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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멸망하면서 군축이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그 이후의 무기는 첨단기술에 기반한 다기능 고성능의 고가의 무기가 소량 배치되는 것으로 일변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1990년대의 첫 두 해 동안 미군을 중심으로 편성된 다국적군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쿠웨이트를 기습점거한 대규모의 강적으로 여겨진 이라크군을 첨단무기로 철저히 박살내 버리는 활약상이 두드러졌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특히 1991년 2월 25일에서 27일까지 수행된 죽음의 고속도로 전투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및 프랑스의 4개국 연합군이 전혀 피해입지 않고 이라크군을 수백명 사살하고 수천명 생포하는 등 일방적으로 전투를 끝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걸프전 당시의 무기는 냉전기의 것으로 21세기에는 신무기들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냉전기의 것이니까 쓸모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흘러서 스텔스기 만능론 등이 풍미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면 시대착오적이라고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부터 상황은 일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마하 10 이상으로 비행가능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인 Kh-47M2 킨잘(Х-47М2 Кинжал)을 실전에 투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킨잘 미사일. 참고로 킨잘(Kinzhal)은 단검(短剣, Dagger)의 러시아어로, MiG-31 대형전투기에 1발 탑재하거나 Tu-22M 폭격기에 4발 탑재하는 형태로 운용하여 대략 2,000km 밖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이미지 출처
Ukraine says it shot down hypersonic Russian missile with Patriot system (2023년 5월 6일 The Washington Post, 영어)
이 미사일은 9K720 이스칸데르(9К720 Искандер)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원판인 이스칸데르는 일단 소련시대인 1988년부터 설계되어 2006년에 취역한 물건입니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킨잘은 11년 뒤인 2017년에 취역하여 우크라이나에의 침략과 학살을 위해 휘두르는 단검이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What Are Patriot Missiles, and Why Does Ukraine Want Them? (2022년 12월 21일 The New York Times, 영어)
한편 미국의 MIM-104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은 1969년에 설계되어 1981년부터 취역한 것으로 본격적인 실전운용역량은 1984년에 갖추어졌고 수년 뒤인 1990년대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공여되어 이라크군이 발사한 소련제 스커드(Scud) 미사일이나 그에 기반한 이라크제 알 후세인(Al Hussein) 미사일 등의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을 막아내면서 애국자라는 이름값을 톡톡이 했습니다. 물론 무적은 아니었고 화력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등의 논란도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마하 10을 넘는 초고속의 공대지미사일이 날아오는데 비록 개량형인 PAC-3조차도 마하 4.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런 구시대의 미사일로 방공이 될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2023년 5월 4일 키이우 지역에 대한 킨잘 미사일 공습이 있었습니다만 격추되었고 잔해도 공개되었습니다. 그것도 공여된 미사일이 PAC-3보다 구형인 PAC-2였음에도. 결국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21세기의 극초음속 공대지미사일이 20세기의 지대공미사일도 방어할 수 있음이 실제사례로 입증된 것입니다.
20세기의 애국자가 21세기의 단검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언제 나왔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되고 신뢰성있으며 또한 잘 운용되는가입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3-05-20 17:58:43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군사무기에서도 통용이 되는 상황이네요.
옛날이라고 무조건 구닥다리인 것이 아니겠죠, 옛날 것이라고 해도 신뢰성만 있으면 좋은 것이겠죠.
SiteOwner
2023-05-21 13:35:52
그렇습니다. 게다가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원판은 이미 반세기도 전에 만들어져 있지만 요즘의 생산분은 계속 개량이 이루어져 방공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요격수단이 없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공대지미사일인 킨잘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본문을 쓴 이후에도 러시아군이 킨잘을 여럿 발사했지만 모두 우크라이나군이 운용중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요격하는 데에 성공했고, 미사일포대 일부가 피해를 입었지만 현장에서 수리가 가능한 수준의 경미한 피해라서 금방 복구되었다고 합니다(기사 바로가기, 영어).
사실 이것 말고도 군사무기 분야에서 구관이 명관인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M2 중기관총이라든지, A-10 근접항공지원기, B-52 전략폭격기, C-5 전략수송기, F-15C/D형 제공전투기 및 E/EX형 전폭기, F-16 전폭기 등 이것저것 있습니다.
SiteOwner
2024-07-28 13:00:25
[2024년 7월 28일 추가]
미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소모성자재인 미사일의 공동생산 및 비축체제를 강화할 방침을 굳혔습니다.
현재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의 생산라인은 미국의 개발사 레이시온(Raytheon) 공장 이외에도 일본의 미츠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의 것도 있습니다만 현재 미국의 생산능력이 좋지 않은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미국이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면서 미국내의 보유사정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중인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현재의 연간 30발 생산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생산체제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일본이 수입에 의존하는 공대공미사일인 AIM-120 암람(AMRAAM) 또한 미국에서의 생산능력 부족으로 확보가 어렵다 보니 일본에서의 라이센스생산 및 미국으로의 역수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이하에 소개된 언론보도를 참조하십시오.
PAC3を対米輸出へ…共同生産を強化、備蓄の下支え図る
(PAC3을 대미수출하기로...공동생산을 강화, 비축기반 강화를 노리다, 2024년 7월 26일 요미우리신문, 일본어)
SiteOwner
2024-08-03 02:01:56
[2024년 8월 3일 추가]
러시아가 일본에 대해 일본제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의 공여가능성 시사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러시아로서는 일본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고 일본에 대해 가장 확고한 대항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 대항조치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참조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Russia threatens Japan over possible Patriot missiles transfer to Ukraine. (2024년 8월 1일 UAZMI,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