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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24화 - 동아리 교류행사 7일차(3)

시어하트어택, 2023-09-22 07: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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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셰릴이 막 자기 방송을 시작하려는 바로 그때, 조르주가 셰릴을 돌아보고는 말한다.
“셰릴, 여기는 우리 동아리야. 그리고 너 매니저도 아니잖아. 아까 하려던 그 이야기는 이따가 하고, 지금은 교류 행사에나 좀 집중할까?”
조르주의 그 말을 듣자, 셰릴은 순간 감정이 격해진 건지, 조르주를 홱 돌아보며 노려본다. 하지만 곧장 무언가를 하기에는 겁이 난다. 셰릴의 그 초능력만 아니었으면, 가슴만 졸였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고 셰릴의 능력을 쓰기에도 지금은 꽤 난감한 상황이다. 지금은 이목이 다들 조르주에게 쏠려 있으니까 말이다.
“아... 그래.”
“좋아. 우선은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차 안에서 쓸 수 있을 만한 격투기 기술을 소개해 줄게.”
그리고 조르주는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을 스윽 보더니, 이윽고 뭔가 생각이 난 듯, 문득 한 명에게 시선을 돌린다. 다름 아닌 로베르토다. 로베르토가 시선을 좀 피하는 것 같기는 해도, 오늘과 같은 교류행사에서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기에는 로베르토만한 후배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전에는 격투기 동아리에 있었기도 했고 말이다.
“로베르토, 잠깐 나와 볼래?”
“어... 저, 저, 저, 저요?”
로베르토는 조르주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른 눈을 피하며 말한다. 로베르토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는 게, 격투기 동아리방은 정말 피하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적응을 못 해서 나온 것이니,  그렇게 피하고 싶은 로베르토의 시선이 조르주는 부담스러웠는지, 로베르토에게서 시선을 잠시 거둔다.
“아니... 아니야. 내가 부담스럽다면 됐고.”
옆에서 보던 후배가 조르주에게 말한다.
“저기... 선배님? 일단 한번 로베르토를 불렀으면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 동아리는 그게 규칙이잖아요. 일단 한번 시작을 했으면 중간에 그만두기 없기.”
“아, 그래, 맞아. 요시키 네 말이 맞지 참. 내가 왜 그런 말을 해 가지고...”
조르주가 자기 말을 돌이키려고 해 봐도 이미 늦었다. 그러고 보니, 로베르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니 격투기 동아리에 있었을 때가 생각나기라도 한 건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그래요... 선배님. 오랜만에 한판 부탁드릴게요.”
물론 로베르토의 표정은 조르주를 보자마자 굳어 버렸고, 시선은 자꾸만 조르주를 피하려고 하고, 거기에다가 팔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기는 하지만, 격투기 동아리의 규칙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던 건지, 굳이 다시 가서 앉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조르주는 그렇게 굳이 피하려고 하지 않는 로베르토가 나름대로는 고마웠던 건지, 먼저 링 위에 올라와서, 조르주를 올려주며 말한다.
“그래, 오랜만에 간다.”

한편 그 시간, 그리핀은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교문을 나서서, 어딘가에 잠시 앉아서 쉬어갈 곳을 물색한다. 평소라면 그냥 가볍게 걸어다니든지 뛰어다니든지 했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기분이 나지 않는다. 아까는 정말 어떻게 앉아서 수업을 듣고 했는지, 그리핀 자신도 의문이 들 정도다.
아까 뭔가 거두지 않아서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기분은, 지금도 그리핀에게 강하게 든다. 물론 그걸 깨닫자마자 바로 거두기는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있었으니, 거기를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떡하냐... 그거 어떡하지?”
하지만 그리핀의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핀은 머지않아, 그런 걱정은 잠시 집어치워 두고, 곧바로 자신의 다음 계획을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한다.
“그래... 꼭 마왕성만 할 게 아니라, 이런 데에서는, 확실히 잘 맞는 무언가가 있겠지!”
그렇게 그리핀은 결심을 다지지만, 그런 그리핀에게 예상외의 복병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아... 왜 또 졸리냐?”
그리핀은 또다시 졸리기 시작한다. 딱히 저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주변에 잠을 잠시 청할 만한 곳이 딱히 있지도 않다. 눈앞에 보이는 소공원이 그나마 좀 나아 보인다. 아까도 갔었던 곳이라는 게 좀 걸리기는 하지만, 눈을 붙일 수 있다면 그런 건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또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쉬자니 그곳은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다. 그렇게 쉴 만한 곳을 찾은 그리핀은 벤치에 곧바로 눕는다. 마왕성이나 다른 무언가를 만들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 없다.
“에이... 좀 자야겠다.”

