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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스터리 동아리방. 아멜리와 방송부원들은 차논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 모양 석상을 유심히 보고 있다. 마치 그 손 모양 석상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뭐라도 나올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차논 네가 말한 괴담이 이 석상하고 관련 있는 거야?”
“당연하죠, 제가 이걸 왜 가지고 나온 건데!”
차논은 거기에서 웃음기를 싹 뺀다. 마치, 아멜리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이건 진품이라고요. 제가 직접 공수해 온 거라니까요?”
“뭐, 뭐뭐뭐... 뭐라고오오?”
차논의 그 말을 들은 아멜리가 적잖이 기겁했는지 손사래까지 치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설마, 지금 나보고 그 저주받은 물건에다가 소원을 빌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쁜 건 아니죠.”
아멜리와 다른 방송부원들의 반응이 어떻건 말건, 차논과 MI스터리 부원들은 일부러 그 석상을 한번 시험해 보라고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거 방송 소재로 쓰기 딱이지 않나요? 어디에서도 이런 소재는 못 찾는다고요.”
“라일라 말이 맞아요! 선배님, 한번 해 볼 생각 없나요?”
차논이 ‘라일라’라고 불린 후배에게 맞장구치며 그렇게 말하지만, 아멜리는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하다. 아니, MI스터리 동아리방의 분위기에 어지간히도 질려 버린 건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터져 나오려는 말을 겨우 참아가며 한마디 한다.
“됐어... 나는 거기다 소원은 안 빌래.”
아멜리의 그 말에, 차논은 마치 아멜리가 그렇게 말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표정을 바꾸고는 입을 연다.
“저기, 선배님, 여기에다 소원을 빌면 혹시 들어 줄지도 모른다니까요? 지금 둘 중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미치도록 잡고 싶죠? 그렇죠? 한 번쯤 자기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요?”
“됐어, 나는 그런 리스크는 지기 싫거든. 그리고 그 석상을 당장 치워. 안 치우면...”
아멜리는 당장 그 사진에 나온 이상한 후드 쓴 훼방꾼을 잡고 싶을 뿐이지, 소원을 들어 줄지도 확실하지도 않고, 또 이상한 피해를 준다고 알려진 그 석상에 소원을 빌고 싶지는 않다. 또 애초에 이런 걸 믿지도 않고 말이다.
“빨리 치우라니까?”
“네, 알았어요! 이건 그럼 또 고이 모셔 둬야겠네...”
마치 아쉬운 것처럼 말하지만, 차논은 마치 자신이 쇼호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그 석상을 창고에다가 집어넣더니, 또다른 무언가를 꺼내려고 한다. 그걸 보자마자, 방송부원들은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손을 내젓는다.
“에이, 다들 왜 그래요! 아멜리 선배님도! 여기에 왔으면 좀 즐기고 가야죠. 안 그래요?”
차논의 그 말을 들은 아멜리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가시방석 위에 앉기라도 한 듯, 떨고 있다.
“에이, 선배님, 그러지 말고, 자!”
그 시간, 미술 애호가 동아리방.
“설명해 볼까, 민아?”
“그러니까...”
민은 나타샤의 질문에 조금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이윽고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앞으로 나와서 그 지시문대로 토끼 인형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사실 케이크와 쿠키를 수북이 쌓아 놓는 걸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하, 하하하! 그거 말고, 이 지시문을 왜 썼나 말이야.”
“어, 그러니까... 나름대로 재미있는 자세라고 생각해 낸 게 이거기는 한데...”
민이 거기서 더 말하기를 주저하자, 나타샤가 되묻는다.
“재미있는... 자세?”
“그러니까, 좀 창의적으로 재미있는 자세를 생각해 낸 거지.”
“내가 이런 지시문을 본 건 기억만으로도... 19번째야. 그러니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세를 생각해냈다는 말이지.”
“그런가...”
자세를 취해 보이던 민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더니 자리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옆에 앉은 모모가 또 한 장의 쪽지를 집어든다.
“이번에는... 어, 세이지 선배님이 썼네요?”
