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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84화 - 암전

시어하트어택, 2022-01-08 20:57:26

조회 수
136

호텔 정문 경사로 앞.
도르보는 일단 앞에 선 메이링을 묶어 두기로 한다. 그 다음 수단이야 많다. 벌레들을 보내 괴롭히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극단적인 습도로 괴롭힐 수도 있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도르보의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간다.
‘네가 뭐가 잘났다고. 무슨 능력을 가졌든 상관없다. 빼앗으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서, 메이링을 향해 아까 4명의 크루들에게서 빼앗은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한다. 어렵지 않다. 이미 한번씩 사용해 봤던 능력들이다.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된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덤벼들려고 한 여기 있는 여자도, 이제 능력을 빼앗기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그런데...
“뭐, 뭐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앞에 서 있는 메이링은 결계에 묶이지도, 벌레들에게 습격당하지도 않았다.
“아니, 분명히 내가 다른 녀석들의 능력을 빼앗았고, 저 녀석의 능력도 막 빼앗아 온 참인데,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야. 다시 한번...”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도르보는 다시 눈앞에 선 메이링의 능력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그의 손에 불이 꺼진 것만 같다. 아무리 뭔가 하려고 해도,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아까 빼앗은 4명의 능력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렇게 놀라는 거지? 혹시나 해서 네가 능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미리 능력을 발동한 채로 여기 왔는데, 역시였어.”
“무슨 짓을 한 거냐!”
“뭐기는.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게 내 능력이야. 내게 오는 누구라도, 초능력은 사용할 수 없지. 내 주위에서는 그냥 일반인일 뿐이야.”
“뭐 그래, 좋아...”
도르보는 당황하던 얼굴색을 바꾸고, 허리춤을 잠시 뒤지더니 뭔가를 꺼낸다. 바로, 권총!
“흐, 흐흐흐... 이거면 말을 좀 잘 들을 것 같은데? 아무리 좋은 초능력이 있어도, 이거면 말을 잘 듣게 되더라고!”
“......”
하지만 도르보의 의기양양한 태도에도 메이링은 뭘 믿고 그러는지, 오히려 태연하다.
“뭐냐, 그 태도는? 뭘 믿길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보여 줘야 정신을 차릴 수...”
하지만, 도르보의 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한다. 총을 든 손, 그리고 두 발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느낌은, 도르보도 잠시나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적이 있는, 바로 그것이다. 원래는 자라와 비앙카의 능력인 그것!
“호오, 늦지 않았잖아.”
“그러게. 무엇 때문에 우리가 다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지는 봐야겠지만...”
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이 목소리, 틀림없이 테르미니 퍼스트의 크루들이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차를 좀 빌려 탔지. 의외로 금방 오더라고.”
당황하는 도르보에게 보라는 듯, 일행은 길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다가온다. 특히 자라는 도르보를 향해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많이 당황한 것 같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일 텐데, 소감은 좀 어때?”
“착각하지 말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뭐가 안 끝나? 어차피 너는 다 끝났어.”
메이링이 보고 있다가 한마디 한다.
“저기 헬기 오는 소리 들리지? 너를 잡으러 오는 헬기야. 봐. 딱 이리로 오고 있잖아?”
“......”
도르보는 시선을 돌린 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후, 헬기가 도로변에 내려오고...
“어? 다들 거기 있었군요!”
헬기 위에서 레아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메이링이 올려다보자 레아와 호렌, 그리고 VP재단 요원들이 있다.
“저희 안 늦게 온 거 맞죠?”
“아, 좀비는 이제 다 없어졌는데, 문제는 호텔 안이야!”
“네? 호텔 안이 뭐 어때서요?”
“그러니까, 발레리오 씨가 호텔 안에서 뭔가에 홀린 것 같아. 그게 뭔지는 나도 한번 봐야겠지만...”
“뭐에 홀렸다는 거예요?”
“자세한 건 나도 가 봐야지 아니까, 우선은 여기 이 녀석부터 잡아넣자고!”
메이링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지면에 닿을락 말락하게 뜬 헬기에서 내린 2명의 요원이 움직이지 못하는 도르보를 잡아서 헬기로 끌고 간다. 하지만 도르보는 여전히 웃고 있다. 무엇을 믿고 그러는 건지, 메이링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없을 정도다.
“왜 웃어? 너는 끝났어. 무슨 수가 더 있다고 웃는 거지? 설마 네가 능력을 쓰려고 해도, 내가 쓰지 못하게 막고 있을 텐데!”
“흐, 흐흐흐...”
도르보는 이윽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다들 나한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있었지?”
“뭐... 뭐야!”
도르보의 그 말에서, 다시 커지는 크루들의 불안감.
“설마 그러면...”
“태양석! 이 녀석의 몸이나 소지품 어디에도 태양석이 없잖아!”
비앙카가 급히 소리지른다.
“태양석을 도대체 어디다 놔둔 거야... 그렇게 중요한 걸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다들, 찾아보자고!”
“흐흐흐, 소용없어. 그거, 이미 정찰대가 가지고 가고 있거든!”
“뭐... 뭐야?”
“30초쯤 전에 출발했을 거다. 수령님께 말이지!”
“이... 이 자식, 뭐야!”

