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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다루는 언론이 어휘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게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알고도 일부러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어휘의 의미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일임에 틀림없겠죠. 여기서 그 사례를 하나 볼께요.
스가 면담 끝낸 왕이 '일본 어선, 센카쿠 접근 안돼' 일침, 2020년 11월 26일 연합뉴스 기사
위의 기사에 "일침" 이라는 제목이 붙은 게 바로 그것.
일침은 따끔한 충고나 경고를 말하는 것인데,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 보여요. 하지만 센카쿠열도는 일본의 영토가 맞고 1972년의 미국의 일본으로의 오키나와 반환에 포함된 영역임은 물론 미일안전보장조약의 범위에도 속하고 있어요. 즉 중국의 왕의(王毅, 1953년생) 외교부장의 발언은 일침이 아니라 헛소리인 것이죠. 일본의 영토와 그 주변의 영해에 일본의 어선이 접근해서는 안된다니 하는 자체가 억지임은 물론이고 넓게 봐서 경고라고 하더라도 권원 없는 자의 발언은 진정한 의미의 경고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애초에 일침이라는 단어가 발화의 객체에 오류가 있음을 전제하는 터라 아무리 넓게 보더라도 그다지 바람직한 발언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일본에 대해서는 나쁘게 보거나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모종의 암묵적인 전제가 있는 듯해요.
그러니 상대가 일본이면 사실과는 상관없이 때로는 사실관계 자체를 몰각하고 "일단 일본이 나쁘다" 를 전제해서 결과적으로 국어의 오용까지. 반일상업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가 그걸 위해서 국어를 오용하는 자해행위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그래야 하는지. 저는 일단 동의할 수 없어요.
일본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것에 대해 비판하면 되는 일. "일본이니까" 비판한다면 그것은 편협한 인종주의, 반일상업주의 및 진영논리의 폐단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저 기사 덕분에, 국어는 오염되었어요.
오래전의 유머 하나가 생각나네요.
학생이 벤또라는 말을 썼다고 교사가 혼쭐내는데, 이렇게 말했어요.
"바게쓰에 물 이빠이 담아서 들고 있어. 수업 시마이할 때까지."
용어해설...벤또(弁?, 도시락), 바게쓰(バケツ, 양동이), 이빠이(いっぱい, 가득), 시마이(しま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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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11-28 22:35:04
일본혐오, 일혐에 미쳤거나. 아니면, 일침에 미쳤거나.
그 둘 중에 하나겠네요. 둘 다일지도 모르겠어요.?
기자가 국어를 틀리면 좀 많이 민망한 것이니까, 어느쪽이든 참... 그렇네요.
마드리갈
2020-12-01 12:52:07
그렇게 일본혐오에 미친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죠. 어차피 그들의 생각이고, 전 그들에게 생각을 바꾸라 할 자격은 없어요. 물론 같은 원리로 그들이 저에게 강요해서는 안되겠지만.
하지만, 언어의 오용으로 국어를 더럽히는 것은 용납되지 않아요. 언어는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인데, 말과 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이 언어의 오용에 앞장서는 것은 결국 그 영향이 언중 전체에 미치니까요. 바로 이 점이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이유가 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