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철도사고로 타고 가던 열차가 운행중지되어버린 것은 처음 겪어보았어요.
어제 서울에서 할 일을 마치고 열차로 귀가중이었는데 갑자기 열차가 더 이상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신호대기를 위하여 임시정차중인 경우가 간혹 있다보니 이상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정차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열차안내방송에서, 경부선 신탄진역과 매포역 사이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해서 상하행 선로 양쪽이 모두 통행불능상황에 빠졌고 언제 운행이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다시 방송이 나와서 그대로 지시에 따랐어요.
수도권전철로 갈아타서 장항선 아산역까지 가고, 아산역과 계단으로 연결된 KTX 천안아산역으로 가서 거기서 동대구행 KTX를 타는 것. 이렇게 지시를 따라서 탔을 경우에 무임으로 갈 수 있고, 도착역에서 지연보상을 받을 수가 있다고 하네요. 결국은 날을 넘겨서 귀가할 수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느끼는 혼잡을 KTX 안에서 체험했다는 건 또 신기한 일이기도 했지만요.
이번 사고에서 두 가지가 인상적으로 보였어요.
첫째, 국내에는 철도네트워크가 많지 않다 보니 어느 구간이 못쓰게 되었을 때 전국적인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점. 이 사고로 경부선(경전선 및 동해남부선 경유 포함), 호남선(전라선 포함), 충북선 운행계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으니까요.
둘째, 이러한 대규모 혼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대응이 대부분의 경우 침착했다는 점. 현장 실무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침착하게 대응해서 별 탈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예의 철도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게 정말 다행이예요.
많이 놀라고 불편하기도 해서 오늘 몸도 안 좋지만, 그래도 새벽에 귀가할 수 있었고 인명피해 없이 사고가 수습되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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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안샤르베인
2016-03-12 22:31:48
인명피해가 없었다는게 천만다행입니다. 안에서 정말 무서우셨을것 같아요. 저라면 테러라도 난게 아닐까 하고 불안해했을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16-03-12 23:45:28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수도권 전철로 갈아탈 때 별별 생각이 다 났어요. 대체 얼마나 심한 사고이길래 탈선에 그치지 않고 가선까지 끊어졌는지...전동차나 전기기관차가 끄는 형식의 열차라면 못 다니는 건 물론이고, 가선이 끊어지면 그 주변은 엉망이 되니까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열차도 통행이 불가능하거든요. 테러 생각도 났으니 정말 섬찟했어요.
게다가 그날따라 바깥바람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졌어요.
마시멜로군
2016-03-12 23:56:40
철도사고에 피해를 받으신거는 슬픈 이야기지만 다치지 않으신건 다행이군요.
마드리갈
2016-03-13 13:45:30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사실 열차표를 예매할 때 어느 정도 여유를 두어서 좀 늦은 시각에 출발하는 것으로 사 두었는데, 만일 일찍 출발했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서 많이 불안했어요. 돌아오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고 오늘까지도 생활리듬이 흐트러져 있지만 그래도 다치지 않고 별다른 피해가 없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조커
2016-03-13 11:09:20
뭐가 어찌되었건 부상없이 무사하셨다면 그걸로 정말 다행인 겁니다.
얼마나 불안하셨습니까? 지금은 좀 진정되셨나요?
마드리갈
2016-03-13 22:58:01
염려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토요일 오후 정도에는 진정되었지만, 주말동안의 생활리듬이 다 망가진 게 탈이었어요. 그래서 지금 피로하지 않다고는 말하기 힘든 상태에 있어요. 그래도 다치거나 다른 피해를 입는 일 없이 불편하게나마 귀가가 가능했고, 지연보상도 받을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어요.
파스큘라
2016-03-16 16:52:23
별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인명피해가 없다니 다행이지만 다른분들 말씀대로 이럴때 쓸 비상 인프라가 미흡하다는게 걸리네요.
마드리갈
2016-03-20 01:24:39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어요. 화물열차가 탈선한 구간을 찾아보니 노선 자체가 고지대이고 아래가 가파른 경사라서, 여객열차가 탈선했다면 항공기 추락과 다를 바가 없어졌을 게 분명해요. 게다가 전기설비를 치고 가선을 끊었다니 전기 관련 사고도 겹쳐서 정말 최악의 철도인명사고가 되었을 게 보였어요.
해당구간은 정말 대체노선이 있어야 해요.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발착하는 열차 중 장항선이나 충북선으로 가는 몇 편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영향을 받아버리니까요. 게다가 해당구간이 경부선 구간 중 가장 선로용량이 밀집된 병목구간이기도 해서, 그 구간의 수송력이 높아지지 않으면 열차증편은 불가능해져요.
탈다림알라라크
2016-03-16 23:41:46
저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화물열차 사고는 아닌데, 누군가가 투신하는 바람에 차가 전부 지연되고, 가족모임 약속에 늦을 수밖에 없게 됐죠.
아무튼 별 탈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마드리갈
2016-03-20 01:27:58
걱정해 주신 데에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아...누군가의 투신...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예요...
그런 결정을 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게다가 지인의 가족 중에 열차에 투신하는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는터라 그런 사건 관련은 정말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