“여러분, 여기서 이렇게 성을 낸다고 해서 태양석이 저절로 여기로 돌아온다든가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뭐라도 해야죠.”
메이링의 말에 크루들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비앙카가 입을 연다.
“그래요... 좋아요.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죠?”
“잠깐, 기다려 보시죠.”
VP재단 요원 중 1명이 빔 프로젝터를 도로 바닥에 비추니, 호텔과 주변의 지도가 나타난다. 일행이 서 있는 곳은 푸른 점, 그리고 호텔 뒤쪽으로 향하는 빨간 점이 보인다.
“저 점은 뭐죠?”
“아무래도 좀 전에 저 사람이 말한, 그 정찰대라는 조직이 향하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통로를 확대해 보면...”
요원이 확대한 지도를 보니, 그 좁은 통로는, 다름아닌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로 연결되는 통로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어... 엇? 비밀... 통로로 가는 건가, 설마?”
“호텔에.. 비밀 통로가 있었어...?”
땅바닥에 비친 지도를 몇 번 본 자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뭐라도 아는 게 있으신 건가요?”
메이링이 묻자, 자라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아, 당연히 알죠. 이 호텔은 일 관련해서 여러 번 들락날락했으니까요. 미켈뿐만 아니라 저도 가끔 여행 가이드를 할 일이 있지요.”
“미켈이라면... 제가 아는 정보라면, 미켈 파울리 씨 맞죠?”
“...네. 무사히 호텔로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네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니면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전화도 못 할 정도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설마...”
메이링의 가슴이 순간 철렁거린다.
“다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
그러던 일행을 VP재단 요원이 부른다.
“다들 이제 가시죠. 한시가 급합니다.”

한편 그 시간, 호텔 지하 아케이드.
“누군가는 나를 탈라스 곤이라고 부르지. 또 누군가는 파디샤라고 알고 있을 테고, 도미누스 우노라고 알고 있는 자들도 있어. 이름은 수천이지만, 본질은 결국 하나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이 불길한 목소리는 아케이드 안에 낮고도 깊게 울려 퍼진다.
“정말 오랜만이군.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안 그래? 발레리오.”
의문의 목소리, 그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다.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머리를 잘 빗어넘긴 미청년의 모습을 한 그 자. 이 얼굴을 모를 리가 없다!
“파... 파디샤!”
“그 이름으로 불러 주어서 고맙군. 네 형제들을 만나고 꽤 오래 안 쓰다가 요 근래 다시 쓰기 시작한 이름이라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절대... 잊을 리가 없지. 내 동생 프리모는 네게 맞서다가 최후를 맞이했으니까.”
발레리오는 애써 평정심을 품고 말해 보려고 하나, 끓어오르는 감정은 억누르기가 힘들다.
“여기서... 여기서... 끝냈으면 한다....”
“뭘 끝낸다고? 아, 주어를 말하지 않았군? 내가 너를 끝내고, 네 동생들도 끝내게 되겠군. 내가 보아하니, 혹시 몰라서 한 녀석은 두고 온 것 같은데, 태양석만 있다면, 그 녀석의 처리쯤은 일도 아니게 되겠지. 신을 거역하는 자는 설 땅이 없어지니...”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려는데, 발레리오가 말을 자른다.
“아직도 그 헛된 꿈, 못 버렸구나. 하지만 오늘이면 결판이 나겠지.”
“호오, 그런가? 지금까지 말동무가 되어 주어 고맙다.”
남자의 그 말이 들리자마자, 발레리오의 시선에서 그 남자가 사라진다. 어디로 가 버린 건지, 한순간이다. 마치 그 자리에 처음부터 오지 않은 것처럼, 없다!
“몇 시간 전에도 내게 그렇게 주제넘게 덤벼들다가 천국의 거름밭이 되어 준 녀석이 있지. 그것도 애비, 삼촌에 이어서, 자기까지도. 자기 입으로는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떠벌렸지만, 결국 내게 덤빈 여느 녀석들과 같이 되었어. 이제 너도 그렇게 될 차례다!”
어딘가에서 발레리오를 노리는 무언가가,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 느낌만이 발레리오에게 진하게 묻어난다.
“어디냐... 네 녀석!”
“잘 가라, 발레리오!”