모모의 그 말을 들은 세이지가,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옆에 앉은 루리를 비롯한 다른 부원들이 제지하자 알았다는 듯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모모는 그 지시문을 읽는다.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는 땅을 보려는 자세, 오른쪽 손은 주먹을 쥐고 땅에 대고, 왼쪽 팔은 하늘을 향해 올린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모모가 읽는 세이지의 지시문을 들은 지온도, 무엇인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히어로 만화에서 자주 본, 그 자세다. 당장 생각나는 <그린 마스크드 파이터>의 케인만 하더라도, 이 자세를 작중에서 수십 번도 넘게 보여주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런 자세는 많은 사람들에게 쓰일 대로 쓰여져 식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자세... 제가 본 것만 해도 49번이나 되는군요. 그래도 한번 여기서 보여 줘야죠. 안 그래요?”
“어... 그래야겠지?”
세이지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더니, 이윽고 앞으로 나와서 자신이 지시문에 적은 대로의 동작을 수행한다. 주위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오더니, 몇몇 부원들은 사진을 찍는다. 물론, 자리에 들어가서 앉은 민도 예외는 아니다. 한번 찍고 사진을 휙 둘러본다. 아까의 그 훼방꾼은 찍히지 않았다. 그렇게 안도하고서 찍는 민의 뒤에서, 누군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 뭐야. 또 이게 찍혔어?”
돌아보니, 지온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데, 사진 안에는 조그맣게, 그 문제의 훼방꾼이 후드를 쓰고 있는 게 보인다.
“진짜, 잡히기만 해 봐라...”
그런데 그 순간, 지온의 그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나타샤가 지온을 부른다.
“거기, 좀 조용히 하고, 그런다고 해서 범인이 저절로 여기 온다든가 하지는 않잖아.”
“그거야 그렇기는 한데...”
지온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자, 금방 나타샤가 제지한다.
“그래, 그러면 지금은 다시 하나 뽑은 지시문에 좀 집중하고.”
그러더니, 나타샤의 시선은 한쪽에 앉은 나디아를 향한다. 분명, 이건 나디아가 쓴 것일 터다.
“큰 상자에 들어가서, 마치 폭발을 피하는 것처럼 웅크리고, 그 상태에서 한쪽 팔만 들어서... 이야, 이건 어떻게 하냐.”
나타샤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디아는 대뜸 앞으로 나가서 자신이 지시문에 적은 대로의 동작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한다. 그걸 지켜보던 나디아가 옆에 앉은 레아와 베리에게 한 마디 하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내고, 레아는 다시 베리를 돌아본다.
“네... 레아 님의 뜻이 그러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베리는 이윽고 입을 연다.
“나디아, 좀... 많이 독특했어. 그나마 독특했다는 이야기지.”
“그게 무슨 이야기야?”
나디아는 상자에서 잔뜩 찌그러뜨린 몸을 일으켜 나오며, 베리의 말에 되묻는다.
“그나마 독특했다니...”
“네가 이걸 생각해 낸 게 아예 처음은 아니었다는 거지. 그래도 7명 정도니까, 아까 나온 지시문들에 비하면 좀 많이 독특한 편이었다는 거야.”
“그랬던 거냐...”
나디아는 마치 김이 빠진 음료병이라도 된 듯, 흐느적거리며 일어서더니 자리에 들어가 앉는다. 나디아가 앉는 걸 확인하고는, 나타샤가 시간을 본다. 시계는 4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됐네? 다들 즐겁게 지낸 거지?”
나타샤가 그렇게 묻고 마주 앉은 윤진에게 시선을 돌리자, 윤진은 거기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작품들은 여기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데, 2개월에 한 번씩 작품들을 교체하고 있어. 이제 다음 달이면 또 교체가 되겠지.”
나타샤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마디 한다.
“얼마든지 보러 와. 나와 우리 미술 애호가 동아리는 언제든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물론 다른 지시문도 언제든 많이 써 줘. 그렇게 쓰는 게 다 작품이 되니까. 다들 수고했고, 주말 잘 지내!”
모임이 끝나고, 미술 애호가 동아리의 동아리방을 나서는 만화부원들은, 한껏 즐기고 나서인지, 다들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미술 애호가 동아리의 동아리방을 몇 번이고 촬영하고 있다.
“간만에 제대로 즐긴 교류 행사였네요. 맞죠?”
“그러니까. 내가 바라던 교류 행사는 이런 거였다고.”
지온의 말에 윤진은 진심이었는지, 자신의 안에 들어있던 것들을 쏟아내듯 대답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취미도 서로 나누고, 얼마나 좋아.”
“그러니까요...”
그렇게 말하다가, 윤진의 눈에 누군가가 보인다. 바로 알아차린 듯, 윤진은 손을 흔들며, 그 후드를 겉에 걸친 한 남학생에게 인사한다.
