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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결과론적으로 보는것에 대한 위험성

콘스탄티노스XI, 2016-09-16 00:16:41

조회 수
175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역사를 과정으로 설명해 보는것은 감성팔이다. 진실은 냉정하므로 오로지 결과만을 통해 역사를 봐야 된다.'라고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위험성을 지닙니다. 어떤건지 볼까요?

우선, 결과만을 통해서 보기때문에 그과정중에 있었던 의의나 그전에 있었던 전조같은건 전부 무시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사람들에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으로 옮긴건 의미없는 짓입니다. 왜냐면 그결과로 어찌됬든 로마는 망했기때문이죠.1000년을 더버텼든 그덕에 콘스탄티노플이 도시의 여왕이 됬든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건 그런게 아닙니다. 오로지 결과적으로 로마가 망했다는게 중요한거죠. 

둘째로, 이런 사람들일수록 반지성주의. 제국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전에 이런 결과론자와 논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논쟁을 하던중 그사람이 이상한 말을 하더군요.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는건 당연하고 또한 약자는 강자근처에 숨쉬는것도 허락받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제국주의 논리여서 '그말 사학자들앞에서도 해보시죠?'라 하니... '그거 좋군요. 자본주의 맹아론따위를 주장하는 사학계에 한번 이런 말을 해볼까요?'라 하더군요. 뭐...자본주의 맹아론자체가 비판받을 여지는 분명 있다만 그렇다고 그 학계 전문학자들을 무시하면서 자신을 선지자취급하는게 꼭 창조론자나 환빠같았습니다. 

셋째, 논리가 안통하니 무협지같은데서나 쓰는 단어까지 씁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어는 '아프가니스탄'입니다. 소련,미국같은 초강대국들이 전부 학을 떼고 퇴각했죠.(비슷한 예로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 겨울전쟁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결과론자분들의 대답은? '은둔고수들앞에서 동네깡패들이 까분거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보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심지어 소련과 미국을 재배맨에 비유하고 아프간을 프리더에 비유하기까지 하더군요...실소가 났습니다. 

보시다시피, 결과론자들은 언제나 결국 자기모순에 빠져 자폭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정따위는 무시하니깐요.
콘스탄티노스XI

도시가 무너져 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1453, 콘스탄티노플에서. 유언.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e_XI_Palaiologos-이미지

8 댓글

Papillon

2016-09-16 09:47:09

음,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마키아벨리나 홉스 같은 현실주의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수박 겉핥기로 익힌 나머지 그런 식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과지상주의적 시각은 그런 어중간한 공부의 결과물에 가깝고요. 이런 타입의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게 "현실적, 현실주의적"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본래 현실적이나 현실주의적은 당시 상황을 베이스로 현실적으로 최선의(그것이 잔혹하든 관대하든) 선택을 해야한다는 의미인데 이걸 "항상 잔혹하고 비정한 선택을 해야한다"라고 곡해하더군요. 정작 마키아벨리도 홉스도 그리 말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콘스탄티누스XI

2016-09-16 12:04:23

그렇죠. 현실주의라고 잔혹하고 이런거라면 헬싱은 극현실주의가 되버리죠(...)

마키

2016-09-17 16:15:46

사실 역사의 어느 순간을 분기점으로 한 대체 역사 장르가 흥하는 것도 "만약 그때 이러이러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라는 원초적인 호기심 때문이죠. 타임슬립 장르 같은데서도 나오는거지만, 과거의 어떤 사건을 분기점으로 평행세계가 분기되면서 그 이후의 역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온 등장인물들이 전혀 모르는, 즉 그동안 배워온 역사와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수두룩하구요. "내가 생각해봤는데 어차피 병사는 소모품이니까 진격 한번 더 하면 어떨까?" 그렇게 동부전선의 독일군 병사 아돌프 히틀러는 전사했다 -> 역사가 분기되어 소련의 공산주의가 세상(좁게는 유럽)을 지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본문과는 좀 별개의 예시지만, 강자가 약자를 먹고, 약자가 강자에게 먹힌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은 사실 자연계에선 통용되지 않죠. 그리 따지자면 지금도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고 있어야 정상...이지만 그 친구들은 백악기 K-Pg(K-T) 대멸종에 쓸려나갔고 결과적으로 지구의 지배자가 된건 현생 포유류가 됐구요. 요컨대 자연에서는 결과적으로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죠.

콘스탄티누스XI

2016-09-17 22:16:32

사실 다윈스스로도 진화론의 기본이 약육강식이라 설명하진 않았죠.(생물학에서 '다윈주의'가 '적응주의'인걸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그런데 진화론을 수박겉핥기로 배운 사람들은 자주 다윈주의의 기본이 약육강식이라 곡해하더군요.

시어하트어택

2016-09-18 21:59:36

뭐, 역사를 결과론적으로만 보아서 나온 대표적인 결과로는 환빠가 있는데, 아시는 분들은 왜 그러는지 아실 겁니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는 건, 쉽게 말해 '답정너'식으로 결과를 끼워맞추고 거기에다가 과정을 끼워맞춰 설명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겠죠.

SiteOwner

2016-10-06 18:32:24

말씀하신 결과론적 역사관이나, 사회과학에서의 기능주의적 사고 등등은 주장자들이 생각하기에는 팩트에 근거하니 틀림없다고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중대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태가 이렇게 된 것은 그것이 옳아서이고 그래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이 사고의 근간 자체는 발전이나 반론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봉쇄해 버리는데다 사회변화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그 논리 그대로 되갚아주기입니다. 결국 지금도 여전히 초강대국인 미국이 역사의 승리자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 결과론적인 역사관을 신봉한다면 여기에 조금도 반대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마드리갈

2016-10-08 22:04:09

그런데 그 결과론적 역사관을 견지하는 국가가 있어요. 중국이 그러해요.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이 역사의 승자이니까 일본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패전국의 지위에 머물러 있으라고 대일압박을 가하고 있어요. 센카쿠열도 분쟁에 대해서도 일본이 2차대전의 패전국이니까 영유권 주장 같은 것도 하지 말라고 하고 있고 실제로 각종 무력시위를 하고 그랬는데, 미국이 오키나와 반환협정과 미일상호방위조약을 거론하면서 센카쿠열도 또한 그 조약들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성명을 내자 침묵해 버렸어요.


약간 더 일반론적인 사례가 있어요. 중국은 저작권침해로 악명이 높은데 이것의 해결을 촉구당하자 중국에서 "그러면 종이와 화약, 나침반 등을 사용한 데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다 내라. 결과적으로 중국의 문물이 있었기에 지금의 문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대응했어요. 그것도 국가지도자의 발언이.

콘스탄티노스XI

2016-10-09 10:18:03

음.... 센카쿠 열도 논란에 관한 평은 유보하고, '종이와 화약, 나침반'은 중국에서 발달했는지 몰라도 발전은 엄연히 유럽에서 더 많이 됬는데 그럼 대포쓸때도 유럽에 대한 저작권료나 내라는 말밖에 못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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