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아즈마 키요히코의 만화, '요츠바랑!'의 패러디.
1. 10년이란 세월은 참 느리고도 빠르네요.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는 말도 있는만큼 10년 전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정말 상전벽해가 딱 맞는듯합니다. 내년 8월 31일은 2007년 8월 31일에 처음 발매되어 유저가 자유롭게 자신만의 노래를 만드는 것이 특징인 보컬로이드 소프트웨어의 이미지 캐릭터에서 시작해 이제는 니코니코 동화, 그리고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하츠네 미쿠의 10번째 생일입니다. 또 10년 전에는 오타쿠 문화도 잘 모르고 저런거에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지는지 의아해 했던 사람을 지금은 그 오타쿠 문화의 한복판에서 살면서, 오타쿠 문화가 삶 그 자체가 되버리게 만든(그렇습니다, 제 이야기입니다 :).)시간이기도 하죠.
또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로, "요즘 새로 나오는 휴대전화에는 카메라 라는게 달린대!" 라는게 핫 이슈로 등극하던 휴대전화는 이제 그 당시에는 공상과학의 영역이었던 '손바닥만한 화면을 손가락으로 슥슥 문지르기만 해도 모든 기능을 조작할수 있는 다재다능한 슈퍼 컴퓨터'가 되었고, 우리는 이걸 네글자로 심플하게 '스마트폰' 이라고 부르고 있죠. 그밖에 "나사는 고물 컴퓨터로도 인간을 달에 날려보냈고 나는 그것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성능의 스마트폰으로 새를 돼지에게 쏘고있다"(=모바일 게임 앵그리 버드) 라는 말도 있구요.
10년=3650일=87600시간=5256000분.
길다고 한다면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인간의 삶의 10분지 1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고, 돌이켜보면 정말 눈 깜짝할 새 흘러가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각각 어떤 삶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일지 뒤돌아보는 시간이 또 왔으면 좋겠네요. 단순히 미쿠의 10주년 생일이 언제인지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쓰다보니 또 마구 이어지고 있네요.
2. 수집품들은 언제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음같아서야 하나하나 꼼꼼하고 세세하게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갯수가 갯수인데다 시간도 근성도 의욕도 없으니 매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네요. 우선은 저희집에서 대당 단가로 가장 비싸신 몸값을 자랑하는 레고 71006 심슨 하우스, 71016 퀵키마트부터 먼저 소개해드리고 틈나는대로 보유중인 건프라 라던지 잡다한 프라모델도 올려볼 생각입니다. 이것들도 사실 피규어에 맞먹을 정도로 종류가 꽤 다양한 편인데 관리 소홀로 수중에 갖고있는건 별로 없고 사진만 남아있는 물건들도 많지만요. 또 최근에 아주 재밌는 물건들을 입수한 김에 간단하게 소개글이나 올려보겠습니다.
3. 작년과 올해 들어서 유독 성우계와 만화/라이트노벨계에 부고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성우 분 중 한 분인 짱구 아빠 오세홍님부터 시작해서, 제게는 히다마리 스케치의 요시노야 선생과 기어와라 냐루코양!의 쿠우코로 가장 친숙한 마츠키 미유 님, 최근에는 라이트노벨 아빠 말 좀 들어라!/길 잃은 고양이 오버 런!을 연재하고 하테나 일루전을 연재하시던 마츠 토모히로 님과 토지/오세암/동백꽃 등의 만화를 그려오셨던 만화가 오세영 님, 디지몬 어드벤처의 오프닝곡이자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곡 버터플라이를 부르셨던 가수 와다 코지 님 까지. 원래부터 성우나 작가 계통이 몸 건강 해치면서 일하기로 악명높은 업계라고는 하지만, 작년과 올해 들어서 유독 부고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어서 참으로 서글프고, 익숙한 사람들이 곁을 떠나간다는 현실이 무섭습니다...
4.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이야기.
