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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하면 생각나는 것 중에는 미국에 대한 끝갈데 모르는 증오.
일일이 포럼에 옮기고 싶지 않을 정도의 험악하기 짝없는 북한의 욕설을 보고 있으면, 북한은 미국과 같은 지구 위에 있는 자체가 증오인가 싶을 정도죠. 그런데 그런 북한이 의외로 각종 공연에서 관현악단 편성(Orchestra Seating)에서 미국식을 선호하고 있어요. 유럽식이 아니라.
그럼 여기서 관현악단 편성의 미국식과 유럽식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히 알아볼께요.
우선 미국식.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웹사이트에 소개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장면)
가운데의 지휘자를 중심으로 보면, 지휘자의 왼손 부분에는 바이올린이, 오른손 부분에는 첼로가 배치되어 있어요.
이것은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흔히 보이고 있어요.
이 방식으로는 소리를 강하게 모으기 좋고 지휘자가 각 파트를 판단하기 좋은 장점이 있는 대신 시각적으로는 비대칭인데다 2개 파트로 이루어진 바이올린의 각 파트 음색이 뒤섞여 들려 섬세함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요.
그러면 이번에는 유럽식.
(사진 - 비엔나 필하모닉 공식 웹사이트에 소개된 비엔나 필하모닉의 리허설 장면)
위에서 소개된 것과는 달리 유럽식 편성은 지휘자의 왼손 방향에 제1바이올린, 오른손 방향에 제2바이올린, 그 사이에 비올라와 첼로가 위치하는 방식이예요. 두 바이올린 파트가 대칭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각 파트가 연주하는 선율 또한 또렷이 잘 들리는 대신에, 개별 연주자의 역량이 더 크게 요구되는데다 강렬한 음향효과를 주기에는 약점이 있어요.
이렇게 두 방식에 각각 장단점이 있고, 지휘자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편성방식이 다르다 보니 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은 비엔나 필하모닉을 미국식 편성으로 지휘한 적도 있고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은 완전히 독자적인 편성을 쓰기도 했어요.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결정은 문화적 전통에 기반하니까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죠. 모든 것이 철저히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그 정치적인 결정의 정점에 김일성 일가가 있는데 그렇게 미국이 싫다고 그러면서 왜 북한의 각종 공연 영상에 보이는 관현악단 편성은 미국식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혹시 북한은 내심 미국을 흠모하는, 북한 자체의 표현으로 하면 "숭미사대주의자" 들이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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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
2019-06-14 00:14:52
허, 오케스트라 연주자 배치 방식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미제국주의자니 침략자니 뭐니 해도 은근히 미국식 문화를 받아들인게 많은것 같습니다, 평양에도 보여주기식이겠지만, 미국식 음식(샌드위치라던가 햄버거?)같은게 있더라구요.
사실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증오는 일본에 훨씬 심하게 투영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김정일이 일식을 그렇게 좋아했다던데(...)
마드리갈
2019-06-14 10:50:57
관현악단의 편성은 크게 나누어서 저렇고, 세부적인 배치방식으로 들어가면 또 종류가 많이 있어요. 당장 관악기의 수로도 2관편성, 4관편성 같은 것이 세부적으로 존재하니까요.
역시 문화를 인위적으로 틀어막는다고 해서 유입되지 않는 그런 건 아니라는 게 여기서도 보여요. 북한의 경우도 그렇고, 심지어는 무슬림 월드에서조차도 그런 현상은 아주 현저하게 나타나 있어요. 돼지고기를 경멸한다면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아주 많은 독일의 문물을 많이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북한의 일본에 대한 증오 또한 표리부동해요. 밑도 끝도 없는 일본에의 증오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일식을 좋아했고, 북송된 재일교포 출신의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바로 김정은. 북한의 지배체제는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의 천황제의 직계라고 할만큼 유사한데다, 과거 북한의 각종 선전용 화보집을 제작한 출판업체가 대일본인쇄공업 등의 일본 인쇄공장인 경우가 많기도 했으니까요.
앨매리
2019-06-14 15:11:20
마드리갈
2019-06-14 15:51:01
음악은 정말 깊죠. 그래서 또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새로이 나오기도 해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같은 편성이라도 세부적으로 달라지는 경우 또한 존재해요. 이를테면, 유럽식 편성이라고 해도, 더블베이스의 위치가 첼로 바로 뒤인 독일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방식, 무대 가장 뒤이면서 지휘자를 마주 보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필하모닉의 방식 등이 있다든지...
김정일의 장례 때 운구하던 자동차가 197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리무진이었죠. 이것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는데, 관현악단의 편성까지 미국식이 주종이라니, 이건 대체 무슨 블랙 코미디인가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