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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3 - 중국식 사고방식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시리즈를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명백한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적용했을 때 누구나 어디서든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연과학 및 공학의 분야와는 달리,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방면의 것들은 연구대상의 각각의 고유한 특성 덕분에 그 연구결과 또는 가치판단의 값이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의 저서 여성과 남성에서 소개되는 몇몇 원시부족의 경우,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남성과 여성의 다른 특징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거나 당시 문명사회의 정설과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든지, 경제학에서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가 같은 사안을 놓고도 다른 해석을 한다든지, 음악에서 테너 성악가 중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와 프리츠 분덜리히(Fritz Wunderlich, 1930-1966) 중 누가 더 뛰어난 성악가인지 취향이 갈려서 판별하기 쉽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하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정답이나 모범답안은 없다는 말이 어느 정도 통하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사드 문제는 국제정치의 영역이고, 이것을 연구하는 주요 학문분야가 사회과학의 하위개념 중 하나인 국제정치학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도 정답은 없을 것이니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아 보이고, 그래서 여러 이야기가 백가쟁명하는 실정입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쌍중단(?中?), 즉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발사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중단 또한 그래서 생각해 볼 대안같이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분야가 정답이 없으니 그 방안을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요?


유감입니다만, 그렇게는 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압축하자면, 논점일탈입니다.

여기서 분명 반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는 정답은 없다, 국제정치학은 사회과학 영역이고 쌍중단 또한 그 범주에 있다, 그러니 그것도 괜찮다는 삼단논법이 성립하는데 하고 말이죠.

그러면 다시 생각해 볼까요?

우리의 생존문제가 언제부터 사회과학의 연구 차원이었습니까. 이런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존문제는 선택지가 딱 2개밖에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둘.


그러면 다시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중국이 말하는대로 쌍중단이 답이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가능하겠습니다. 일례로 한반도 안보 딜레마, 쌍중단이 답이다 제하로 2017년 11월 18일 프레시안에 기고된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의 기고문도 있습니다. 미중 패권구도라든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기회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이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쌍중단 옹호 논리가 일부러 외면하거나 미처 못 본, 그래서 결과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논점이 몇 가지 있으니 추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게 세 가지가 있겠군요.

  1. 한미동맹이 탄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2. 왜 두 다른 사안을 뒤섞는가?
  3. 쌍중단에 중국의 행동이 들어가 있는가?

그러면, 이제 이 논점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누구에게는 불구대천의 숙적으로 보일 한미동맹의 탄생 배경을 봐야겠습니다.

북한이 소련과 중국의 지원하에 일으킨 침략전쟁인 6.25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나라 자체가 망할 위험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합의 조력 덕분에 기사회생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생존수단으로서 한미동맹을 선택한 것입니다. 약간 표현을 바꾸자면 북한과 그 배후세력이라는 침략자에 맞서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한미동맹이고 그 한미동맹은 공동군사작전을 전제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걸 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생존전략을 모색해서는 안된다는 말인데 누가 그렇게 강요할 수 있으며 또 그런다고 우리나라가 그 강요를 따라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입니까. 이미 여기서 쌍중단의 요구조건 하나가 언어도단임은 드러납니다.


둘째, 북한의 각종 도발과 한미동맹의 군사훈련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미 북한의 국가목표가 대한민국 말살인 것은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테러를 일삼는 한편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지어 체제존속과 국가목표 양립을 꾀하는 통미봉남 노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위협은 아직 해소되어 있지도 못합니다. 반면에 한미동맹의 군사훈련은 어디까지나 한미 양국의 건전한 존속을 담보하고, 그것에 위협이 되는 제요소를 격파하기 위해서 실시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 사안은 섞을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중국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군요. 1937년의 중일전쟁에서 침략자 일본에 맞서 싸운 중국도 침략자인지. 북한의 도발과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도발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당시의 중국도 침략자로 정의해야 합니다. 그 대답을 하기 싫다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고, 그러니 두 사안을 동일시해서는 안됩니다.


셋째, 쌍중단에는 중국이 없습니다.

결국 북한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원치 않으니 불능의 조건을 내세워서 명목상 중립을 취하고 한미동맹만 와해되면 된다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중국과 북한은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나라에게만 무장해제를 강요하는 작태를 이렇게 기만적으로 돌려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이 문제를 사드 논란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사안의 발생 이유를 무시하고 한국에만 온갖 공격을 가하는 적반하장 태도, 전혀 다른 사안들을 뒤섞어서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를 싸잡아 후려치는 태도, 그리고 각종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주장하는 제재는 중국의 인민이 한 것이다" 라는 궤변과 "한국은 중국과의 합의를 잘 이행해야 한다" 라고 공개협박과 동시에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려는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습니까? 그러니 쌍중단은 명백한 오답이자, 생존의 문제와 사회과학의 특성을 혼동한 논점일탈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범답안이 없다고 해서 명백한 오답을 고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사회과학 연구도 살아 있고 나서의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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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7-12-02 00:54:04

결국엔 중국은 너희 입장은 모르겠고 그냥 하지 마! 라는 것인데, 우리한테 그게 말이 될 리가 없죠.

우리한테 유리한 카드를 버려가면서까지 비위를 맞춰줄 이유는, 아니 애초에 비위를 맞춰줄 이유가 없죠.

우리는 우리한테 유리한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SiteOwner

2017-12-02 18:33:33

그렇습니다. 그러니 중국의 그런 강압에 굴복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외교에서 국익추구를 빼서 뭐가 되겠습니까. 그러니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멸시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러한 태도는 그 자체로도 잘못된 것이지만 타국의 부당한 폭거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 더더욱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못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의 불법어로에 대해 어선 나포 등 벌금형 부과 등으로 강경하게 맞서자 중국이 "인구가 더 많은 우리가 무섭지 않은가?" 라고 공공연히 협박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라면 우리도 많다" 라고 맞받아치며 중국의 압력을 일축하고 법대로 중국의 불법어로를 단속했고, 그 뒤로 중국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폭언을 단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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