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많이 쓰였던 표어 중에 "국어사랑 나라사랑" 이 있었습니다.
이 자체는 참 좋은 표어이고 또한 그래서 말과 글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문정책의 동향을 보면서 이 표어를 떠올리면 참으로 괴이한 감을 떨칠 수 없게 됩니다. 제목에서 썼듯이 국어사랑 나라사랑 표어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꽤나 씁쓸해집니다.
2010년대를 거쳐서 현재의 상황에 예의 표어를 소환해 보겠습니다.
이 표어에는 한 글자만 덧붙이면 됩니다. 맨 앞에 "중" 만 붙이면 21세기판이 됩니다. "중국어사랑 나라사랑" 이 됩니다.
중국어를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중국어 남발로 국내에는 친중기조가 어느새 착실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니 중국어 남발이 곧 애국인줄 아는 풍조가 그냥 상식이 된듯합니다. 중국의 전횡에 대해서 항의할 생각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까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인 식품의약국안전처의 직원이 "한국은 중국 속국이라" 라는 발언까지 합니다. 요즘 안그래도 중국의 "문화공정(文化工程)" 이 드러나서 굉장히 시끄럽고, 어떤 드라마는 중국편향의 역사왜곡 논란으로 조기종영되는 등의 거센 역풍을 맞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유독 조용합니다. 정말 어느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문화공정이라는 말을 한자로 써 놓고 보니까 이런 것까지 생각납니다.
일본어로는 공정(工程), 긍정(肯定) 및 황제(皇帝)의 발음이 "코우테이(こうてい)" 로 똑같습니다. 중국어 남발 및 중국의 문화공정을 부지불식간에 긍정하게 되고 그런 중국을 황제로 모시고 살아야 하는 건가 싶은. 그냥 이게 기우로 끝나면 좋겠습니다만 기우가 아닐 것 같고 기정사실이 될 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중국어도 배워놓아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그 이전에 다른 나라에 귀화하든지. 한국인으로 살기가 이렇게 어렵고 더구나 소시민인 저로서는 환경에 적응해야지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별 도리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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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하트어택
2021-04-03 20:36:51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대해 아직도 호도하는 사람들이 몇 보이던데, 대표적인 게 '판타지니까 상상의 자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 버렸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까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몇 가지만 보자면...
- 태종과 세종 비하(고향인 함주성에서 학살, 6대조 목조에게 패륜성 대사 등)
- 너무나도 중국풍에 가까운 복식(등장인물들이 모두 갓을 쓰지 않는다든가, 무녀의 복장이 완전한 중국풍이라든가...)
- 14세기에 서역의 선교사가 조선 의주에 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접하는 음식까지 모두 중국 음식이고, 일국의 왕자가 시중을 들고 구석에 서 있음.
- 작중 놀이패의 입에서 충신으로 명망이 높았던 최영 장군을 비하하는 대사가 나옴.
등등...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너무나도 문제가 많았죠. 결국 광고도 다 내려가고, 전주 이씨, 동주 최씨 종친회에서 항의까지 하고, 드라마 폐지 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친 끝에 2회 만에 폐지되어 버렸죠.
참고로 드라마 작가의 소속사 대표가 인민일보 한국지사 대표로써(한족인지 조선족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식 이름을 쓰며 겉으로는 강사로 활동하고 뒤로는 동북공정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와 동북공정이 큰 연관이 있다는 게 드러났죠.