한편 그 시간, 만화부실.
“너희들, <그린 마스크드 파이터>는 다 읽고 있는 거겠지?”
윤진과 치히로가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지온은 올리버와 라일라에게 만화책을 보여주고 있다. 올리버와 라일라는 그 만화책을 이미 몇 번 봤던 터라, 별로 큰 반응은 보이지 않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그거 다 봤다고. 너 우리 보자마자 처음 운을 떼는 게 그거인 줄 알았다.”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자, 지온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또다른 만화책 몇 권을 꺼내서 보여 준다. 모두 슈퍼히어로가 주로 나오는 만화인데, 그중에 한 권의 책에 올리버의 시선이 쏠린다. 올리버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게 보인다.
“저기, 선배님?”
“왜 그래?”
“그 책은... 좀 넣어 주시면 좋겠는데...”
“응? 이게 뭐 어때서?”
지온은 들고 있는 그 만화책을 앞에 내밀기까지 하며 말한다. 만화책의 제목은 <자가발전전대 파이브 제이즈 더 코믹스>. 당연히, 올리버뿐만 아니라 옆에서 윤진과 잡담을 하고 있던 치히로까지 그 만화책에 격하게 반응한다.
“그걸 왜 거기 꺼내놓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왜 그걸 굳이 거기다 꺼내 놔!”
“그러니까 말하잖아. 이것도 훌륭한 히어로 만화라고.”
한편, 그러건 말건,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은 베로니카와 다른 만화부원 몇 명은 구석 쪽에 마련한 스크린에서 나오는 무언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오, 저게 그 <유명한 듯 유명하지 않은 듯 슈퍼히어로>라는 거지?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맞아. 저번 달부터 방영하던 건데, 아직 몰랐나 봐?”
“이야, 다들 안 말해 주니까 몰랐지! 진작 말해 주지 그랬어!”
베로니카는 나름 처음부터 그걸 못 챙겨본 게 아쉬웠던 건지, 연신 아쉽다는 소리를 내뱉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영상에 나오는 2인조의 복면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웃기면서도 또 때때로는 진지하게 몰입해 볼 수밖에 없는 게, 마치 베로니카의 실제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릴 때 운동 잘했고, 한때는 외롭게 지내기도 했고...”
베로니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무릎을 탁 치며 말한다. 베로니카가 가리킨 건 2인조 복면 히어로 중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쓴 근육질 남자 캐릭터다.
“그래, 맞아. 저기 ‘콜피’ 있잖아! 완전히 나하고 딱 맞지 않냐?”
“어... 그렇기는 한데...”
베로니카의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크리스가 베로니카를 돌아보고 말한다.
“콜피는 너처럼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두뇌파잖아.”
“지금... 그 말은...”
베로니카가 크리스를 돌아보며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짓자, 크리스는 바로 웃으며 손을 내저어 보인다.
“하, 하하하! 물론, 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차이가 있다는 거지.”
“그런 말은 좀...”
베로니카가 그렇게 크리스에게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는데,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아냐가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입을 연다.
“그래도, ‘시렌’보다는 차라리 콜피가 낫잖아.”
“아, 그래! 생각해 보니까 그렇지, 참.”
물론 크리스는 지금 생각해 봐도 베로니카에게는 시렌의 이미지가 딱 어울리지만, 아냐가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지금은 베로니카의 기분이 좀 상했으니 그걸 풀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 시간, 재연은 다른 테이블을 잡고 앉아서 만화책을 하나 읽어보는 중이다.
“오, 이거 내가 원하는 그런 스토리인데. 역시 히어로 만화라고 하면 이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쾌하게 내지르는 게 딱이지.”
“어...?”
재연의 옆에서 만화책을 읽고 있던 아론이, 재연이 하는 말이 무언가 이상했는지 재연을 돌아보며 말한다.
“재연이 형, 그런데 재연이 형은 손 쓰고 머리 쓰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아론, 취향하고 주특기는 별개의 영역이지. 안 그러니?”
재연은 아론의 말에 바로 웃으며 말한다. ‘뭘 그런 걸 다 묻느냐’는 듯, 꽤 여유로운 표정은 덤이다.
“너도 봐봐. 너는 마치 네가 자석이 된 것 같은 능력을 쓰잖아? 그런데 나는 네가 자석을 쓰는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지. 그거하고 비슷한 거라고.”
“그래...”
아론은 재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침 옆에 앉아 있던 민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런데 재연이 형, 여기 옆에 앉은 민이가 자기 능력을 그다지 쓰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야, 민이는 한번 잘못 쓰는 순간 숨기기가 힘들잖아. 내가 좋아하는 거하고 잘 하는 거를 이야기했는데, 그거하고는 좀 많이 어긋나는 것 같은데.”
“어... 그런가.”
재연의 말을 듣고는 아론은 머리를 긁적인다. 마침 그때, 문득 화장실에 다녀오던 안젤로가 재연이 드론을 보여 주는 게 꽤 흥미로웠는지, 대뜸 재연의 옆에 앉는다.
“어? 선배님은 또 왜...”
“왜기는. 궁금해서 한번 들러 봤지.”
“저기, 그걸 들른다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재연이 그렇게 말하지만, 안젤로는 거기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드론을 이리저리 만져 보며 말한다. 둘은 어제 분명히 서로 부딪치기까지 했지만, 그 순간 누구하고 부딪쳤는지는 기억에 없는 듯하다.
“분명, 네가 드론을 잘 다루는 건 나쁜 녀석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위협적인데, 그래도 내 능력만 할까?”
“에이, 선배님, 다 알고 있어요. 제게는 꽤 난해한 능력이기는 한데, 그래도 어떤 식으로 쓰는 능력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니까요?”
안젤로는 그 순간 무슨 호승심 같은 것이라도 들었던 건지, 재연에게 즉석에서 제안한다.
“좋아, 그럼 해 볼까? 드론으로 뭐든 못 할 수 있는 건 없지.”
“어... 해 보죠! 선배님이 뭐가 그렇게 자신 있길래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재연이 막 그 말을 마치기도 전, 한쪽 다리가 제멋대로 의자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어...? 선배님, 이건 뭐죠? 제 다리가 왜 이래요?”
“아, 글쎄, 내가 보여 준다니까.”
안젤로의 말을 듣자마자, 재연도 뭔가 마음을 먹은 건지, 드론 조종기를 손에 잡는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9-22 21:44:01

