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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51화 - 어떤 탐색전(2)

시어하트어택, 2023-02-07 07:38:51

조회 수
133

치히로의 눈길이 한순간 고정된, 한참 뜸을 들이며 디저트를 고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그러고 보니, 치히로가 보기에도, 아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 흰색 바탕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 자꾸만 손가락을 까딱거리는가 하면, 자꾸 주위를 슬쩍슬쩍 돌아보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은근히 눈에서 불을 뿜는 듯한 느낌은 덤이다.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은 건가...”
그렇게 치히로가 중얼거리며, 그 티셔츠를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려는 그때.
메시지 도착음이 치히로의 주머니 안에서 울린다.

[저기, 선배님]

올리버로부터의 메시지다. 치히로는 곧장 그 메시지에 답을 하려는데, 또 하나의 메시지가 나타난다.

[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아니, 저 사람이라는 심증이 있는데, 어째서?]

치히로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지 10초도 안 되어, 답장이 온다.

[그 비상하게 강한 힘의 방향이 달라요]

그 힘의 방향이 다르다는 게 무슨 말인지, 순간적으로는 치히로도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이내 알 것 같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오는 것이다. 이 강력한 무언가는 말이다.
“그럼 어느 쪽이지, 도대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치히로는 그 남자가 못내 의심스러웠는지, 자꾸만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남모르게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지는 않더라도, 하는 행동거지로 봐서는 빌런으로 의심하기에는 충분하다.

한편 올리버는 치히로가 올 동안 다른 쪽에 관심이 쏠린다. 게임 캐릭터들의 등신대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이다. 이쪽에서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올리버는 고개를 흔든다. 이곳도 아닌 것 같다. 그런 강한 에너지는 이쪽에서 흘러나오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하네... 이쪽에서 그 힘이 더 강하게 분출되는 것 같은데...”
올리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부를 자꾸만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여기는 또 아니고... 도대체 어느 쪽에서 이런 힘이 분출되는 거냐.”
올리버의 예상대로 그게 강한 빌런이라고 한다면, 히어로 동아리가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싸워 볼 만한 상대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코믹 페스타가 열리는 마리나 센터 대전시장이다. 히어로 동아리 역사에 길이 남을 첫 빌런과의 대결...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런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올리버의 머릿속을 이리저리 스쳐 지나가고...
“뭐야, 저쪽인가?”
곧바로, 올리버는 그 강한 힘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분명히 올리버의 예감이 맞다면, 올리버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그 강력한 능력자가 있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가니, 이제 정말 코앞이다.
“누구냐... 그리고 어디 있는 거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린 올리버의 앞에 보이는 건...
이벤트 전시장 안에 있는 ‘에어 하키 라운지’로, <뫼비우스 월드>의 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고, 거기에다가 우승하면 나름 푸짐한 경품이 제공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그 강한 힘이 느껴진다. 어째서인 것일까...
“이얏!”
그때, 누군가의 기합 소리가 전시장 안에 울려 퍼진다. 그런데 익숙하다. 아니, 익숙하다기보다는, 조금 전에 올리버는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말이다. 그리고 알 것 같다. 지금 눈앞에 있는 누군가가 채를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그 발산되는 힘이 마치 올리버를 흔드는 것 같다.
“설마 이 녀석... 내가 좀 전에 봤던... 아니, 빌런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건가?”
올리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옆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올리버는 빌런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의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것을 지금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옆으로 조금씩, 슬금슬금, 다가가서 마치 처음부터 옆에 있었듯이 자연스럽게 서는데...