“후...”
한편 호텔 정문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하고, 미켈과 일행이 차례로 내린다.
“오늘 무슨 생존 서바이벌을 하고 온 것 같아.”
세훈이 버스에서 내리며 중얼거린다. 세훈뿐만 아니라 뒤따라서 내리는 일행은 하나같이 다들 좋지 않은 얼굴이다. 세훈이 뒤를 돌아보니, 현애도 마찬가지다.
“마치 100년은 싸운 듯한 얼굴이다, 너는.”
“고마워. 사실 즐겁게 다녀와야 할 여행지에서 싸울 줄은 몰랐지.”
현애의 목소리는 무겁다.
“다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니, 미안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왜 너희들이 그러고 있냐?”
앞장서 가던 미켈이 둘의 대화를 듣고 끼어든다.
“따져보면 너희들이 우리 일에 우연히 휘말려서 이렇게 된 거잖아?”
로비를 들어서는 미켈은 애써 일행을 안심시키려는 듯,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어 가며 말한다.
“그러니까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이제 오늘은 괜찮은 것 같으니 이만...”
“어, 다들 왔네!”
바로 그때,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여자가 일행 쪽으로 다가온다.
“파라 씨...”
“여기는 왜요? 그리고 저희한테 보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게 돌아가.”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다니요?”
현애와 세훈이 한 목소리로 묻자, 파라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지금 발레리오 씨하고 비토리오 씨 모두 안 보여.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는데, 통 연락이 안 돼. 어디 간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
“에이, 설마, 아니겠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세훈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옆에서 세훈을 보는 현애도 그렇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01-09 13:53:16

역시 메이링이 뛰어나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요. 이렇게 도르보에 이겨 놓고 도르보의 앞에 나선 것.

타인의 능력을 뺏아왔고 이번에도 그런 시도를 하려던 도르보는 그 뜻이 보기좋게 꺾여버렸네요. 그런데 그게 성동격서였던 건가요...꼴좋다고 생각했는데 허를 찔려버렸어요...


발레리오가 위기네요. 진짜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라야 하는데...

타인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세훈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시어하트어택

2022-01-09 22:06:26

한 고개를 넘으니 또다른 고개가 나오는 거죠. 태양석은 어디로 간 건지, 정찰대를 찾아봐야 할 텐데요.


발레리오뿐만 아니라 비토리오도 소식이 없습니다. 정말 큰 위기죠...

SiteOwner

2022-03-10 20:16:31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메이링이 정말 굉장합니다.

실탄이 장전된 총이 겨누어진 적이 있다 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훈련병 때 조교가 제 머리에 실탄이 장전된 총을 겨누고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기세로 미친짓을 하던 게 2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안 잊어지다 보니...


여러 이름을 가진 그 남자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에 대해 제가 현애라면 이렇게 쏘아붙일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명주자루에 개똥 아냐?" 하고.

시어하트어택

2022-03-13 22:53:04

사실 메이링은 자신의 능력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으니 저렇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링의 능력이 카운터가 가능해서 망정이지 다른 능력이었으면 정말 큰일났을지도 모릅니다...


여러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해봤자, 본질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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