저는 모바일 게임은 거의 안하는 편이고 해봐야 간단한 퍼즐류만 주로 하는 편인데, 아는 사람 추천으로 '헌트쿡'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완전히 푹 빠졌네요. 기본적으로 1시간마다 1회씩 제공되는 사냥 포인트로 주재료인 육류를 얻고, 상점에서 게임 화페인 코인을 일정량 지불하고 구입하거나 NPC의 이벤트로 받는 야채를 이용해 야생고기 요리(불어로 자비에 라고 하는듯 합니다)를 만들어 일종의 주 퀘스트인 '메인 오더'와 서브 퀘스트인 '서브 오더'를 클리어해 야생동물 레스토랑 '헌트쿡'을 경영하는 나가는 방치형 육성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현금을 지불해 게임 내에서 쓸 수 있는 다이아를 구입하고 이것으로 레스토랑의 조리대나 창고를 증설하고 사냥 쿨타임을 최대 30분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등, 돈을 쓰는 만큼 게임 진행이 편해지는 P2F 류의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내의 목표 완수나 광고 시청 등으로 상당량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현금 충전으로 다이아를 구입하지 않아도 진행 자체에 큰 무리는 없게끔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사냥감을 간단한 미니 게임으로 사냥해 육류를 충당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사냥에 최대 1시간의 쿨타임이 걸리는데다, 요리도 가면 갈수록 2시간 3시간을 넘어 본 요리만 12시간이 걸리고 부재료 조리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꼬박 걸리는 요리도 상당수 나오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기보다는 그냥 할수있는 요리를 만들고 냅두다가 생각날때마다 틈틈히 켜서 플레이 하는 식으로 하는게 가장 재밌는 듯 합니다.
그밖에 헌트쿡 외엔 '길건너 친구들Crossy Road'을 하고 있는데 고전게임 프로거(Frogger, 1981)의 포멧과 게임방식을 그대로 따와 터치만으로 캐릭터를 조작하여 차에 치이지 않고 최대한 멀리까지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자 과제인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는 속도, 진행방향, 종류가 랜덤으로 나오는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고속으로 통과하는 열차가 지나가는 철로, 통나무가 떠다니고 연잎이 떠 있는 강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세가지 요소가 진행할때마다 랜덤하게 생성되어 펼쳐집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가차로 획득 불가능한 히든 캐릭터를 제외한 캐릭터들을 한화 약 1천원 남짓한 가격에 직접 선택 구입하거나, 게임 내에서 입수할 수 있는 코인 100개를 모아 돌리는 가차 플레이로 랜덤하게 획득할 수 있으며 일부 캐릭터는 일정 거리 이상을 이동하거나, 스테이지의 일정 지역에서 일정 오브젝트와 접촉하거나, 강에서 랜덤으로 떠다니는 캐릭터를 밟는 등의 동작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해금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따금 선택한 캐릭터에 맞게 스테이지와 오브젝트가 변하기도 하고, 캐릭터에 따라서는 재밌는 효과음을 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BGM 없이 효과음만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조금 지루해질 수 있다는게 흠.
그외, 디즈니와의 콜라보로 '디즈니 길건너 친구들'도 판매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포멧은 위와 같지만, 캐릭터의 소속 작품(라이온킹, 토이스토리, 라푼젤 등)에 따라 스테이지와 오브젝트, 캐릭터간 최대 이동 거리, 보유한 캐릭터 수량 등이 전부 별개로 매겨집니다(즉 토이스토리 캐릭터를 선택했다면 토이스토리 전용 스테이지와 오브젝트만 나오고, 기록도 토이스토리 관련 캐릭터의 최고 기록만 표시됩니다.). 특히 각 소속 작품마다 BGM도 딸려있어서 원본 보단 조금 더 재밌게 느껴지고 작품에 따라서는 최장거리까지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스테이지 내의 오브젝트를 획득하고 그것의 합산 점수를 카운트하여 최고 기록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밖에는 퍼즐 게임 모뉴먼트 벨리Monument Valley도 꽤 좋아하는데, 터치를 통해 주인공 아이다를 이동시키거나 스테이지의 구조물들을 작동시켜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입니다. 특히 펜로즈의 삼각형이나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초현실주의 그림 처럼 착시현상이 게임의 주요한 기믹이라, 전혀 갈 수 없는 것처럼 생긴 곳도, 스테이지를 조작하면 착시현상에 의해 길이 생성되어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퍼즐의 난이도는 비교적 간단해서 구조물을 몇번 작동시켜보면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한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퍼즐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래픽, 몽환적인 BGM(특히 스테이지의 조작에 따라 BGM이 적절히 편곡되기도 합니다.), 간단한 퍼즐의 3박자가 어우러져 꽤나 재밌습니다. 10개의 메인 스테이지로 구성된 본게임 Monument Valley, 9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추가 구매 확장팩 Forgotten Shores, 포가튼 슈즈와는 달리 무료로 제공되는 5 스테이지로 구성된 Ida's Dream으로 구성되어 있고 메인인 모뉴먼트 밸리나 확장팩 포가튼 슈즈는 난이도가 적절히 섞여있어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성을 취하는 반면, 아이다의 꿈은 나머지 19 스테이지에 나왔던 모든 퍼즐이 혼합된 구성을 취하고 있어서 처음 플레이해보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가격은 모뉴먼트 밸리와 포가튼 슈즈를 합쳐서 한화 약 5~7천원 남짓으로 개인적으로는 돈값은 충분히 하는 듯해서 좋습니다 :)
언제나 간단하게 쓰려고 해도 쓰다보면 이야깃거리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네요.
