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학습만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인류'라는것을 다루는 만화였는데 마지막에 결론을 내는 장면에서 '창조론과 진화론 둘다 나름대로의 증거가 있고 일리가 있다'란 장면이었죠... 생각해보면 만화상에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캐릭터를 '굳이' 등장시켰던걸 생각해보면 작가가 애초에 창조론에 유화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저런 어이없는 말을 '과학 학습만화'에서 낼 수 있던거겠죠....
그외에도 학습만화를 보면 학계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서 애들을 현혹시키는 류의 만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무렇지도 않게 중국 소수민족 묘족의 신 치우를 한국신으로 치환시킨다거나(동이의 본래 뜻을 생각해보면 저건 자기자신이 오랑캐라고 자칭하는 꼴입니다.....), 아니면 뻔히 '야사'인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둔갑시킨다거나....(예를 들자면, 당태종이 안시성에서 격파당해 도망치던 와중에 안시성주에게 눈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뻔히 진실인양 전하는 만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역사적 인물들을 초인으로 만든다거나(연개소문을 무슨 한니발이나 이순신이상의 전략가로 만든다거나....) 역사적 사건을 자기 정치적 성향에 맞춰 왜곡한다거나...(5.16군사정변을 '애국군인들이 충의로 나선 일'이라고 왜곡하는 경우)등등.... 이런경우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하는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근데 적다보니 전부 역사만화쪽이군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 문제가 꼭 '비전문가인 만화가가 전담해서 그런것'은 아니란겁니다. 의외로 전문가가 고문역할을 해서 조언을 해주거나 밑정리를 해줘도 이런일이 일어난다는게 문제입니다....(첫문단에서 소개한 만화가 바로 그런경우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역시 이런 학습만화는 작가가 그리는게 학습만화 본래의 쓸모와(비전문가인 어린이,학생,기타 인원들이 해당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 가장 맞는 경우일겁니다. 전문가인 학자들이 꼭 만화를 잘 그리는건 아니니까요.... 결국 작가들이 좀더 확실한 곳에서 정보를 얻도록 하면서, 한편으론 독자가 적극적으로 혹세무민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만화들을 걸러내는 수밖에 없을겁니다.....
도시가 무너져 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1453, 콘스탄티노플에서. 유언.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e_XI_Palaiologos-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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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도 고증오류에 편협한 시각에뭄제가 상당하다고 하죠. 보통 학습만화들이 진지하게 과학적 현상을 따지기보단 반쯤 애들 흥밋거리기도 하고...
콘스탄티누스XI
2016-09-23 14:24:44
먼나라 이웃나라야...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틀린 부분도 있지만 그정도야 양호하죠.... 문제가 없는건 아니지만요....
Lester
2016-09-23 14:10:03
어느 날의 발견으로 인해서 뒤집힐 수 있는 게 역사이고, 이런저런 야사를 잘라내면 재미가 싹 사라지는 게 역사입니다. 심지어 특정 사실의 근거가 역사서에 한 줄만 나오는 경우 묘사에 따라 과대 혹은 과소평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만화에 교과서 수준의 정밀성을 기대하지 마라'는 입장입니다. 물론 그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작가는 반드시 '이 만화의 내용은 100% 정확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혀야겠죠.
그나저나, 학습만화 이야기를 하니까 '학습만화'의 탈을 쓴 기묘한 물건도 생각나네요. '학습만화 야인시대'라든가...
콘스탄티누스XI
2016-09-23 14:24:05
전 '야사를 넣지마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내용의 가장큰 문제는 정사에 기록된 '당태종은 병으로 죽었다'를 거짓말로 취급하고 야사를 마치 진실처럼 넣은게 문제인겁니다. 이게 왜 문제인건지는 레스터님도 잘아실거라 생각하실겁니다. 물론 학습만화에 사서수준의 정밀성을 원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최소한 왜곡은 하지 말아야되는거 아니냐...란 입장입니다.
SiteOwner
2016-09-23 23:37:21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것입니다.
