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의 네번째 시리즈의 무대는 이제 아시아로 와 있습니다.
제목의 유래인 島国之情歌는, 대만의 가수 등려군(鄧麗君, 1953-1994)가 1975년에서 1984년에 걸쳐 발표한 일본의 가요곡 번안집 섬나라의 사랑노래. 하긴 일본도 대만도 섬나라니까, 이 앨범의 제목이 훌륭하게 중의적이라는 것도 드러납니다.
그러면, 우선 등려군의 노래 중 1985년에 발표된 광동어 가사의 노래 "비 속의 추억(雨中追憶)" 이라는 곡을 들어보겠습니다.
표준중국어와는 한자의 발음도 크게 다른 광동어 가사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중국의 언어임은 분명하고, 반주 악기의 연주방법에도 여지없이 중화풍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중화권의 노래라고 믿기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중화권 작곡가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원곡은 1981년 일본의 엔카 가수 야시로 아키(八代亜紀, 1950년생)가 발표한 여자의 길모퉁이(女の街角)로, 유우키 케이코(悠木圭子, 1936년생) 작사, 스즈키 쥰(鈴木淳, 1934년생) 작곡, 사이토 츠네오(斎藤恒夫, 1930-1990) 편곡의 노래입니다. 즉 원래부터 일본의 노래였던 것이고, 위의 등려군의 노래는 광동어 가사와 중화풍의 연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
그럼 이번에는 야시로 아키의 원곡입니다.
야시로 아키의 원곡과 등려군의 커버곡은 기본적인 멜로디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로 가사와 연주법이 달라졌을 뿐인데, 원곡은 확실히 엔카, 그리고 커버곡은 확실히 중화권의 노래, 하지만 둘 다 섬나라 사랑노래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음악이라는 이름의 물결은 같이 시작하어 나뉘다가 다시 합치는 여행을 하면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적시고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의 예고 키워드는 얀데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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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0-03-24 20:15:13
광동어 하니까 생각난건데 2003년 발매된 포르노 그라피티의 싱글 멜리사는 2003년 판 강철의 연금술사 오프닝 테마로도 유명한 노래입니다.
한편, 이것이 홍콩의 TVB로 건너가 가수 진혁신(陳奕迅)이 광동어로 부르는 불사전설不死傳說(https://www.youtube.com/watch?v=CkFaB4wriNw)로 개조되었는데, 가사 자체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본편의 상황도 어느정도 매끄럽게 담아내고 있는 명곡이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광동어의 낯선 발음이 컬트적인 개그소잿감(옆비싼 허리까운 / 싸움은 곗돈싸움)이 되고 말았죠......
SiteOwner
2020-03-26 20:14:29
광동어의 어감이 묘하다 보니 꽤나 특이하게 들립니다.
뭐랄까, 발음이 살짝 굴러가는 듯하다가 거칠게 딱 가로막혀 끝나는 것같은 감각도 느껴지고 그렇습니다.
소개해 주신 불사전설이 한국어로 들리고 꽤 기묘하게 들리기도 해서 옆비싼 허리가운으로도 잘 알려진 것 또한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광동어 원문을 읽어보면 참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비슷한 사례로, 강철 지그의 이탈리아어판이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도 정열적이면서 심오한데,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철 지그" 제하의 코미디 소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광동어 가사로 된 노래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립니다.
1982년에서 1997년 사이에 개봉된 홍콩 영화 최가박당의 주제가. 홍콩의 배우 및 가수 허관걸(許冠傑/Samuel Hui, 1948년생)이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