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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간에 자신의 몸이 좁아져 가는 공간에서 빨려 나오자, 예담뿐만 아니라 리암, 타마라, 재연 모두 지금 벌어지는 일을 믿기 힘든지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뭐야,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게. 타마라, 무슨 종이처럼 얇아져서...”
“저기, 리암 형, 타마라 누나, 여기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했죠? 그런데 이게 뭐지?”
“뭐기는 뭐겠어!”
밖에서, 신시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리암은 어제 의대 별관 옆 공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 능력을 제대로 맛봤기에 확실히 알 것 같다. 잠시 후, 그 지하실 밖으로 끄집어내지자, 리암은 안도하면서도 조금 전의 상황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 아직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듯,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그러자 신시아가 베로니카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친구가 잘 도와줬어. 이 친구에게나 고맙다고 해.”
그 말을 듣고 리암과 타마라가 큰 숨을 내쉬자, 신시아가 다시 말한다.
“그건 그렇고, 빨리 여기를 벗어나자고!”
“이 자식들, 잘도 도망갔겠다!”
“강사님, 어떻게 합니까? 나가서 잡습니까?”
“안돼! 나가면 우리가 불리해져!”
조금 전의 그 지하실에서는 진리성회 강사를 비롯한 신도들이 지금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고는, 서로 말을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을 부르죠.”
“네, 그들이라면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예담의 일행은 거기서 멀어져 가면서도 그 소리가 계속 들린다.
“에이, 이렇게 끝내요?”
예담은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는 리암에게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드론을 잡아서 기껏 찾아냈더니만, 그걸 포기하고 가자고요?”
“도망가는 게 아니잖아! 이건 그저 작전을 바꾸는 거라고!”
“작전을 바꾸는 게 이렇게 쉬운 건가요?”
예담이 다시 그렇게 말하자, 리암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네 목숨은 하나가 아니라고! 볼트 선배가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데 볼트 선배 때문에 여길 왔다면서 왜 도로 나가요?”
“도로 나가긴! 내가 그런 것도 안 챙기고 나올 줄 알았냐?”
“응? 리암, 그 새 뭔가 챙겼다고?”
타마라가 리암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묻는다.
“너 거기서 그냥 내 뒤에 있었던 거 아니냐? 다른 사람들이 다 너만 보고 있었던데. 그 이상한 여자도 그렇고.”
“사실 이 친구가 도와줬지.”
리암은 재연을 가리킨다. 그리고 리암 자신의 손에 들어온 USB 몇 개도 보여준다. 재연이 어떻게 그걸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말이죠...”
“왜 그래?”
“또 다른 이상한 녀석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응? 누구?”
“그러니까...”
물론 리암 역시 그 얼굴들을 아까 본 적이 있다. 그냥 지나치듯 본 것도 아니고 매우 신경이 쓰였다. 다름 아닌, 아까 잡지 판매대를 놓고 판매원인 척하고 있던 그 진리성회의 신도들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건지는, 다들 잘 알고 있다.
“아까 거리에서 보던 그 판매원들 아닌가.”
타마라가 그렇게 말하자, 그 신도들 중 한 명이 마치 모든 것을 준비햇다는 듯 결연한 표정을 하며 말한다.
“뭐, 맞기는 하다만, 지금 우리가 여기 온 건 그 이유가 아니지. 아까 거기서 용케 잘 빠져나왔다고 해서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
금세, 그 두 사람은 무언지 모를 그 두 사람의 초능력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금세 그 골목길 주위가 무언가로 덮인 것 같은 기분이, 예담을 비롯한 일행에게 든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너희들은 모두 무사히 못 돌아갈 거다. 아니면, 여기 있는 우리를 쓰러뜨리기라도 해야겠지!”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잡지를 팔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던 그들이 이렇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걸 보자, 예담의 눈이 순간 흔들린다.
“왜 이러시나? 섭리를 방해할 너희들이 이렇게 약하게 나와서야 되겠나?”
그런데, 그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런 공격을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저 리암과 타마라를 지그시 응시할 뿐이다. 그것도 마치 ‘자신들은 이미 이겼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도 보이면서 말이다. 리암은 그런 그들의 태도가 오히려 거슬린 모양이다.