"애들 잠깐 보고 버릴 것인데 아무려면 어때" 하는 마인드. 그리고 아무리 자문이 들어가더라도 실무진 측에서 자기 고집대로 하고 말아버리면 답이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컨텐츠에 대한 재검증도 없으니 그러한 악관행이 근절될 여지가 없습니다. 결과물을 제대로 평가해서 기준미달이면 채택하지 않는다고 강제력을 부과해야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콘스탄티누스XI님의 글에서 지속적으로 어휘를 과도히 축약하는 것이 보이는데, 되도록이면 지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전에는 그러한 표현이 발견되었을 때 이용규칙 게시판 제9조 및 운영진 차원에서 고쳐두기는 했습니다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만도 없기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해당표현은 "문젭니다" 및 "학습만환" 의 2개입니다.
콘스탄티누스XI
2016-09-24 10:31:15
역시 만화가측에서 자문을 무시하고 자기마음대로 그려버리면 앞문단에서 소개한 대로인 괴작이 나와버린다는게 가장크겠군요.... 그렇다고 해서 자문에 강제력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골치네요.....
해당표현은 수정했습니다.
Papillon
2016-09-24 11:07:24
1. 자문을 받아도 작품이 이상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SiteOwner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전문가가 자문을 해도 실무진(만화가나 편집부)가 무시하는 경우가 있겠죠. 이 경우, 결국 자문은 자문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는데 바로 자문 자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경우입니다. 실제 국내 사극 중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 역사 자문이 원균명장론을 신봉하던 사람이라 원균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묘사되었죠. 영화 "쥬라기 공원 3"의 경우, 티라노사우루스가 스피노사우루스에게 맥없이 패배하는 장면이 나온 것도 티라노사우루스 스캐빈저론을 믿던 자문이 붙어서 그랬고요.
2. 1에서 설명한 "문제있는 자문"과 "전문성은 있으나 자문이 힘을 쓰기 힘든 상황" 모두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의 교수평가 시스템과 연관이 있습니다. 국내 교수평가 시스템은 논문작성은 높게 쳐주는 반면 교양서 집필이나 외국도서 번역은 그리 중요하게 여기질 않거든요. 자문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러다보니 정작 연구에 힘쓰는 현역 전문가들은 자문에 집중하기 힘들고 집중할 이유도 없어요. 제대로 된 교양서나 자문보다야 적당히 쓴 논문이 훨씬 좋은 대접을 받거든요. 그렇다고 이미 권위가 굉장히 높아서 억지로 논문 집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쯤 되면 자문으로 쓰기도 힘들어집니다.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그러다보니 정작 전문가가 자문에 힘쓰는 경우,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높은 확률로 뭔가 이상한 전문가가 붙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습 만화나 대중 교양서에 경우, "무슨 약하시고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싶은 내용들이 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3. 사실 전 학습만화는 허허 거리면서 넘어가는게 당장 제 전공인 철학 쪽의 경우 고등학교 교과서부터가 잘못된 지식을 써놓은 경우가 많아서……. 다만 이 경우 수능 시험을 위해 내용을 단순화하다보니 생겨난 일이지만요.
마드리갈
2016-10-08 21:53:35
만화 및 애니업계에서 간혹 터지는 문제점이 발본색원되지 않는 마당에 학습만화에서 정상적인 것이 나오기도 힘들어요. 이를테면 미국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극장판애니 라이온킹에 장난을 친 사건이라든지, 정치관련 소재를 집어넣어서 말이 많은 일본의 애니제작사 화이트폭스의 문제같은 해외사례부터, 국내 웹툰업계의 작은 사회가 만든 병폐, 극단적 민족주의 등에 빠진 일부 만화가들의 사례까지 거론하면 정말 답이 안 나올 레벨이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맡겨도 중간에서 장난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인데, 제대로 결과물에 대한 검증이 없는 한 해결은 안될 거예요.
위에서 Papillon님께서 말씀하신 자문 자체가 문제있는 사람인 경우는 최악의 상황...상한 식재료로 멀쩡한 요리를 만들어 내라는 주문이나 다를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