 광경도 봤죠;;;; 울렁거리다가 못해서 그 친구가... 여기까지;;;;
김삿갓 시가 맘에 드네요. "아니 왜 가세요?"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정말 왜인지 모르셨을까요?
빵게 수확은 정말로 좋았습니다. 근데... 그거 반찬해서 먹으니까 제 입엔 너무 짜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