“뭐 하냐? 이렇게 주의란 주의는 다 끌어 놓고서,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서 이렇게 서 있기만 하는 게 말이 되냐?”
그렇게는 말하지만, 리암은 무언가 이 주변이 강한 결계로 둘러져 버렸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조금 전부터 정장을 입은 두 남자와 리암, 타마라가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았지만, 이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이 결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식도 하지 못한 듯, 그냥 이 주변을 지나갈 뿐이다.
“알겠냐? 이거, 절대 못 푼다고. 이 결계는 강력하거든!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이런 걸로 겁만 줘도 충분하지. 그런데, 너희들같이 섭리에 방해가 되고 거기에다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그냥 두 발은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던 것처럼 버티고 섰다. 그런데, 베로니카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리암에게 귓속말로 말한다.
“큰일났어요. 이거, 물리적인 수단도 안 통하는 것 같은데요.”
“응? 뭐야, 너 그 새, 해 본 거야?”
“네... 지금 이 와이어로 해 봤는데요...”
“아니, 와이어를 튕겨낸다고? 지금 이게?”
“네, 그렇네요.”
베로니카는 와이어를 도로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리암은 한숨을 내쉰다.
“에이, 물리적인 수단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긴 하지만, 리암 역시 나름대로 시도는 해 봤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저 결계를 정장을 입은 남자들에게 적용되도록 유도해 본 것이지만, 애초에 이 결계 자체가 정장을 입은 남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 소용은 없었다.
“야, 타마라, 너는 이 상황에서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냐?”
“무슨 결정 같은 거 만드는 것 가지고 저걸 어떻게 깨냐?”
그 말인즉슨, 타마라 역시 시도는 해 봤다는 것이다. 신시아 역시도, 무언가 계속 시도는 하고 있지만, 계속 무언가 큰 벽에 미끄러져 버린 듯, 한숨을 쉬면서 그 결계를 살피고 있다. 신시아의 자세로 보아서는, 결계를 좁히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 본 듯하다.
“아니, 하면 할수록 저 얇은 막 같은 게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좁아지잖아?”
“해 볼 테면 해 봐라. 결국 이 결계는 점점 좁아져서, 이 안에 있는 모두를 압박할 거다. 그리고 종국에는 질식시켜 죽이겠지. 물론 우리도 죽겠지만, 섭리에 방해가 되는 너희들을 처리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녀석들, 정말 미친 녀석들이네...”
리암이 그 말에 발끈해서는, 곧바로 그 정장 입은 남자들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곧장 튕겨 나가 버린다. 무언가 그 남자들의 몸에도 방어막이 둘린 것처럼 말이다.
“뭐야, 이 녀석들!”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시지. 이렇게 저항을 해 봤자 무의미하다.”
자기 자신 또한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정장 입은 두 남자는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우리에게는 어차피 저 너머 세상에서의 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어디, 일개 전도자와 후보전도자가 섭리의 큰 흐름에 큰 기여를 할 줄 상상이나 했겠나?”
곧 자신들이 이 결계에 짜부라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 정장 입은 남자들이, 진짜 자신이 보던 그 우스꽝스럽게 박수를 치며 집회에 참가하던 신도들이 맞나 하고, 예담은 혼란스러워한다.
“진짜... 저 녀석들 뭐가 있는 건가...”
그런데, 그 두 사람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 보인다. 그들 나름대로도 확실히 여기 있는 ‘섭리의 방해자들’을 끝장내려면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할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리암과 타마라, 심지어 예담이 봐도 이상해 보인다.
“설마 이 능력의 근원이, 저 녀석들이 밟고 있는 이 지면인 건가...”
그렇게 생각에 다다른 재연은, 그들에게 달려들어 힘껏 발차기를 하지만, 오히려 튕겨나가고, 거기에 더해서 그 결계에도 튕겨 버린다.
“야, 재연아, 왜 그래?”
“저 녀석들... 다리가 무슨 철봉보다도 더 강해...”
“소용없는 짓이라고 했을 텐데.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거라고 말했을 텐데도.”
그런데, 예담은 거기에서 힌트를 하나 얻은 모양이다. 예담은 곧장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린다. 타마라가 그걸 보더니 놀란 듯 말한다.
