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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턴의 기존 연재분 중 2-2화를 수정한 김에, 근황도 풀어보자 싶어서 잠깐 작성합니다.


작년부터 약 2년차가 되어가는 스톤샤드Stoneshard에서 최신 업데이트 내역의 공식 번역이 어제부로 다 끝났다... 싶었는데, 개발자들이 쉬는 꼴을 못 보겠다 싶은건지 계속 추가하네요. 아예 새로운 걸 추가하면 뭐라고 안 하겠는데, 기존 스킬이니 뭐니 하는 것들만 무더기로 수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습니다. 정작 국내외를 막론하고 '됐으니까 새로운 컨텐츠나 추가해라'라는 반응이 대세인 판국에 말이죠. 특히나 정식 한국어판이 공개될 무렵에 스팀 댓글에서 언어 추가를 두고 해외 유저들과 개발자 간에 다소 말싸움이 있었던지라 저도 같이 심란합니다.


양측의 의견을 요약하면 유저들은 '번역을 추가할 비용과 시간이 남아돌면 차라리 그걸 컨텐츠에 투자해라'라는 입장이고, 개발진은 '번역은 번역자가 하지 우리(개발자)가 하는 거 아니다, 또 언어 추가를 욕하는 건 타국에 대해 무례한 행동이다'라는 입장입니다. 일단 개발진이 저를 변호, 소위 '실드를 쳐' 주니까 좀 안심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톤샤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곳(그러니까 팬덤이나 관련 커뮤니티)은 별로 없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 나는 누구를 위해 이 게임을 번역한 것인가' 하는 공허감이 들더군요. 그나마 한국어판에 대한 소수의 비판(주로 자잘한 오역이나 단어 선택 관련)이 철저한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보니, 번역 그 자체에 대해서 지적받는 느낌은 덜해서 좋지만요. PM에게 듣자니 이 프로젝트가 2년 정도 간다고 하는데, 앞으로 2년을 더 해야 하는 거라면 심적 부담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엄청나게 쌓여 있던 관련 업데이트 번역을 다 끝낸 덕분에,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일단 마감은 다음 주 금요일, 그러니까 19일입니다) 19일 이후로도 상술했듯이 관련 번역은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급한 걸 마무리지었으니 당분간 보채는 일은 없겠죠. 그 동안에 좀 더 취향에 맞는 번역(가령 풍월량 효과(?)를 통해 국내 애플 앱스토어 1위로 급상승한 게임 노바디즈: 시체 처리반의 후속작 노바디즈: 사후세계)을 하면서 직업적 성취감을 얻거나, 개인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젯밤에 소주 반 병을 마셨더니 덕분에 푹 자고 눈이 말똥말똥하네요. 덕분에 밀렸던 기존 연재분 수정도 마무리지었습니다. 원래는 이 시간에 그림을 그릴까 했는데 묵직한 일부터 끝내야겠다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수정된 내용에 훨씬 만족하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그림도 그려볼 생각입니다.


다음주 주말에 2021 지스타...보다는 부대행사인 BIC 게임 전시관에 들러볼 생각입니다. 올해 BIC는 위드 코로나 이전이라 참가조건이 '서포터즈 신청'으로 제한된지라 참관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지스타는 위드 코로나 덕분에 문턱이 한결 낮아진 것 같아 다행이네요. 물론 사람이 왕창 몰리는 만큼 조심해야겠지만, 지스타야 뭐 매번 똑같은 대규모 게임사의 똑같은 행사니까 안 봐도 괜찮고, BIC는 (안타깝게도) 사람이 비교적 적은 대신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딱 수요일을 경계로 심란했다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한결 개운해진 1주일이었네요.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1-11-12 17:41:18

그러셨군요. 여러모로 고생 많이 하셨어요.

게임업계의 역사에 계속 한 획씩 추가해 나가시는 레스터님이 더욱 많이 보답받으시기를 기원할께요.


소주는 한동안 마셔본 적이 없었네요. 2020년대 들어서는 단 한번도 없고, 2010년대에도 마셔본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나마 생각나는 게 2010년대 후반에 일본 큐슈지방을 여행할 때 현지의 유명한 소주를 마셔본 정도가 다였는데...독한 증류주가 때로는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는데, 레스터님의 사례에서 믿게 되네요.

BIC에도 가시는군요. 잘 다녀오시길 기원할께요.

Lester

2021-11-14 01:38:27

영화 같은 경우는 번역을 잘 하면 번역가도 같이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애석하게도 게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다소 씁쓸하네요. 물론 게이머들 중에서 이름을 대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만한 스타 게임번역가(?)가 분명히 있습니다만, 일반인까지 알 정도의 지명도는 없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만큼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정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마신 건 청하였는데 딱 반 병 마시니까 어질어질하면서 푹 자게 되더군요. 약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번역한다 논다 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안 자고 버티던 것을 강제로 재우면서, 다음날은 대낮에 말똥말똥하게 된 건 분명히 이득이라고 봅니다. 막상 대낮에 정신이 말짱하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개인적으로 꼭 좋지는 않지만요.


BIC는 재밌기도 하지만 독창적인, 그러니까 지적 흥미를 돋워주는 게임들이 많기를 바랄 뿐입니다.

SiteOwner

2021-11-13 15:11:50

스톤샤드라는 게임에 대해서 찾아보니 굉장하군요. PC, XBOX, PS4 및 닌텐도스위치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대작 게임이군요. 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역시 롤플레잉게임이니까 대사도 상당히 많고 작업량도 많을 것이 예상됩니다. 여러모로 많은 노고를 해 주시는 점에 숙연해지고 있습니다.


큰 프로젝트가 끝난 후의 망중한은 참 소중하지요.

그 망중한을 보람있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역시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게 좋지요. 인파에 휩쓸려서 입추의 여지도 없는 상태에서 보고 나서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보다 차분히 보고 얻어가는 게 많은 게 좋다는 건 확실하니까요.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Lester

2021-11-14 01:43:51

대작은 대작인데 실제로 해 보면 (스토리적인) 컨텐츠는 없고 세밀한 활동만 많은... 묘한 물건이죠.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RPG라서 대사도 많지만 스킬 관련하여 설명이 너무 많습니다. 변수와 색상 태그는 물론이고 그것들의 오타까지 고려하면서 수정하다 보니 너무너무 피곤해요. 소위 CAT(Computer-Aided Translation, 컴퓨터 보조 번역) 도구라는 것을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단어집이나 자동완성 같은 걸 빼면 딱히 메리트는 없을 것 같더군요. 스톤샤드 같은 대규모 RPG를 번역하는데 종종 발생하는 오타로 인해 글씨 색깔이 잘 안 나오는 것만 빼면 심각한 점은 없었거든요. (물론 스킬 설명을 잘못해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을 낚았다거나 하는 등골이 서늘한 일도 있지만요)


지스타의 부대행사라고는 해도 명색이 지스타이고, 그리고 위드 코로나의 부작용 때문에 인원통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토요일 단 하루만 들를 생각이라 실질적인 관람 시간은 최대 5시간이니, 사전에 맛집격인 게임을 골라두고 오래 둘러본다든지 가서 한바퀴 돌아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따른다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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