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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해산투표를 한다는데, 사실 대학생 때 총여학생회라는 것 자체를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런 게 신기하게 보이기도 하고, 굳이 저런 자치조직이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 들기도 하고 있어요. 이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읽힌 것 몇 가지를 좀 정리해 볼까 하네요.
해당 언론보도는 이것.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 놓고, 경희대 남녀 갈등 부글부글, 2021년 9월 25일 조선일보 기사
저 총여학생회 관련사안에서 쟁점이 이렇게 정리되는데...
- 운영비 부담와 의견개진권의 범위 문제
- 제도화된 성역할 고정에의 위험
- 대학가 투표방식의 고질적인 악관행 노정
그러면, 하나하나 쟁점을 살펴볼께요.
첫째 쟁점에서는, 이미 운영비가 전체 학생회비의 부담으로 충당되는 이상 학생의 성별이 대표성의 제한에 합리적인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드러나고 있어요. 권리와 의무가 상응해야 한다는 것은 성별 차원을 넘어서, 인류문명이 발전해 오면서 확립된 제원칙 중의 하나니까요. 그것을 무시하고 투표대상을 여학생으로 한정한다면, 이것은 운영비 부담과 의견개진권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러한 문제하에서 정당성에 대한 논란 또한 따라다닐 게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총학생회장이 말하는 학생회비 문제가 투표권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는 틀렸어요.
둘째 쟁점에서는, 성역할 고정을 제도화할 위험이 보이고 있어요.
남성이라도 여성의 입장에 가깝게 생각할 수 있고, 역으로 여성이라도 남성의 입장에 가깝게 생각할 수 있어요. 물론, 바로 앞에서 거명한 2가지 말고도, 남성의 입장에 가깝게 생각하는 남성도 여성의 입장에 가깝게 생각하는 여성도 있고, 이 4가지 부류 밖에 있는 학생도 있어요. 즉 성별과 생각하는 입장은 충분히 독립적일 수 있다는 것. 그걸 도외시할 경우, 기사에 소개된 여학생만의 투표를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의 의견은 자승자박의 논리로 작용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어요.
셋째 쟁점을 보면서는 대학가가 아직도 구세대의 악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보여 씁쓸해지네요.
연장투표를 시행하고, 그것조차도 안되면 투표의 대상을 넓힌다...
게다가, 남학생까지 포함한 총투표를 진행한다는 것은 처음의 여학생 한정이라는 방침을 스스로 깨는 것이죠. 상황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출되지 않는다면 사전에 표방한 원칙 따위는 쉽게 버릴 준비가 되었다고 해석하면 가혹한 것일까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그건 그 대학의 문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게 한국 대학가의 자치단체의 수준이 어떤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는 충분히 작용할 수 있겠다는 것은 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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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대왕고래
2021-10-03 00:16:25
남녀 다 돈을 냈는데 여학생한테만 선거권을 준다, 참여율이 적으면 남학생도 포함하겠다...
그냥 남녀 다 돈을 낸 학생회면 남녀 다 투표권 주는게 맞지 않나 싶네요. 간단한 논리로 간단하게 할 일을 이상한 이유로 돌아돌아 가는 거 같은 기분밖에 안 드네요.
뭐 저야 저 대학 출신도 아니고, 대학생활 때도 학생회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고 대학생활 보냈었지만, 저게 희안해보이는 건 학생회라는 거에 관심이 없었던 저도 알겠네요.
마드리갈
2021-10-03 13:50:48
사실 대왕고래님께서 보신 게 정확해요.
학교의 구성원이 부담한 금전으로 운영되는 자치조직에 대해서는 출자한 학교의 구성원이 참가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이것이 성별을 따지고 할 문제가 아니죠. 이런 간단한 그리고 보편적인 원칙을 무시하려니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모순투성이가 되어 버려요. 이런 것으로 설득을 생각했다는 자체가 안일해요.
결국 여학생만의 참여로 이루어진 투표의 결과는 해산찬성. 그것도 찬반이 팽팽한 게 아니라 해산찬성 67%, 해산반대 33%. 더블스코어로 결판이 나 버렸어요.
경희대 총여학생회, 여학생들만의 투표로 스스로 해산 결정, 2021년 9월 29일 조선일보 기사
이렇게, 흔히 잘 말하는 "정체성 정치" 라는 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헛소리라는 게 드러나죠.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자신에게 얼마나 관련이 있는 것인가이고, 저 결과가 그걸 그대로 보여준 것이죠. 대왕고래님께서 학생회의 존재를 신경쓰시지 않았던 것도 이것으로 설명되는 거예요. 관련이 없으니까.
마드리갈
2021-10-09 18:03:32
2021년 10월 9일 업데이트
2013년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 대안으로서 2014년에 성평등위원회가 설치되었던 중앙대학교서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었어요.
중앙대학교의 학생대표자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에서는 출석인원 101명 중 찬성 59명 대 반대 21명으로 성평등위원회 폐지를 가결시켰어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사회갈등이 이렇게 스스로 입지를 좁힌 데에 대해서는 동정하고 싶은 생각은 일말도 들지 않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중앙대 학생회장단, 총여학생회 후신 '성평등위' 폐지, 2021년 10월 9일 연합뉴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