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및 고등학생 때의 당시 교육과정을 회고해 보면 몇 가지의 특이점이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학생의 성별에 따른 교재의 차이였는데, 대강 이랬습니다.
중학교 1, 2학년 과정에는 남학생은 기술, 여학생은 가정을 배웠습니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남학생은 재학중인 학교의 위치 및 상황에 따라 농업, 수산업, 광업, 공업, 상업 중 하나를 배워야 했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가사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기술가정이라는 교과는, 저의 중3 시절에 시험적으로 개설되었던 교과였는데, 교과서를 본 적은 없고, 단지 고입 연합고사 대비용 교재에 그 과목의 시험문제가 수록되어 있어서 존재를 알 뿐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고입총정리라고 불리는, 전과목 전범위에 걸친 중3용 기출문제집은 남학생용 패키지와 여학생용 패키지가 따로 있었습니다. 실업과목에서 저렇게 차이가 있었으니 다른 것은 내용이 똑같되 해당 부분만 차이가 있는 것이었지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실업과목으로 기술과 농업/수산업/광업/공업/상업 과목 중 하나가 있었는데, 학교의 소재지가 내륙의 농촌 지역었다 보니 실업과목은 기술과 농업이었습니다.
게다가 군사과목으로서 교련이라는 게 있었는데, 표지에 남자용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여자용도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안보교육, 제식훈련, 총검술 등이었고, 나중에 여자용 교련교과서를 구해다 보아서 알게 되었는데 여자용의 실습단원은 응급처치 및 간호 등으로 편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체육과 교련이 같이 들어 있는 날은 정말 지옥 그 자체였던 것도 생각납니다.
교과서 및 각종 교재를 넣은 가방, 점심과 저녁을 위한 도시락 2개를 넣은 가방, 신발주머니 및 체육복, 교련복까지 챙겨야 했으니 일출 전에 출발해서 자정이 넘어서 귀가하면 완전히 탈진하고 그랬습니다.
벌써 이것도 20년도 넘는 옛날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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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시멜로군
2016-03-26 16:19:00
남자랑 여자랑 다른 과목을 배웠다는건 충격이네요.
평준화지역이다보니 고입 시험도 살짝 그렇고요. 교련은 더더욱 더.
SiteOwner
2016-03-26 16:59:03
그렇죠? 그게 바로 그 시대의 사회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 때 구독한 논술학습지의 읽기 자료에서는, 집에 혼자 있을 때 자신의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남학생과 갑자기 터진 전구를 못 갈아끼우는 여학생의 사례를 들면서 성별에 따라 달리 실시되는 교육의 문제가 낳는 부작용의 폐해를 지적하는 글도 실려 있었습니다.
교련은 사실 왜 하나 싶었습니다. 오히려 국민안전교육 등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현대전에서 군사관련은 안보전문가집단인 군대의 정예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서 그렇습니다. 더 자세한 것들은 전쟁이나 외교의 역사를 조금만 더 공부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교련복이라는 게 굉장히 부담이 큰 물건이었습니다. 일단 기본 복장은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의 이른바 총력안보 무늬의 교련복이었고, 바지를 입고 나면 발목 부분에 다시 각반을 덧대어야 했고 머리에는 검은색 베레모를 갖춰 써야 했습니다. 체육과 교련이 같이 든 여름날은 교실내의 악취가 말도 못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몸이 떨릴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