“어, 누구야, 좀 방해하지 말아 줄래요?”
별안간, 올리버의 옆에 있는 그 빌런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고개를 홱 돌리며, 올리버를 흘겨본다. 자신의 작전이 일단 실패로 돌아간 건 둘째치고, 그 용의자와 눈이 마주치자, 올리버는 얼른 그 자리에서 옆으로 살짝 벗어나 피한다. 그 용의자란 다름 아닌 민. 자기 친구들과 에어 하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반칙 쓰지 마! 퍽이 왜 그렇게 높게 뜨냐?”
마침 민이 퍽을 반대쪽으로 날리자, 반대편에서 퍽을 잡고 있는 리카의 말이 들린다. 올리버가 그걸 보고 얼핏 위에 있는 점수를 보니, 17 대 3. 아무리 봐도 이 점수는 이상해 보인다.
“과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세잖아.”
올리버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다시 민의 옆으로 가까이 간 바로 그때.
“후우!”
민은 마지막 점수를 올리고 나서, 막 퍽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려던 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올리버와 눈이 마주친다.
“어, 아까 그 배지 사 간 형 맞죠?”
“아... 그렇기는 한데...”
민이 곧바로 올리버에게 아는 척을 하자, 올리버는 크게 당황한 건지, 몇 걸음 뒷걸음친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머릿속에서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히어로 동아리인데, 여기서 물러나면 체면이 안 서지. 왜 옛날 말에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는 말이 있었지. 지금의 이 기세는 멈출 수가 없어. 지금 앞에 있는 이 애가 빌런이든 아니든, 한번 해 보는 거라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올리버는 민을 보고 한마디 한다.
“한번 해 볼까?”
올리버의 그 말에, 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약 3분 후.
“하흐...”
올리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에어 하키 라운지를 나선다. 점수는 20대 2. 완전한 올리버의 패배다.
“저기... 도전을 할 거면 실력은 좀 쌓고 오는 게 어때요?”
“......”
올리버의 입에서 막 거친 말 한마디가 나오려다가, 민의 다음 말에 쏙 들어가 버린다.
“일부러 제 초능력이 나오지 않게 꾹꾹 눌러 가면서 했다고요.”
그러고 보니, 민과 에어 하키를 할 동안 전혀 느끼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올리버의 피부를 강하게 때리는 것만 같았던 그 강한 힘 말이다. 이건, 어찌 됐건, 올리버의 완벽한 패배다.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녀석... 진짜 빌런인 건지, 아니면 내가 단순히 오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 것 같아. 히어로나 빌런, 어느 쪽으로든, 재능은 충분해!”
올리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전시장을 나선다. 그리고 곧장, 치히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한편, 올리버의 뒷모습을 보던 민은 싱겁다는 듯 채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뭐야, 실력도 안 되면서 나한테 도전한 거였어?”
“응?”
민과 올리버의 경기를 지켜보던 유가 올리버의 모습을 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듯 말한다.
“저 형,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군데 그래?”
“우리 형 친구인데.”
“에이, 저 형이 하야토 형 친구라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같이 다니는 걸 자주 봤으니까 잘 알지.”
“그래...?”
민이 유의 그 말에 시선을 올리버의 쪽으로 다시 돌리려다가, 올리버가 시선에서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다시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 도전자는 더 없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주위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경기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다들 머뭇거리고 있을 뿐이다.
“자, 그러면 가 볼까? 다른 구경도 좀 해 봐야지?”