SiteOwner
2021-04-04 13:27:44
문제의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봐줄 수 없는 구석이 많습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타자 중심으로 생각해 본 역사는 상당히 일천합니다. 당장 주요국가만 보더라도 인종차별 정당화가 합법의 영역에서 사라진 것도 역사가 길지 않으며, 러시아에서는 동성애 차별을 대놓고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즉 철저히 자신의 중심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따름입니다. 하다못해 파푸아뉴기니의 여러 원시부족들조차도 손님대접을 할 때는 자신들의 생각에 기초하여 내올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내오는 것인데, 판타지 운운하면서 납득하지 못할 소리를 늘어놓는 건 과연 허용될지, 최소한 제 사고범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또 하나, 적이라고 해서 비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에 다름아니지요. 비록 적대세력의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인품과 뜻이 고결하다면 최대한의 예우를 하는 것이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이었고, 또한 수많은 관습과 조약을 통해서 안과 밖을 구별하고 또한 상대와의 대칭성을 유지했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무시하면서 인문학적인 빈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양의 군주들은 협상을 할 때 누구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수면 위의 배에서 회담을 했고, 동서양 도처에 나타났던 봉건제에서 군주와 봉신이 수직적 관계였지만 봉신의 영역은 봉신이 군주의 신하로 있는 한 자치가 허용되었던 등의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전통이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쉽게 부정될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언론의 사태평가에도 상당히 위험한 독소가 있습니다.
반중 분위기로 인해 드라마가 조기종영되었다는 해석은 옳지 않습니다. 이 해석이 옳으려면 중국 관련을 인종주의적으로 본다는 결론이 긍정되어야 하는데, 글쎄요. 반중 운운하는 관점이 편향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안 될 수 없겠습니다. 물론 국내의 기조 중 인종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분명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중국 관련이라고 무조건 배척한 것은 최소한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는 없습니다. 중국 관련이라고 배척되었다면 무협이 인기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도 없고 중국어 남발은 더더욱 없었을테니까요.
대왕고래
2021-04-03 21:47:30
역사 왜곡하고 우리나라를 타국의 밑으로 보는 건...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매국이나 다를바없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나 우리나라가 싫은건가... 우리나라 사람이면서... 이상하네요.
SiteOwner
2021-04-04 13:44:51
대왕고래님의 판단에 대해서는 저는 궤를 약간 달리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이런 문화공정이 반드시 혐한기조와 동의어인 것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사실 혐한에도 종류가 여럿 있는데, 싫으니까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A부류도 있고, 한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투사하여 혐오를 지속하는 B부류가 있습니다. 이 두 부류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B부류이다 보니 혐한에는 B부류만 있어 보이는데, 사실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혐오감정을 가진 점에서만은 동일한 A부류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A부류는 독일의 혐한에, B부류는 일본이나 중국의 혐한에 잘 보입니다.
한편, 혐한 이외에도 친한이나 중립 등도 있습니다.
친한에도 역시 여러 부류가 있는데, 현실의 한국 자체를 좋아하는 C부류와 자신의 이상 속 한국을 추구하는 D부류가 있고, 혐한도 친한도 아닌 중립적인 E부류도 있습니다. 그 중에 정말 위험한 인물이 의도는 친한이지만 행동이 의도와 크게 일치하지 않는 D부류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D부류의 경우,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한국을 변형할 수 있으면 무슨 수라도 쓰고, 그것이 역사왜곡이 되든 뭐든 그것이 자신의 이상실현이고 한국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기에 사실 해악이 가장 큽니다.
즉, 중국어 남용, 중국에의 굴종 순응 등을 실천하거나 중국의 문화공정에 협력하는 사람들은 혐한에 해당되는 A, B부류의 어느 하나이기보다는 친한에 해당되는 사람 중 D부류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점에서는 대왕고래님의 판단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D부류의 사람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역사 속 인물로서, 이완용이 있습니다. 즉 이완용의 "매국" 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한국이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가서 일본의 신민으로서 살게 되면 그게 바로 한국인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선택한 결과인 것입니다. 이완용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도 이런 발상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그래서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달성한 뒤에는 있어야 할 한국의 형태로서 공산주의에 입각한 인민공화국을 추구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월북, 동족상잔 등의 선택지를 고른 것 또한 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있어야 할 한국" 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단은 얼마든지 정당화된다고 믿었다는 것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좀 길게 말씀드렸습니다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그들은 확신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