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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서 할 말이 많긴 하지만, 일단 언어문제에만 한정해서 비판해 볼께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해서 "호갱외교" 라는 말이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어요. 그 용례를 2가지 볼께요.
이재명, 尹외교에 “호갱 자처…외교·안보, 탈냉전 후 최대 위기”, 2023년 5월 4일 동아일보 기사
국민의힘 신원식 “문재인 정부, 177조 대미 퍼주기했다···최악의 호갱 외교”, 2023년 5월 4일 경향신문 기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데에도 "호갱" 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도 똑같이 "호갱" 이라는 단어가 동원되어요. 여기에 대해서 왜 문제의식이 없을까요?
일단 예의 단어는 "호구" 와 "고갱님" 의 합성어인 속어. 호구란 어리숙해서 타인의 말에 쉽게 속고 당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영단어로는 credulous가 딱 맞겠죠. 그리고 "고갱님" 이란 흔히 콜센터 등에서 상담원이 말할 때 "고객님" 이라는 어휘를 말하는 것이 들리는 발음을 옮긴 것이죠. 즉 호갱이란 어리석은 소비자라는 의미의 속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요.
이 어휘의 사용에는 2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째. 그 자체로 국어생활에의 편입이 의문시되는 속어의 남발.
둘째. 피해자를 조롱하는 잔인한 심리의 노정.
이 두 문제가 국어생활을 보다 참담하게 만들고 있어요.
속어의 남발은 그 자체로 국어생활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무신경에서 유래된 것이고 그 결과는 우리말의 수준저하죠. 게다가 예의 어휘에는 속인 자에 대한 비판은 없고 속은 자를 조롱하는 상당히 잔인하고 못된 심성이 숨어 있어요. 이런 말이 범람하니 각종 수평폭력이 횡행하고 결국 당한 사람만 억울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그때뿐이죠. 이런 말 속의 함의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싫은 것인지.
결국 이건 분명해졌어요.
한국사회는 언어에 관심없고, 정쟁을 거치며 남은 것은 훼손된 우리말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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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3-05-09 07:46:00
정치판에서 쓰이는 용어가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잡으면 그 사람이 쓰는 용어같네요.
그 사람이 호갱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본인이 그런 말을 쓴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죠.
근데 저 자리는 달라요. 단어 하나하나를 써도 똑바로 쓰지 않으면 큰일나는 자리거든요.
고르고 골라서 쓴 단어가 호갱... 좋지 않네요.
마드리갈
2023-05-09 14:14:44
정말 잘 말씀해 주셨어요. 시정잡배의 말을 써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이미 상례화되어 있다 보니 이제는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서 인식 자체도 없고 그러니 큰일날 자리인지도 아닌지도 분간이 안되는 것이죠.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이 정치적 스탠스로 갈라진 국론에도 불구하고 언어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파에서도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어도 국어생활이 타락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죠.
이제는 빵셔틀 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했어요(거칠어진 野…유튜브엔 빵 든 尹합성사진 걸고 "빵셔틀 외교", 2023년 5월 8일 중앙일보 기사). 갈수록 악화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또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대놓고 욕설이 나와도 안 이상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게 이미 4년 전의 정의당의 발언에서 나왔어요(정의당 '몸 대준다' 표현 썼다가 삭제…공지영 "제정신인가" 비판, 2019년 12월 21일 아시아경제 기사). 젠더이슈를 그렇게 강조하는 정의당이 이런 성적 비하표현을 늘어놨다가 비난을 받고서야 그 표현을 삭제한 것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