“이야, 에밀리오! 오랜만이다?”
“아니, 선배님, 얼마나 안 봤다고 그러세요.”
에밀리오라고 불린 남학생은 괜히 웃는다. 그 입술 아래의 점을 훤히 보이며 말이다.
“그런데 너 동아리 없지 않냐? 왜 이 시간까지 있어?”
“아, 도서관 좀 다녀오느라고요.”
“도서관? 아무래도 너하고는 안 맞는 곳 같은데...”
“아, 읽을 만한 책이 하나 생겨서요.”
“어, 잠깐...”
윤진의 짊문에 대답하는 에밀리오를 보던 민이, 그 입술 아래의 점이 눈에 띈 건지, 크게 말하려다가, 자기 입을 휙 가리며 말한다.
“알 것 같은데. 사진에서 봤어.”
“오, 진짜잖아. 맞지?”
혹시나 에밀리오가 볼까 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봐, 민과 로지는 한번씩 주위를 돌아본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료가, 에밀리오를 보고 한마디씩 하는 민과 로지를 보고 말한다.
“저 형한테 뭐가 대단한 거라도 있다고?”
료의 그 말에, 민과 로지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왜 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러자 로지는 얼른 손을 내젓는다. 말하지 말라는 뜻을 읽었는지, 료는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부원들 사이로 들어간다.
한편, 에밀리오는 윤진과 이야기를 다 했는지, 손을 흔들며 윤진과 헤어진다.
“그럼 선배님, 또 봐요!”
“그래. 혹시 우리 만화부 올 일 있으면 연락해.”
그리고 에밀리오는 윤진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에밀리오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윤진은 곧바로 옆에 있는 토니를 손짓으로 부른다.
“네... 선배님.”
“찍은 거 있지? 한번 나 좀 줘 봐.”
윤진의 말에 토니는 곧바로 찍은 영상을 보여준다. 약 3분 정도 되는 영상에는 윤진과 에밀리오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다가 에밀리오가 영상에서 사라지는 장면에서, 윤진은 영상을 멈추고는, 천천히 영상을 돌려 본다.?
“응? 왜 안 나오는 거냐...”
그렇게 중얼거리며 영상을 다시 돌려 보지만, 역시 윤진이 원하는 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 후드를 쓴 모습 말이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3-03-31 20:21:28
MI스터리도 만만치 않군요. 미술 애호가 동아리와는 방향성이 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확보할 수 없는 굉장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역시 동급이라고 할만합니다. 아멜리가 저렇게 떨고 있는 것을 보니 저런 게 영 안 맞거나 무슨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 같군요. 예전에 일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에 동생과 같이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할로윈 시즌이라서 온갖 기괴한 복장을 한 관람객들이 도처에 있었고 내부 테마도 그렇게 기괴한 것 일색이었는데 동생이 오컬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딱히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던 게 기억나는 터라 꽤나 의외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용의자 중의 다른 한 사람인 에밀리오가 나타났군요. 에밀리오가 진범인일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것 같긴 한데 또 그것도 아닌 것 같고...갈수록 미궁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4-02 22:06:03
MI스터리와 도컬트가 서로 모이는 에피소드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서로가 모은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괴한 물건들을 많이 모았으니 아멜리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도 당연합니다.
과연 범인은 에밀리오일지 로베르토일지...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마드리갈
2023-03-31 21:48:50
교류행사가 꽤 충실하게 이루어졌네요. 그건 정말 다행인데, 아멜리가 정색할만큼 기괴한 아티팩트가 있는 게 확실히 걸리네요. 위에서 오빠가 언급한 것처럼 오컬트를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라서 MI스터리같은 동아리를 견학할 기회가 있다고 한들 선뜻 택할 것 같지는 않네요. 아멜리처럼 공포에 떨지는 않겠지만요. 하긴 과거 주변인들이 아무리 저주하고 떠들어대고 해도 그게 저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고 한 것도 없으니까요. 사키의 하라무라 노도카가 한 말인 "그런 오컬트는 없습니다" 가 제 신조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에밀리오가 등장한 게 일종의 트릭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약일까요?
시어하트어택
2023-04-02 22:09:06
이번에는 처음으로 교류행사를 좀 충실하게 썼다 보니 전날과 전전날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죠. 그런데 그 충실함이라는 것도, MI스터리라는 동아리가 다루는 주제와 결합하니, 그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꽤 기겁할 만하기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