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언어환경에 온갖 오물이 유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물에는 욕설도 있습니다. 특히, 상업광고에서 욕설에서 유래하는 언어유희가 펀 마케팅(Fun Marketing)으로서 꽤나 빈번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욕설 마케팅이 적용된 상품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시바견을 이용한 마케팅이라든지 BC카드의 시발카드, SPC삼립의 식빵언니 같은 것에 고가의 물품이나 서비스는 없습니다. 즉 소모성자재, 식품류 같은 이용하는 순간 소진되어 재구매가 필요하다든지, 신용카드처럼 발행은 되더라도 신용카드가맹점에서 이용할 때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그 사실만이 중요한 이런 것들. 주거공간, 가구, 가전, 자동차같은 내구재라든지 고가의 의류, 액세서리, 미용서비스 등에 그런 이름이 사용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브랜드가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굳이 리서치를 수행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자를 천하게 만들어 버리는 물건이 오래 사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그것을 생각했다면 이미 저런 마케팅은 세상에 안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이상 잠깐 주목을 받기는 하겠고, 그게 전부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어 욕설이 다 떨어지더라도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지 않을지.
이 나라의 언어환경은 유독 중국어에 매우 친절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중국어 욕설을 수입해 와서 마케팅하는 날도 있겠지요. 가오리같이 만든 빵을 가오리빵즈라고 이름을 붙여 판다든지, 왕빠딴이라는 브랜드를 붙인 버터를 판다든지.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에 얼마나 좋습니까.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광고에서도 중국어를 접하니. 현실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기사 하나를 소개합니다.
‘시발’이 왜 거기서 나와… 언어의 품격, 선을 넘었다 (2021년 10월 4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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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1-10-18 21:20:38
그냥 관심 끌고 보자는 건데, 선을 한번 넘으면 그 다음에는 더한 것도 하겠죠. 말하신대로 중국어 욕을 붙혀버린다던가, 나중에는 "조센징"으로 마케팅하는 경우도 나올지도 모르죠. 이건 말해놓고도 저 스스로도 심했다 싶은데, 안할거라는 확신이 100% 안 드네요...
SiteOwner
2021-10-20 18:55:20
펀 마케팅과 욕설 마케팅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펀 마케팅의 개척자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각종 공지를 유머러스하게 하지 고객에게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것인지 이걸 욕설을 쓰면 유쾌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쓴 글인 기업은 "쌉가능", 정부기관은 "UBD"...? 에서 지적한 문제는 나아진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대왕고래님께서 우려하신 것이 다른 영역에서 비슷하게 터진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영화 중 "조센삐" 라는 어휘를 쓴 용어를 제목으로 택한 것이 있었습니다. 조센삐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된 한국여성을 부르는 일본의 속어였습니다.
Lester
2021-10-19 01:51:21
그냥 뭐, 지들 스스로 우리거 사 주지 말라고 싼티나는 제품으로 만드는 상황이라 딱히 놀랍지는 않네요. 역으로 말하면, 저런 극단적인 마케팅을 한다는 건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없고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거든요. 안 그러면 저런 모험수(라기보단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SiteOwner
2021-10-20 19:00:20
그렇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하는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는 이런 욕설 마케팅은 기업의 역량부족을 스스로 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케팅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역시 피해야 상책인 듯합니다. 그렇게 혼쭐나서 경영난에 빠지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야 이런 일이 겨우 멈출지, 꼭 먹어봐야 독인 줄 알고 죽어봐야 지옥인 줄 아는 세태가 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