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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썼던 글인 "제조업 마인드" 운운하는 그 사고방식에의 반문에서 다루었던 미국의 제조업 천시 마인드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메이크 마이 토요타(Make my Toyota)" 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에는 제조업 천시는 물론이고 인종차별적인 함의까지 담고 있어서 그냥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미국사회 전반에 크게 확산되어 있고 걷어내기에도 역부족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최근 미국 정가에서 나온 발언인 "카 어셈블러(Car assembler)" 라는 표현입니다.
이에 대한 보도를 2건 소개해 보겠습니다.
Trump adviser Navarro dismisses Musk as 'car assembler' after tariff comments (2025년 4월 7일 Reuters, 영어)
트럼프 '관세 책사', 유럽 무관세 주장 머스크에 "차 조립공" (2025년 4월 8일 조선일보)
문제의 카 어셈블러라는 발언은 경제학자 및 공공정책학자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및 제조업분야의 고문으로 재직중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1949년생)의 것. 꽤 고령자인데다 "위대한 공업국" 이었던 1950년대 및 1960년대의 미국을 유년기 및 청년기에 경험했던 사람이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이 발언은 이전의 "메이크 마이 토요타" 보다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백인이니까 그에 대한 카 어셈블러 발언은 인종차별일 가능성은 전무하거나 있더라도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결과를 실제의 제품으로 양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 및 역량도 중요한데, 피터 나바로는 생산을 그냥 조립하면 되는 것 정도로밖에 안 보고 있습니다. 조립 자체도 절대로 간단하지 않아서 숙련되지 않으면 일정한 품질이 절대 나올 수 없는데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러니 나바로가 경제학계에서 주류가 아닌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경제정책을 선도하는 인물이 제조업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미국의 제조업의 미래는 별로 밝게 보이지 않습니다. 북동부의 공업지대가 퇴락하여 이제는 녹이 슬었다는 의미의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려왔는데 나중에는 아예 히스토리(History), 즉 이미 역사로 퇴장해 버린 영역이 되어 버릴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2020년에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보잉의 신형 공중급유기인 KC-46 페가수스가 출고될 당시 기체 내부에 쓰레기가 채워져 있었던 사건.
More Bad News for Boeing's Pegasus: Trash Inside Its New Refueling Tankers (2020년 6월 17일 Popular Mechanics, 영어)
정부기관에 납품하는 고가의 전략장비에 이런 몰상식한 일을 저지른 게 누구의 소행이겠습니까. 생산라인의 작업원들이 일을 엉망으로 하니 벌어진 결과입니다. 조립 따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얼마나 고질적인지를 이해하면 이런 미친 일이 왜 일어났는지도 알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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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5-04-12 22:59:58
제가 있었던 업체가 두 군데였어요.
첫번째는 저희가 기구도면 그린 다음에 사출업체에 사출받은 것을 조립해서 완제품으로 납품하는 업체였고 두번째도 거의 마찬가지였는데, 기성제품을 사서 조립하는 케이스였죠. 근데 둘 다 그냥 조립해서 납품하면 끝!이 아니거든요. 그랬다가는 그냥 부서 채로 잘려나갈걸요.
1. 부품들이 올바르게 왔는지 검토해야해요. (이거만 몇개월 걸린 적도 있어요, "이거 안되겠는데요?"만 몇번을 하고 업체 미팅하고...)
2. 개발 테스트 (밤을 새야하는 경우도 있었죠)
3. 시양산 교육 (생산라인 가서 교육하는건데, 시양산 중에 문제 생기는 것도 검토해서 대안을 즉석에서 마련해야했죠.)
4.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가 개발부서에서 했던 일들만 그랬네요. 두 회사 전부 제 전문분야는 아니었기에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다 파악을 못 해도, 저 업무들 하나하나가 중요했다는 것만큼은 알아요. 그만큼 각각에 어느 정도로 공을 들여야 하는지도 충분히 알죠.
이제 생산라인에서 하는 일, 영업부서에서 하는 일... 이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진짜 어마어마한데...
저런 사람들은 그냥 그걸 "시키면 알아서 하는 거 아냐?"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거네요.
자기들이 와서 직접 해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텐데...
SiteOwner
2025-04-13 11:53:08
대왕고래님의 경험담만으로도 생산공정은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집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예의 피터 나바로는 생산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탁상공론만 잔뜩 늘어놓고 있었고, 이번의 카 어셈블러 발언 또한 그것의 소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일론 머스크를 폄하해 버린 덕에 그를 중용한 도널드 트럼프가 결과적으로 바보였다는 논리도 성립하고, 여러모로 자충수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조업을 천하게 여기니 그런 미국이 생산하는 물품은 미국내에서도 외면받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리가 없습니다. 즉 미국 제조업의 위기는 미국인들이 스스로 조장한 것입니다.
최근의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해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1957년생) 총리는 아주 뼈있는 말을 했습니다. 미국측에서 "일본은 왜 미국제 자동차를 사지 않는가?" 라고 공격하는 논리에 대해서 "일본내에 독일차는 많이 달린다" 라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ドイツの車はいっぱい走っている」 首相、トランプ関税巡り暗にアメ車の左ハンドル批判
("독일차는 많이 달리고 있다" 수상, 트럼프 관세 암운에 대해 미국차의 좌핸들 비판, 2025년 4월 8일 산케이신문, 일본어)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독일의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일본시장에 맞춰 우핸들차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GM이나 포드는 이렇게 안 하니까 안 팔리는 것. 독일이니까 우대하고 미국이니까 차별해서가 아닙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년생)가 현직 대통령이었을 때인 2014년에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GM이나 포드 등의 미국차를 볼 수 없었다. 일본시장은 폐쇄적이어서 그렇지 않나?" 라고 물었던 것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이렇게 드러나는데, 오바마 및 바이든 정권 당시의 것들을 뒤집어엎기에 바쁜 트럼프 및 그의 책사는 놀랄만큼이나 이 문제에서는 그 정적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대왕고래
2025-04-16 22:35:15
상대 국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맞춰서 팔겠다는 발상은 하나도 하지 않는군요...
그거 우리나라 제조업하는 중소기업 중에 해외에 판매하는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상대국가에 맞추는데...
베트남에 제품 판매할때 - 이게 맨홀에 매설되는 플라스틱 제품이었어요 - 제품 파손이 많다는 보고가 올라왔다고 해요.
개발팀과 현 부사장님 (당시 이사)이 직접 가서는 맨홀 구정물에 손 담가가면서 제품 건져내서 원인분석 다 하고 재질부터 싹 바꿔버려서 생산했다는 이야기를 거의 1달에 1번은 듣고 그랬죠.
그렇게 몸 아끼지 않고 현지상황 파악해서 재료 선정부터 알맞게 해야하는게 당연할 정도로.
그러지도 않는다는거니... 미국도 저무는 태양에 불과하다는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