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겪은 주변 사람들의 천태만상 중 이해가 안 되는 게 어디 한두가지로 한정될 수 있겠습니까만, 라이벌 관계 운운하는 것은 10대 때도 지금도 영 껄끄럽기 짝없습니다. 그게 생각나고 있습니다.
저는
능력 자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고, 주목받을만큼 매력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묘하게 공부하는 건 좋아합니다. 그렇다 보니
책을 읽는다든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안을 기억한다든지, 보고 지나치기 쉬운 점을 다시 생각해 본다든지, 위험하거나
실행불가능한 게 아닌 정도라면 실제로 행동해 본다든지 하는 경우는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위기지학(?己之?)이라는 말을 붙일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일단 자신을 위한 공부였다고는 확신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저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직접 라이벌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저를 라이벌로 엮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그러면 나오는 반응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너는 왜 여자에게도 지느냐, 못난 놈" 하면서...(10대 때 겪었던 더블 스탠다드 - 여자에게 진다? 참조)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는데, 누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떤 학생과 라이벌 관계가 아니냐고.
예의
"어떤 학생" 은 저와는 딱히 접점이 없었는데다, 딱히 인간관계를 추구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 저와는 달리 저를 극도로 피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학과성적 및 모의고사 성적은 1학년 1학기 때에 저보다 앞섰는데 2학기 때부터는 역전되었고
제가 학년수위를 유지했습니다. 그걸 보고 주변에서 소설을 쓴 것이죠.
불필요한 말은 잘 안하지만, 일단 발언을 하면 작심하고 공공연한 비밀의 영역까지 확 쏟아내는 경향이 있는 저로서는, 이렇게 대꾸해 주었습니다.
"진짜 라이벌로 여긴다면, 오래전에 어떻게든지 죽였겠지, 그 학생을 왜 살려두나?"
질문했던 학생이 경악해서 대답했습니다.
"와...그렇게 안 봤는데...사람을 죽일 생각도 하네?"
그의
생각 속의 제 모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왜곡하는 사람이 두번이고 세번이고 왜곡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겠지요. 저는
라이벌 의식 없이 살면 되는 것이고 그는 그의 망상에 충실하면 되는 것입니다. 단 제 삶에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라이벌 어쩌고를 말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저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게 분명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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