“야, 예담아, 지금 뭐 하는 거야?”
한편 그 시간, 민과 친구들은 셰릴과 재림이 대결을 펼치던 그 문제의 게임기 앞에서 열심히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야, 이거 뭐 이렇게 조작이 어려워? 세 번 했다가는 체중이 절반이 되겠다.”
“그러게. 아까 재림이는 어떻게 이걸 다 했대?”
“무슨 에너지 드링크라도 마셨나 봐.”
민의 친구들이 그렇게 한마디씩 하면서도, 그걸 즐기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 언제 아까의 폭풍이 지나갔냐는 듯한 모양새다. 민 역시도 지금은 그냥 구경만 할 뿐이지만, 딱 봐도 재미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어... 다들 언제 끝나려나. 나한테는 왜 오라는 소리도 안 하고?”
민은 마치 다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지만, 당연히 그걸 들어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다가, 토마와 재림이 게임을 다 한 모양이다. 바로 민이 하기 위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그 게임기 앞으로 가는데, 갑자기 들어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막아선다.
“응? 또 누구지?”
그렇게는 말했지만, 가만 보니 민도 몇 번 본 사람들이다. 교복을 입지 않았지만, 학교 가는 길에 몇 번 마주쳤던 이도중학교 학생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 많이 본 형들 같은데...”
“얘들아, 형들도 하고 싶은, 좀 비켜 줄래?”
목소리로 봐서는 딱 알 것 같다. 며칠 전에 봤던 쇼마와 함께 다니던 일행들일 것이다. 그중에 시메온과 자오린은 민을 보자마자 바로 비켜서지만, 다른 2명은 시메온과 자오린이 말려도 듣지조차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갈 기세를 보인다. 그러자 민이 그 중학생들에게 말한다.
“어? 형들, 저희들 지금 하고 있는데, 좀 비키고 하지 그래요?”
하지만 민이 그렇게 말해도 그 중학생들은 비키기는커녕 오히려 민이 하려는 그 게임기를 힘으로 빼앗을 것 같은 기세를 보인다. 그러자 민은 ‘파’ 하고 한심하다는 듯 웃음을 뱉어내고서, 구경하려는 다른 친구들을 앉게 하고 입을 연다.
“어... 굳이 그렇게 한다면 저도 피할 생각은 없는데...”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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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4-12-11 19:41:39
일단 당장의 위기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상황이 확실히 좋은 게 아니네요.
게다가 이상한 결계가 있으니 어떠한 물리적 타격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건 답이 없어 보이는데, 혹시 예담은 본인의 열 능력을 구사할 생각을 한 것일까요?
문제의 불량 중학생들이 여기에서 재등장했네요. 정말 귀찮은...
시어하트어택
2024-12-14 22:12:16
해법은 때로는 엉뚱한 방향에서 나오기도 하죠. 예담은 그 방향을 짚은 것일 테고요.
그 불량 중학생들은 쇼마의 패거리이기는 한데, 나온 적 없는 인물들이죠.
SiteOwner
2024-12-13 23:48:01
이집트 유적 같은 곳을 탐사하다가 갑자기 벽이 줄어들어 공간이 좁아지는 그런 상황을 매우 싫어하는 저로서는 예담 일행이 겪은 그 사태가 정말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그래도 위기를 잘 모면했으니 천만다행이긴 합니다. 그나저나 그 섭리가 뭐가 대단하기에 누군가를 못 죽여서 안달이라는 건지, 이미 8년 전에 쓴 글인 오래 전 여성지에서 읽었던 무서운 의견 하나에 등장하는 "신의 섭리" 운운이 생각나서 상당히 불쾌해지기도 합니다.
또 쇼마 패거리가 등장했군요. 대놓고 싸우자는 분위기인데, 저렇게 상대를 만만하게 보다가 경을 칠 날이 올 것 같군요.
시어하트어택
2024-12-14 22:14:57
아마도 진리성회의 섭리라는 건 교주는 돈을 잘 벌고 신도들은 영원히 교주를 섬기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뭔지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저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저 중학생들 중 2명은 이번 편에 새로 나왔는데, 그 뒤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