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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외래어가 많이 쓰인다든지 여러 옛 어휘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경향이 여러 미디어에서 보이고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알고도 그러는지 몰라서 지나치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간과되는 논점이 있어요.
언어의 경제성이 바로 그것.
만일, 빵이라는 어휘를 지금의 어문정책하에서 받아들였다고 가정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거예요.
"서양 밀 공기 구이 떡" 어쩌고 하는 말이 되겠죠. 게다가 띄어쓰기까지 잘 반영해서.
서양에서 유래한, 밀로 만들었고 굽는 과정에서 공기가 부풀어서 떡같은 덩어리같이는 되었지만 떡과는 달라진 식품이라고 이렇게. 하지만 이 말이 쓰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어요. 서양에 한정하기에는 동양에서도 빵을 구워 먹는 문화가 있는데다 반드시 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칙도 없고, 보리, 옥수수, 호밀은 물론이고 쌀 등의 다른 곡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보니 잘된 조어도 아니거든요.
너무 지나치게 나갔다고 생각하기에는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겨 만든 요리인 "돈까스" 에서도 이미 증명되고 있다 보니 결코 무리가 아니겠죠.
또 하나.
요즘에는 사실상의 사어가 된 말로 "종간나", "개땅쇠", "뱃놈", "튀기" 등의 말이 있어요.
이 네 어휘는 모두 비하적인 의미가 있는데다 신분차별, 여성차별, 지역차별, 직업차별, 인종차별 등의 의미가 있어서예요.
하나하나 해설해 볼께요.
"종간나" 는 대표적인 북한 욕설로도 잘 알려진 어휘로 "노비의 자식" 이라는 의미로 전근대사회의 신분제를 전제한 것.
"개땅쇠" 는 호남지방 출신자를 비하하는 용어로 원래의 의미는 갯벌에서 일하는 사람.
"뱃놈" 은 선원을 저속하게 부르는 말로 해양활동을 천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이 아니면 나올 수가 없어요.
"튀기" 는 혼혈인에 대한 비하명칭으로 특히 흑인과의 혼혈을 경멸하는 말로 잘 쓰였어요.
기능주의적인 발상일 수도 있지만 사어가 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예요. 이미 지칭하는 대상이 없어졌거나 있어도 무시할 수준으로 퇴조했다든지, 다른 더 적합한 표현이 만들어져서 그 표현이 대신 사용된다든지, 특정방향의 가치판단이나 함의 등이 반영되어 쓰기에 부적당하다든지, 조어방식이 야비하다 보니 의도적으로 배제된다든지. 현대에도 부활되었으면 하는 사어는 그 사어가 사어라서가 아니라 필요성이 재발견되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을 혼동하고 사어니까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예시한 표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 수용할 수 없게 되어요.
아주 드물게 근현대에 부활하게 된 언어인 히브리어조차도 결국 여러 어휘를 확보하는 데에는 같은 셈어파의 아랍어 등에서 어휘를 차용하거나 유태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던 언어의 표현을 받아들이거나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이런 사례에서 보더라도 외래어를 적대해야 할 이유도 없고 사어의 부활이 사어인 그 자체를 근거로 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해져요.
그런데 이렇게 일반인인 저도 아는 것을 어문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만은 모르는 것 같네요.
알고도 모르면 그 기저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고 아예 모르면 그건 무능함 그 자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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