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계속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 간혹 이렇게 평가하는 일이 있습니다.
"꼭 먹어봐야 독인 줄 알고 죽어봐야 지옥인 줄 아는 건지..."
좋은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용한 것은 친환경 도그마가 내밀 아주 값비싼 청구서가 보이는데도 생각을 기어이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보여서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그 잘못된 시각과 잘못된 해법이 진리인 양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그 결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는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었던 무슨 자신감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게 그냥 개인의 부질없는 망상 차원에 머무른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의 주류를 차지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다루어본 것이 있습니다.
탈중공업(Exodus from Heavy Industry・重工業離れ・Exodus aus der Schwerindustrie, 공작창 바로가기, 로그인 필요)이라는 개념.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이미 원자력발전이 에너지수요의 기본부하를 차지하고 특히 선진국과 소련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원자력발전이 지지를 얻고 있어서 주류로 정착한지 오래인 대신 신뢰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한 원자력발전의 문호가 닫혀 있는 상황이 이어져 있고 저개발국에서는 반문명주의의 영향도 강해서 발전된 선진기술을 거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있다 보니 선진국과 소련은 유용하게 잘 쓰는 원자력발전을 포기해야 할 메리트가 없어서 탈원전은 하지 못하고 이외의 국가는 탈원전을 하고 싶어도 원자력발전소가 없어서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집니다. 이 상황에서 반문명주의의 선택은 바로 중공업을 해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면 이제 현실세계의 이야기로.
이미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갑자기 탈원전 기조가 강해져서 이탈리아는 아예 1990년에 원자력발전을 버렸습니다. 그 외의 다른 국가들도 탈원전을 가속했고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에서 발생했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탈원전이야말로 안전한 것으로 보이는 일종의 도그마가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반대하면 마치 인류의 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기조가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무한한 태양에너지와 자연에너지를 이용하면 에너지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원자력발전은 물론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로부터도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만, 불과 10년 뒤의 현실은 그게 망상이었다고 증명해 주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이야말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 두 기사를 읽어보시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가 보일 것입니다.
“비전문가들이 만든 탄소중립안, SF영화에도 나오지 않을 기술” (2021년 10월 4일 조선일보)
“세계 에너지 재앙에 혹독한 겨울 온다...무릎 꿇고 석탄·가스 구걸할 것” (2021년 10월 7일 조선일보)
대안으로 여겨진 신재생에너지가 확실히 작동하면 이런 위기는 아예 현실에 등장하지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었습니다. 현실을 무시하고 만든 계획과 그것을 따른 솔루션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 결국 신재생에너지는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고, 부족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싶어도 원자력은 없고, 결국 대안은 그렇게도 배격하던 화석연료에 이전보다 더욱 의존하는 것밖에 없는 역설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지금 원자력으로 대거 이행하려고 하더라도 설비가 그렇게 빨리 갖추어질 수가 없으니 현재의 기조는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환경 도그마의 집단사고 덕분에 결과는 반환경(Eco-hostile)과 불경제(Diseconomy). 가장 못한 시나리오로 직행해 버린 것입니다.
궤도수정 없이 그래도 친환경 도그마를 실현시키려면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탈중공업을 현실화하면 됩니다(탈중공업의 현실화?! 참조). 인용된 첫번째 기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기술이 안되면 탈중공업으로 가면 달성됩니다. 그 결과가 누가 책임질지는 뻔합니다. 원인제공자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게 분명하니 그 이상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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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1-10-07 22:05:33
제가 즐겨 인용하는 만화 "검은 사기"에서는 친환경적인 상품(ex. 정수기, 에코백 등)이나 사업(ex. 식목을 통한 산소 발생)을 이용해 투자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역시나 현실이 만화를 뛰어넘네요. 만화에서 지적하는 점은 ''유사과학에 가까운 게 많다, 지극히 상식적인 원리로 사람들을 꼬드긴다"였는데 본문과도 일치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였던가요, 교과서에서 '석유 매장량은 현재의 40%만 남게 된다'였나 '40%만 쓸 수 있게 된다 였나' 하고 막 통계로 찍어누르던 게 기억나는데 10년이 지났건만 석유가 부족해서 난리란 소리는 못 들었네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낭비해도 된다는 소린 아니겠지만요)
SiteOwner
2021-10-09 00:04:50
인용하신 검은 사기의 투자사기가 사인(私人) 레벨의 사기라면, 현실의 친환경의 역설은 작게 봐도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 즉 공익을 희생하여 사익으로 돌리는 도둑질정치입니다. 친환경을 무기삼아서 그것으로 명분을 세워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론상의 효율에는 절대로 미치지 못하기에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평가받는 것은 철저히 피하고 그 대신 실제효율은 철저히 숨긴 채 이상론만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옳은 일을 하니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수익 또한 정당하다" 라는 식으로 정부보조금으로의 연명에 기대어 살게 되는 패턴만 반복합니다. 구 운동권 출신자들이 태양광발전모듈 사업에 유독 많이 몰리는 것도 이렇게 설명되는 것입니다. 이런 클렙토크라시가 국내차원을 넘으면 이제는 에코파시즘(Ecofascism)으로 가 버립니다.
천연자원을 아껴 써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에코파시즘을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판단기준은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각주구검에 불과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문명은 미래를 논하면서 여전히 각주구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미 피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도...
카멜
2021-10-08 16:25:55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바다에 떠있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하여 그걸로 마우스를 만들었는데요, 그거 수거하겠다고 띄운 배랑 그 배가 뿌린 기름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입니다. 에코백은 만들어지는 양과, 사람들이 에코백을 정말 헤질때 까지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별로 ‘에코’하지 않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배격해야한다고 하지만, 딱히 그거 외에는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 수단은 없는 듯 합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가 정말정말 심각한 상황에 처한건 맞습니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제대로 된 방법을 수행해야죠. 이상한 선동하지 말고(…)
SiteOwner
2021-10-09 00:16:04
현재의 친환경의 역설이 배보다 배꼽이 든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화력발전에의 의존심화로 반증되고 있는데다 말씀해 주신 사례 또한 그런 역설을 만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인용하신 사례 중 걸러야 할 게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약간 노선이 다릅니다. 사실 해양쓰레기의 수거 및 자원화는 상당히 의미있습니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것 자체는 유의미한데 그 수거작업에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건이지요. 하지만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에의 경도가 가져온 역설은 멀쩡히 쓸 수 있고 또한 효과적인 수단을 정치논리로 버려놓고 선택한 답안이 오답인 것입니다. 굉장히 거칠게 말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먼 곳에 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다시 걸어온 결과 배가 고파진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만 신재생에너지에의 경도가 가져온 역설은 "밥 버리고 똥 사먹는 형태" 로 요약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그나마 제대로 된 밥을 먹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밥을 버리고 거기에다 돈을 들여서 똥을 먹은 것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하지하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