격투기 동아리도 만화부도 각각 문제를 안고 있네요.

격투기 동아리는 로베르토가 몸담은 적 있다가 탈주한 전력이 있는데다 교류행사 차원에서 참가한 셰릴은 자기 개인방송을 하려다 조르주에게 한소리 듣고, 만화부에서는 지온이 꺼내놓은 책이 하필이면 자가발전전대 파이브 제이즈 더 코믹스라서 올리버와 치히로를 격분하게 만들고, 안젤로의 제안에 재연이 결국 안젤로의 의중에 움직이는 형국이 되고...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베로니카가 예전의 자신을 유명한 듯 유명하지 않은 듯 슈퍼히어로의 캐릭터들에 겹쳐 보는군요. 그녀의 과거는 어떤 것이었을지 그것도 궁금해지네요. 히어로를 꿈꾼 무투파소녀였을까요?

시어하트어택

2023-10-04 23:30:22

사실 마이웨이에 가까운 셰릴을 제외하면, 조르주에게는 로베르토가 가장 껄끄러울 겁니다. 로베르토 역시도 피하고 싶은 시간이라서, 바늘방석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겠죠.


2부가 끝나면 베로니카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해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체육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고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했으니 그런 쪽으로 관심이 없으면 더 이상한 일이겠죠.

SiteOwner

2023-10-01 15:11:47

역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와 만나는 건 껄끄럽습니다.

로베르토는 한때 몸담았던 격투기 동아리에서 나갔는데 자동차 연구 모임의 일원으로서 동아리 교류행사에 참여하여 그 격투기 동아리의 사람들과 재회하게 된 게 확실히 싫을 것입니다. 게다가 문제의 자가발전전대 파이브 제이즈 더 코믹스는 올리버와 윤진과 치히로의 분노를 사기도 했고, 베로니카는 크리스가 속을 긁는 것에 불편해 하고...


안젤로는 도발을 잘 하는군요. 그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시어하트어택

2023-10-04 23:34:43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지만 저런 상황이 되면 저부터도 기를 쓰고 피하려 할 겁니다. <자가발전전대> 만화에 얽힌 이야기도 나중에 더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도발 역시 안젤로의 특기라면 특기겠죠. 아무래도 초능력이 꽤 난해한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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