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을 보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각'이 보인다."
"어제 돼지꿈을 꿨으니 오늘 산 로또는 반드시 당첨될 '각'이다."
이런 식으로 쓰이는 '각'이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흔히 '~할 것이라고 예상됨'하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죠.
제가 어릴 적에는 이런 단어가 없다가, 제 기억에는 10년 전, 제가 대학 다니는 시절에 주로 쓰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냥 시도때도 없이 입에 배어버린 단어가 되었죠.
그래도 저는 이게 그냥 일종의 비속어, 유행어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전국민이 쓰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나봐요.
위의 표준국어대사전 사이트에서 "각"을 검색했을 때, 각의 2번 의미에 달린 부속 의미들 중에 이런 게 생겼어요.
흔하게 쓰이는 그 '각'의 의미가, '각도'를 의미하는 각(角)에 새롭게 갱신이 되었어요.
민중에서 흔하게 쓰이던 일종의 유행어가, 이젠 유행어 수준을 넘어서서 새로운 표준어로서 인정이 된 거네요.
생각해보면 당연하긴 하네요, 표준어는 일종의 법처럼 지켜야하는 법도라기보단, 민중의 어휘를 반영한 말 그대로 '한국어'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민중들이 쓰는 유행어가 표준어로서 새롭게 갱신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까, 정말 생소하고 신기하긴 하네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3 댓글
마드리갈
2023-05-22 23:05:00
이런 식으로 반영이 되기도 하네요.
역시 종이책 형태의 사전에서는 불가능한 게 온라인 플랫폼이니까 이렇게 유연하게 대응되기도 하고, 이런 점은 좋네요. 다른 언어의 사전에서 잘 보이는 속어의 정의 같은 것도 포함된 게 이제 한국어의 사전에서도 반영되니...
역시 편리하게 바뀌네요. 그나저나 사이시옷 문제는 이렇게 유연하게 대응하면 안되는 건가를 물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게다가 요즘 언론에서 범람하는 사이시옷 어휘를 검색해 보면 나오지도 않네요. 재룟값이라든지 매맷값이라든지 한웃값이라든지 등의...
Lester
2023-05-22 23:10:48
SiteOwner
2023-05-23 22:52:04
이미 1990년대에도 각잡는다 등등의 말은 많이 있었는데 주로 군대 용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느새 상당히 많이 확산되어서 각 잰다, 각도기 깨졌나 등등 별별 파생표현이 나오더니 결국 이렇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오를 정도가 되었고,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때 많이 쓰였는데 이제는 아예 안 쓰이는 표현도 있습니다. 거짓말한다, 사기친다 등의 뜻으로 쓰이던 "사발친다" 라는 말은 1990년대에는 많이 쓰였는데 2000년대부터는 급감하여 소멸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 세대의 말인 "아베크족", "쌍쌍파티" 같은 말도 아주 오래전의 것이 되어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대학가에서는 "함께" 를 뜻하는 프랑스어 전치사 아베크(avec)에서 유래한 아베크족이 캠퍼스커플의 약칭인 CC로 완벽히 대체되어 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