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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1. 샹젤리제...?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의 두번째 시리즈는, 독일의 작곡가 칼 오르프(Carl Orff, 1895-1982)의 1937년작 칸타타인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그리고 독일의 음악그룹 에니그마(ENIGMA)의 2000년 발표곡인 모던 크루세이더즈(Modern Crusaders)에 대란 이야기입니다.


일단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중 각종 광고 등에서도 잘 인용되고 있는 부분인 O fortuna(오 운명이여)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에니그마의 모던 크루세이더즈.



카르미나 부라나의 그 유명한 부분이 인용되어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게다가 이 노래의 끝 부분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오르간곡 작품에서 특히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소개된 링크 음원의 연주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 1935년 녹음)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 에니그마의 곡은,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뮤지션이 만들었는데다 가사는 영어와 라틴어, 게다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애니인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황금의 바람의 엔딩곡으로 쓰인 기묘한 사연이 있는데다, 원곡인 카르미나 부라나에 엮인 역사까지 포함하면, 현대의 크루세이더라는 제목 자체가 확연히 이해됩니다.


사실, 카르미나 부라나는 11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중세라틴어, 중세고지독일어 및 기타 언어로 쓰여진 시 254수를 모은 책인 베네딕트보이에른(Benediktbeuern)의 노래의 라틴어 표현으로, 이 책이 발견된 현재 독일 남부의 소도시 베네딕트보이에른의 당시 라틴식 지명이 부리아(Buria)로 불려서 독일에서 발견되었지만 라틴어 명칭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중세에 간행되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존재조차 잊혀져 있었다가, 1803년 베네딕트보이에른 소재의 베네딕트수도원의 도서관에서 사서 요한 크리스토프 폰 아레틴(Johann Christoph von Aretin, 1772-1824)이 발견하여 세상에 다시 공개되었고, 분석결과 도덕 및 풍자관련의 55수, 사랑 관련의 131수, 음주와 유희 관련의 40수 희곡 2편 등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세유럽의 시문학의 경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시의 저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지만, 골리아르(Goliard)라고 불렸던 젊은 성직자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상은 십자군 원정의 실패로 인한 사회불안, 온갖 구실로 축재를 일삼던 교회측의 추잡한 모습 등이 가득했고, 유럽 각지에서 교육을 많이 받기는 했으나 갈곳없는 처지의 젊은 골리아르들은 성직자의 길을 걷기보다는 유럽 전역을 방랑하면서 풍자시를 짓고 음유시인으로서 활동한다든지 술에 탐닉하면서 자신들의 운명을 자조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활했습니다.


이 카르미나 부라나에 수록된 시 중 24수는, 칼 오르프가 1935년에서 1936년에 걸쳐 곡을 붙인 결과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특히 유명한 것이 위에서 소개한 O fortuna.

이렇게 약 천년 전의 골리아르들의 분노는 세기를 건너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그리고 에니그마의 모던 크루세이더즈에서도 생생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십자군은 풍자와 염세에만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떨쳐 일어나서 미래와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의 예고 키워드는 양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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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0-03-14 19:34:21

어째 익숙하다 싶었는데, 저기서 인용된 거였군요.

안 그래도 좋은 곡인데, 명곡을 인용해서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에요.

그러고 보면 O fortuna는 TV 등에서 많이 들어본 적 있는 곡이네요. 뭔가 웅장해지는 느낌이 있는 곡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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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16:01:06

그렇습니다. 정말 훌륭한 음악임에 틀림없습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의 후기엔딩곡에서 카르미나 부라나의 O fortuna가 인용된 것을 확인하고 저도 동생도 바로 이거다라고 감탄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구체제의 모순에의 의문 그리고 저항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Stand up, join us, modern crusaders alive.

We have the power to face the future

'Cause we are the fighters just fighting for our rights.

온 몸의 고동이 이렇게 박력있게 전달되는 게 인상적입니다.


원곡의 O fortuna는 세기말적인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을 직시하는 뜨거운 고동이 느껴지는 비장미 덕분에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지요. 라틴어 가사 일부분도 의미심장합니다.

Quod per sortem Sternit fortem, Mecum omnes plangite!

운명이 강자를 쓰러트리고, 모두가 나와 함께 울게 될 것이다. 뭐랄까, 디아볼로에 맞서는 운명이 이미 천년 전에 예언된 역사적 당위성도 느껴집니다.

마키

2020-03-25 10:56:06

기묘한 여행 하니 에드바르 그리그가 작곡한 페르 귄트 모음곡의 제1모음곡(Op. 46) 4곡에 수록된 산 속 마왕의 궁정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는 페르 귄트가 어쩌다 도착한 산 속 마왕의 궁정에서 마왕의 딸과 잘 해보려다가 괴물들의 축제를 보고 그 광경에 질려서 도망가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고, 그러한 배경에 걸맞게 곡이 진행될수록 난폭해지는 연주가 일품인 곡이죠. (같은 모음곡 안에선 1곡인 Morning Mood도 유명.)


한편,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서키 레비의 손에 의해 형사 가제트Inspector Gadget(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29&v=e-JHfXVlkik&feature=emb_title)의 메인테마로 개조되어 원곡의 난폭한 선율을 메인 주제로 삼은 유쾌한 노래로 탈바꿈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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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20:00:41

소개해 주신 영상을 보고 있으니 컴퓨터형사 가제트 애니를 재미있게 봤던 것이 기억나서 다시금 추억에 잠기고 있습니다. 영상 속에서 변신하는 자동차의 변신 후 형태는 1985년작 미국 영화인 백 투더 퓨처에도 등장하는 DMC 드로리안(DMC DeLorean)...

음악, 확실히 페르귄트 조곡에 나오는 그 산 속 마왕의 궁정에서를 편곡한 것이군요.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음반은, 그러고 보니 클래식음반 수집에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라서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도 벌써 26년 전 여름 이야기...


그러고 보니, 개구쟁이 스머프에도 클래식 악곡이 인용되는 게 같이 생각났습니다.

가가멜이 기르는 고양이 아즈라엘의 테마가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교향곡 8번, 통칭 미완성 교향곡의 1악장입니다. 이것도 나중에 이 시리즈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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