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물은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의 추가사항을 준수하고 있으며, 테러리즘에 대한 경각심 제고의 차원에서 작성된 참고자료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테러리즘에 결연히 반대함은 물론, 언급된 테러방법이 실행되는 것도 반대합니다. 언급된 테러방법은 범죄이기에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 따라해서는 안되며, 혹시 주변에서 이러한 사례를 보시면 신속히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기관에 신고해 주시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만에 쓰는 글이 무겁고 섬찟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오늘 접한 무서운 소식 하나를 접한 후에 이건 포럼의 여러분들도 꼭 알고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되었다 보니 다루게 되었어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및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는 무차별 주사바늘 테러가 횡행하고 있어요.
왜 "무차별"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냐 하면, 이전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주사기를 갖고 다니는 부랑자가 행인들에게 구걸할 때 협박수단으로서 이용하는 등 상대를 특정하는 형태가 주류였는데 반해, 이번에 발견된 사례는 불특정다수를 노린 테러니까요.
우선, 러시아 프라우다의 보도부터 보도록 해요.
2016년 9월 28일에 보도된 기사(영어)에 따르면, 모스크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근처에 장치된 주사바늘에 사람들이 찔리는 사례가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2년 전 서유럽에서는 극장의 좌석에 주사바늘을 설치해 두고 찔린 사람이 좌석을 살펴보면 "HIV 감염 축하" 라는 메모가 있는 등의 이른바 니들 테러리즘(Needle Terrorism) 사례가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더욱 무서운 것은, 몇몇 사례에서 실제 감염사례도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국내언론에서도 이것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이것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발견되어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밝힌 내용에 근거하고 있어요. 기사로는 2016년 9월 29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보도 및 2016년 9월 30일 조선닷컴의 보도 등이 있어요. 게다가 위의 프라우다 기사에 따르면 10년 전 키예프에서 신원불명의 자가 휴대한 주사바늘로 사람들을 찌르고 도주한 사건이 벌어져 피해자들이 키예프 에이즈 예방관리센터를 찾았지만 다행히도 병원체 감염은 없었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수법도 다양해서, 에스컬레이터에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의 화장지 폴더나 손건조기같이 아무 경계심 없이 손을 갖다대기 쉬운 곳을 노린다는 것도 상당히 섬찟하기 짝이 없어요.
대체 이런 악독한 짓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적은 비용으로 자행할 수 있으면서 사회의 신뢰수준을 급속히 떨어뜨릴 수 있는 테러리즘 기법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 무섭기 짝이 없어요.
이러한 니들 테러리즘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이것에 희생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어느 선까지 어떻게 조심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판단이 서지 않고 있어요. 사실 병원체 감염이라는 것은 인체나 방호구의 내구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과거 유럽의 결투 룰로 말하자면 First Blood의 문제니까요. 먼저 찔려서 피를 보는 사람이 패하는 그 퍼스트 블러드 방식의 결투 룰은 그래도 전투에 임한다는 의식이 있는 전제하에서 참여하는 것이긴 하지만, 예의 주사바늘 테러의 경우는 피해는 일어나고 나서야 인지되니까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통상적인 인간의 주의력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인간이 행동할 때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쓸 수도 없는 것이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습관적으로 자동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법인데, 예의 테러는 그러한 인간의 생리를 역이용하는 것이니만큼 두렵지 않을 수가 있어요. 사실 매사에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지닌 에너지 및 자극의 수용범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서 어느 시점에서는 그 주의가 풀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역시 그런 순간조차도 니들 테러리즘은 놓치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테러에 사용되는 도구는 아주 저렴하고 은밀성도 높지만, 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명마저 뺏길 수가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모로 엄청난 손실을 강요당할 것은 아주 분명하니까요.
특히 사건의 주된 발생장소가 구소련 구성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 점에서 우려가 안 될 수가 없어 보여요.