이번 글도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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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16-05-07 21:22:22
제목을 보고 바로 요츠바랑을 생각했는데 역시 적중했네요!!
세계의 변화속도는 정말 빨라요. 말씀하신 것처럼 하츠네 미쿠가 나온지도 꽤 오래 되었고, 하츠네 미쿠가 유튜브나 니코니코동화 같은 동영상 투고사이트에서도 마이너한 컨텐츠였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광고에도 나올 정도로 표면으로 부상했으니까요. 그리고 핸드폰도 그냥 전화나 문자나 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보급형 PC의 성능과 가격을 오래전에 뛰어넘는 고성능 스마트폰으로 진화했으니 정말 놀랍기 그지없어요. 그와는 또 대조적으로, 미래예측과는 정반대로 에너지자원 전체에서 석탄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항공기와 선박의 순항속도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느려지는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점은 또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요.
컬렉션에서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복사열과 자외선이예요. 종이, 플라스틱 등의 소재는 특히 복사열과 자외선에 취약하니까 직사광선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고 실온도 과도히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해 주셔야 해요. 가구배치를 바꾸거나 창에 블라인드를 단다든지 하는 방법도 강구해 주실 게 필요해요.
작년에는 만화가 후지와라 코코아 및 성우 마츠키 미유, 그리고 올해는 소설가 마츠 토모히로가 타계...
대체 이렇게 일찍 타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역시 열악한 업무환경이 문제인 것인지, "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라는 바이런의 말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해요.
파스큘라
2016-05-10 12:55:52
캐릭터가 정립되지 않았던 극초창기땐 미쿠미쿠하게 해 줄게나 하츠네 미쿠의 소실 처럼 가이노이드(여성형 안드로이드)나 프로그램의 특성을 따온 노래가 주류였다면 점차 팬덤이 모이고 2차창작이 활성화되면서 이렇게까지 발전했죠.
사실 이제는 망가지든 말든 크게 상관은 안하는데 아무래도 비싸게 주고 산 것들이니 될 수 있는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죠. 이제 여름도 코앞이니 대책을 시행해봐야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쪽 계통이 원채 건강하고 담 쌓은 곳이긴 하지만 요 근래들어 유독 부고 소식이 많아서 솔직히 무섭습니다...
SiteOwner
2016-05-07 23:56:52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정말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터라 정말 조금만 한눈을 팔다 보면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하드웨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는 하는데 과연 생산성이나 통찰력 등은 그에 맞게 잘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마냥 그런 것도 아니라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의 아폴로계획 같은 초거대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쓰인 컴퓨터의 성능은 보잘것없었지만 그것으로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떤지를 돌아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컴퓨터 제품의 설계사상을 보면 10년 동안의 큰 변화가 보이는데 나중에 기회가 닿는대로 그것도 다루어 볼까 싶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어지간한 경우 80-90세 정도의 천수를 누리고 타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산업계 쪽의 사람들이 요절하는 것을 보면 많이 걱정스럽습니다. 저도 기획하는 컨텐츠가 있는데 이게 빛을 보기도 전에 제 수명이 다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고, 실제로 사경을 헤멘 적도 있다 보니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타계하신 분들을 위하여 잠시 기도하겠습니다.
컬렉션 및 게임과 함께하는 삶을 길게 잘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파스큘라님의 컬렉션은 늘 감탄하면서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고해 주실 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동생이 조언해 둔 것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파스큘라
2016-05-10 13:05:15
이제는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가상 현실을 목전에 둔걸 보면 창잭물의 사이버펑크 세계관도 그렇게 멀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문제가 많지만서도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을거라 믿습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워요...
뭐 급할 것도 없으니 천천히 느긋하게 써볼 생각입니다.
취미생활은 즐겁게 가 제 유일한 모토기도 하구요 :)
마시멜로군
2016-05-08 12:45:59
제가 처음 사용한 휴대폰은 갤럭시 지오였어요. 800MHz 싱글코어 CPU에 384mb 램 사양의. 5년 사이에 휴대폰에 사양이 거의 당시의 PC급으로(더 나을지도 몰라요) 달리게 된것도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네요. 최소한 이 분야에서 기술의 발전은 굉장하네요.
파스큘라
2016-05-10 13:07:51
제가 처음 쓴 휴대전화가 원더걸스가 광고하던 일명 슬림팬더 라는 물건인데. 손톱만한 키패드 버튼과 코딱지만한 액정 화면을 보니 잘도 저런걸 쓰고 다녔구나 하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로부터 10년, 저는 지금 손바닥만한 크기에 뭐든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포터블 컴퓨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네요 (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