“야! 뭐 하다가 이제 나오는 거야!”
올리버가 전시장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치히로가 핀잔을 준다.
“대체 거기서 무슨 딴짓을 하다가 지금 나오는 거냐고!”
치히로의 말에도 올리버는 마치 치히로에게 대고 들으라는 것처럼 말한다.
“선배님, 놀라지 마세요! 찾았어요. 그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을 말이에요!”
“뭐야, 빌런이었어?”
“아니오, 빌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강한 녀석인 건 확실해요!”
“야, 빌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니.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러니까요, 왜 저기 있잖아요?”
올리버는 바로 눈에 보이는 부스를 하나 가리킨다. 거기에 있는 건 푸른 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미남자의 피규어 여러 개다.
“<킹 라이즈>에 나오는 랭튼이잖아요! 조력자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까 빌런이었죠. 그것도 아주 교활하고 잔혹한.”
“그래서. 네가 만난 그 능력자가 저런 미남자라도 됐단 말이야? 아니면 그 잔혹함의 편린이라도 본 거야?”
치히로의 말에, 올리버는 고개를 흔들더니, 한마디 더 한다.
“그런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냥 저런 정도의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하지만 확실한 건, 모르는 얼굴은 아니라는 거예요.”
“어... 정말?”
“아까 저기 부스에서도 봤었던 것 같고, 그것보다도 우리 학교 안의 누군가 같아요.”
“뭐야...”
치히로는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있더니, 곧이어 한이 맺힌 듯 한마디 한다.
“그런 애를 우리 동아리에 데려왔어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선배님, 우리 동아리는 생긴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요.”
“아 참... 그렇지.”
치히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윽고 뭔가를 결심했는지, 팔을 한번 돌리고는, 올리버에게 말한다.
“올리버, 이제 가자. 여기 더 있어 봤자 우리의 본래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할 것 같고, 또 여기는 우리하고는 별로 그렇게 어울리는 곳은 아니잖아.”
“그러니까요. 아까 그 디저트 코너에 있었던 그 사람은... 어디 갔었죠?”
그러고 보니 처음에 의심했었던, 그 수상한 행색의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시야에서 놓쳐 버리고 5분이 넘게 흘렀으니, 그 자리에 아직도 있다는 게 더 이상하지만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네.”
치히로는 모리를 긁적거리며 한숨을 내쉰다. 명색이 히어로 동아리인데 정작 딱 봐도 빌런같아 보이는 사람을 놓쳐 버리다니, 이런 허탕도 없다.

그렇게 치히로와 올리버가 코믹 페스타가 열리는 마리나 센터를 막 나서려는데...
“어, 치히로 선배님, 맞죠? 거기는 올리버잖아!”
“어머, 어머! 내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까의 그 메이드복 입은 여자들과 마주치고 만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치히로와 올리버는 잠시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주머니에서 꺼내 쓰더니,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부리나케 뛰어 거기서 벗어나려 한다.
“아,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하지만 치히로가 그런다고 해서 ‘예, 예’ 하고 순순히 들어 줄 그 여자들이 아니다. 두 메이드복 입은 여자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2-07 13:27:31

힘의 방향이 다르다...

확실히 의심할만하네요. 게다가 방향이 다른데 힘의 크기까지 아주 크다면 절대로 평범한 상황은 아닐 거구요. 행동 자체가 많이 눈에 띄는 그 용의자를 특정한 것만으로도 정말 굉장한 성과를 거둔 것 같은데 올리버의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에어하키라는 경기에서는 참패를 당하고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들에게는 신원을 특정당했다가 사람 잘못 봤다고 둘러대고...


분명 심각한 상황이 있는데도 마지막의 장면에서 코미디가 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그 여자들의 반응도 정말 기대되어요.

시어하트어택

2023-02-12 22:31:02

처음에 점찍어 뒀던 그 인상착의가 이상한 인물도 초능력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민의 능력이 워낙 강하기에 그걸 오인했을 수 있겠죠. 결과만 놓고 보면, 헛수고에, 웃음거리만 됐지만 말이죠... 하지만 완전한 헛수고는 아니길 바랍니다.

SiteOwner

2023-03-01 13:54:07

특정상황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이 의복 등은 물론이고 행동양식까지 특이하다면 주목받고 기억되기 딱 좋겠지요. 그런데 느껴지는 힘의 방향이 다르다면 이건 이것대로 큰일이기 마련입니다. 혹시 양동작전일 수도 있고, 위험한 상대가 반드시 단독행동하리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문제는 치히로와 올리버가 그런 인물들을 추적중이면서 또한 그들도 남의 눈에 쉽게 띄였다는 것이라는 것.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들은 학교 선배군요. 이것 참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웃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3-05 20:43:24

이상한 힘이 발산되는 것까지는 파악했지만, 그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하다 보니 저렇게 엉뚱한 데 힘을 쏟게 되었죠. 거기에다가 보이고 싶지 않은 후배들에게 웃음거리까지 되고... 난감하죠, 저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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