소련 사회 특유의 불투명성이 팽배한 구소련 구성국에서는 사회신뢰수준이 상당히 낮은 문제가 있어요. 이것이 어느 정도 구조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구가 많은 편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 보아도 국토가 광활하다 보니 가용 행정력 자체가 상당히 적은데 이것만 있을까요? 산업구조가 건전하지 못하다 보니 부의 편중이 심하고, 공공부문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기 짝이 없어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어요. 그렇다 보니 공권력이 발휘되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조차 믿을 수 없으니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밖에 믿을 수가 없게 되어요. 그러니 폭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질수밖에 없고, 소련이 망했어도 낮은 인권의식이 개선될 여지 자체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렇다 보니 저런 무차별테러를 손쉽게 실행에 옮길 사람들도 확실히 많이 있다고 봐야겠네요.
지금 상황에서는 저 테러의 주모자와 목적 모두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나쁜 쪽으로 머리를 쓰기는 아주 용이하지만 그것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으며 제대로 대항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것이겠죠.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저런 사건이 우리의 생활에서도 현실이 된다면, 지금의 의료체계는 피해자의 구호에 대해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까도 의문이 들고 있어요. 당장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한 대처방식을 봐도 별로 신뢰가 안가는데...
가면 갈수록 무서운 일이 늘어나네요.
이제 판데믹은 테러리즘으로도 발생가능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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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Dualeast
2016-09-30 14:19:13
무섭네요. 거기에다 실제 감염 사례가 있다는 게 더 그렇습니다.
마드리갈
2016-09-30 14:55:29
기사를 읽고 정말 기겁했어요.
정말 나쁜 곳에 머리를 쓰기는 참으로 쉽고 이것에 맞서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게 통탄스러워요.
포럼에 올라오는 컨텐츠에 되도록 사건사고 관련을 최소화하려 하고, 따라서 사회적 파급력이 특히 커서 중요하다고만 판단되는 것을 선별해서 간혹 대강당에 쓰고 있는데, 이번에 다룬 주사바늘 테러는 실행비용 자체가 굉장히 저렴한데다 예상피해가 비교도 안될만큼 크다 보니 모방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싶어 언급했어요.
마키
2016-09-30 17:17:17
일본 쪽인가도, 공원같은데 있는 놀이기구 손잡이에 면도칼을 붙여놔서 애들 부상 사례가 속출한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네요.
무차별 테러의 가장 무서운 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할지를 모른다는거죠.
마드리갈
2016-09-30 20:24:42
정말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를 일이예요. 그런 짓을 하는 자는 꼭 잡혀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요.
일본에서 주사바늘 테러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치바현 치바시에서 여자중학생이 주사바늘에 오른쪽 허벅지를 찔리는 상해를 입었고, 그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되었다고 해요.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데...
해당 보도는 NHK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어요.
콘스탄티누스XI
2016-09-30 20:01:36
참 할짓이 없다 생각밖에 안드는 인간들이군요. 저들이 무슨짓을 하든 그건 저들 자유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저런짓을 한다면 그건 범죄입니다.
마드리갈
2016-09-30 20:31:54
이유와 목적이 어찌되었든 간에 그런 테러행각은 중단되어야 하고, 그런 짓을 저지르는 자는 자유를 박탈당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끔찍한 일이 계속될 것은 명백하니까요. 게다가 해당 사안이 정말 위중한 게, HIV, 페스트균, 시안화칼륨, 방사성 동위원소 등의 위험한 물질이 그렇게 체내에 침투해 버리게 되면 생명을 뺏기거나 여생을 고통받으면서 보내야 할 것이 확정되니까요. 당장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의 독가스테러도, 현재까지도 당시 독가스에 노출된 사람들 중 생존자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셰뜨랑피올랑
2016-09-30 20:33:22
무섭네요. 단순히 테러라 무섭다기보단, 본문대로 대비한다고 대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게 공포스러워요.
사람이 이렇게 영악하면서, 무력하기도 하네요.
마드리갈
2016-09-30 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